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너무 많아요!".. 참는 게 능사? 조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해

조회수 2023. 1.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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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너무 많다'는 불만은 어느 조직이나 속출한다. 팀원이 힘들다고 토로해도 팀장 입장에서 당장 대책을 강구하기도 어렵다. 새로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라서다. 결국 당사자에 한해 임시 조치를 취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팀 혹은 조직차원에서 접근해 본질적인 해결책을 수립해 실행해갈 필요가 있다. DBR 81호에 실린 기사는 한 회사에서 벌어진 일을 토대로 업무 과중을 풀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업무가 너무 많아요!

자동차 부품제조기업의 생산관리팀장을 맡은 지 3년이 된 김 팀장. 재작년까지 15명이던 팀원이 지난해에는 12명으로 줄었다. 올해 2명이 퇴직한 뒤 충원없이 현재 10명을 유지하고 있다. 갈수록 사람은 줄어드는만큼 개개인의 업무가 늘어나니 불만도 커져갔다.

​특히 최근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을 구축한 뒤로 일이 줄기는커녕 되레 늘었다. 전산 데이터와 현재 수량이 맞지 않을 때에는 수작업을 해야 하는데 담당자들이 전산 데이터 입력에 익숙지 않아서 김 팀장의 팀원들이 이들을 대신해 다른 직원들이 일일이 작업을 대신해 줄 때도 있다. 또 과거에는 주간 단위의 생산일지를 작성했는데 이제는 일 단위의 생산일지까지 작성해서 보고하려니 팀원들의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며칠 전 사업부 업무회의에서 사업부장이 주간 단위의 생산현황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생산 리드 타임과 불량현황에 대한 분석 보고를 지시했다. 생산현황 분석업무는 기존 생산기획파트의 이 과장이 담당하고 있었다. 현재 이 과장은 생산부문의 핵심인 생산기획파트에서 ERP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다. 김 팀장은 이 과장을 불러 신규 업무에 대한 작업을 지시했다.

김 팀장 : 이 과장, 요즘 ERP 시스템은 좀 안정화됐나?

이 과장 : 말도 마십시오. 시스템을 구축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자료 입력과 문제 조치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김 팀장 : 지난번 공장 담당자 추가 교육까지 했는데도 그 모양이란 말이야?

이 과장 : 교육은 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발생하는 케이스가 워낙 다양한데다 구매 물자의 발주와 수급현황이 맞지 않아서 부품이 정확하게 입력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구매팀에 제대로 하라고 몇 번을 얘기했지만, 그 쪽도 필요한 물량만큼만 구매발주를 하다 보니 부품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김 팀장 : 이 과장, 자네가 고생이 많네. 그래도 자네가 열심히 해주니까 시스템이 어느 정도 굴러가지 않나. 참, 어제 사업부 회의에서 추가적인 업무지시가 나왔네. 생산현황 분석 보고서를 월간에서 주간으로 작성하기로 했네. 시장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세계 경제가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이 과장 : 예? 월 단위 생산현황 분석보고를 주간 단위로 하라는 것은 단순히 같은 작업을 네 번이나 해야 하는데 주간 단위에서는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분석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김 팀장 : 이 과장,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시스템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면 되는 거잖아! 지금 회사 상황을 아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사업부 전 부문이 초비상 경영에 들어갔는데 우리가 적극 지원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무슨 소리야!

이 과장 : 알겠습니다. 팀원들이 어떻게 되든 하라면 해야지요. 지난해 경제위기에 파트원 5명에서 3명으로 줄었는데 이 인원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안 그래도 ERP시스템 구축 이후 주간일보 작성을 위해 매주 주말을 반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주간 단위 분석까지 들어가면 정말 매주 주말만이 아니라 평일마저 반납해야 합니다.

​​이 과장의 볼멘소리가 사무실 건너편까지 울렸다. 그는 그간 쌓인 설움을 터뜨리면서 힘겨움을 호소했다. 그러다가 이 과장은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란 짧은 대답을 한 뒤 돌아섰다.

​김 팀장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실제로 ERP시스템 구축 이후 분석업무와 보고업무가 급증하고 있었다.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고서는 팀원 전체가 업무 과다로 불만이 넘쳐날 판이다. 지난해 ERP시스템 구축 이후 주말이 더 바빠져 근태현황을 보면 엉망이다. 그도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이 바쁜 업무를 해결하느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현재의 업무 중 줄이거나 없앨 업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블루오션을 창출하라

