“스승의 날 선물 어쩌나”…학부모도 교사도 불편
사설 어린이집 교사·학원 강사
김영란법 비껴가 학부모 고민↑
“우리 아이 신경 덜 쓸까 걱정돼
보조교사·차량기사까지 챙겨”
교사들 “사전 안내 불구 선물 준비
아이들 마음 거절하기 속상해” 토로
“스승의날 선생님께 선물해도 되나요?”
대구에서 5살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모(36)씨는 15일 스승의날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
이 씨는 “아이들을 신경 써주셔서 감사한 마음은 표현하고 싶은데 너무 과한 선물을 하면 유난처럼 보이거나 선생님께도 부담이 될 것 같아 고민된다”며 “요즘 다른 엄마들을 만나면 이번 스승의날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선물은 어느 정도 가격대가 적당한지 토론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답이 없다”고 했다.
스승의날은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 분위기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2016년부터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꽃, 케이크, 기프티콘 등 금액에 상관없이 교사에게 개인적으로 어떤 선물도 해서는 안 된다.
다만 교육계 종사자 중 유치원, 초·중·고 교사,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 등 공직자만 해당돼 사설 어린이집 교사나 학원 강사는 적용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는 ‘스승의날은 마음만 받겠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일부 어린이집이나 학원 등은 관련 공지가 없어 일부 학부모들이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지를 두고 부담을 느끼고 있다.
주부 박모(42)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 어린이집 담당 선생님만 챙길 수 없어 보조 선생님과 차량 기사까지 3~5만원 정도의 선물을 드렸다”며 “요즘은 사회적으로 스승의날 선물을 하지도 받지도 말자는 분위기가 자리잡은 것 같지만 괜히 그냥 지나갔다가 우리 아이들만 신경을 덜 써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제 애들이 커서 과외나 학원 선생님들께 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뿐만 아니라 스승의날을 맞는 교사들도 기쁜 마음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입장이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 서모씨(29)는 “매년 스승의날이 다가올 때마다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하지만 카카오톡과 같은 SNS로 선물을 보내거나 반 아이들끼리 돈을 모아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한다”며 “그럴 때마다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일일이 취소하거나 케이크나 꽃을 반 전체에 나눠줘 겨우 해결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은 이벤트나 선물보다 아이들이 늘 웃는 모습과 에너지로부터 힘을 얻는다”며 “아이들이 법에 대해 잘 모르고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준비한 선물을 거절한다는 게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로는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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