많은 조직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의 업무를 줄이기 위해서는 팀원들과 공동 작업이 중요하다. 회사 현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필요한 업무와 불필요 업무를 냉철히 분석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의 참여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서다. 김 팀장은 1박 2일 간의 '업무혁신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이때, 제대로 된 방법론이 없으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고 흐지부지되기 일쑤이다. 어떤 방법론을 활용하면 좋을까?​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제창한 블루오션 전략의 ‘전략 캔버스’와 ‘액션 프레임워크’를 응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블루오션 전략은 일반적으로 전략 수립에 많이 활용되는데 이를 부서업무 혁신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부서의 문제를 고객의 관점에서 살펴 본 뒤 고객가치 향상을 위해 제로 베이스 관점에서 업무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는 1)고객 요구에 대한 분석 2)고객가치 캔버스 작성 3)ERRC 실행방안 수립으로 이뤄진다. ERRC는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거나 감소시키고, 필요한 업무는 증가 혹은 창조함으로써 효과적인 업무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부서원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효과적이다. 공동 작업과정에서 조직 이슈에 대한 공감대와 문제해결을 위한 협업의 중요성을 함께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고객요구분석

현재 자기 조직을 중심으로 고객요구분석표를 작성한다. 고객요구분석표는 인풋과 아웃풋의 프로세스별로 고객군을 설정한 뒤 고객의 핵심 요구사항을 정리한다. <그림1>은 생산관리팀의 고객 요구사항 분석을 나타낸 것이다.

2)고객가치 캔버스 작성

고객가치 캔버스는 블루오션의 전략캔버스를 고객 관점에서 작성한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전략캔버스는 가로축은 서비스 또는 제품의 속성을, 세로축은 품질 또는 서비스의 높고 낮음의 정도를 나타내며, 기업의 전략을 하나의 꺾은선 그래프 형태로 나타낸다. 고객가치 캔버스도 이와 비슷하다. 가로축은 고객의 핵심요구사항을 기입하며, 고객가치 정도의 높고 낮음을 세로축으로 해서 조직 내 부서에서 창출하는 고객가치 요인과 고객가치 정도를 선그래프 방식으로 나타낸다. 이를 도식화하면 <그림 2>와 같다.

3)ERRC 실행방안 수립

ERRC 실행방안은 고객가치 캔버스에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조직에서 줄이거나 늘려야 할 업무, 없애거나 새롭게 해야 할 일들을 ERRC 액션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도출된 실행 아이디어를 토대로 담당자와 실행 일시를 확정해서 운영한다.​

특히 고객가치가 낮은 업무를 줄이거나 없애면 해당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은 자신의 업무가 없어진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감안해서 제로베이스 관점에서 업무를 재분배해야 한다.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줄이거나 없애기와 통합적인 업무를 새롭게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ERRC 액션프레임워크를 활용해 전략캔버스에서 작성한 고객가치 요인들을 분석한다. 그 결과 채택된 고객가치 요인들의 개선방법을 도출하고 실무 담당자를 선정한다. 작성 예시로 <그림 3>을 참고하면 된다.

업무 혁신, 그 후

김 팀장은 생산관리팀의 업무혁신 워크숍을 마친 뒤 2주 후에 다시 세 파트리더들과 사외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김 팀장 : 업무혁신 워크숍 이후 변경된 업무들은 잘 시행되고 있나요?

이 과장 : 지난주까지 업무이관과 통합을 완료하고 이번 주부터는 새롭게 구성된 역할과 책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점이나 익숙지 않은 점은 파트원들이 서로 협동해서 잘 하고 있습니다.

생산기획 파트 리더인 이 과장이 대답했다. 김 팀장은 문득 지난번 업무지시 건이 떠올랐다.

김 팀장 : 이 과장, 지난번 주간생산분석 보고서 작성 건으로 많이 힘들었지?

이 과장 :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팀장님께서 업무혁신 워크숍을 통해 업무를 일원화하고 통합해 주셔서 부담을 많이 덜었습니다. 대신 생산운영 파트원들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팀장 : 그렇지. 생산기획에서 하던 보고 업무를 운영파트에서 맡으려면 초기에는 힘들 거야. 그렇기 때문에 생산기획파트와 생산운영파트의 협업이 더 중요하지. 생산기획파트에서 제대로 된 개발 및 구매정보를 적시에 제공해줘야 해. 그래야 생산운영파트에서 현황 및 분석 보고서 작성시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또 근본적으로는 생산혁신파트에서 품질과 불량 개선에 대한 원인과 대책, 최적 대안을 만들어줘야 해.

세 파트리더들은 ‘예’ 라고 힘차게 답했다. 김 팀장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 팀장 : 이번 업무혁신 워크숍을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지. 먼저 팀의 업무가 과부하 되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하라고만 했으니, 내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그 과정에서도 꾹 참고 실행해준 세 파트리더와 팀원들이 고맙고. 이후로는 부서 내에 업무상 혹은 비업무상의 문제가 있으면 언제라도 이야기해 줘. 나도 팀의 속 사정을 모두 알지는 못하거든. 그리고 세 파트리더들과의 정례적인 주간 회의 자리와 팀원들과 대화의 자리를 만들까 해. 지난번 이 과장에게 업무지시를 하면서 일방적 지시가 아닌 상호 협의를 통한 업무수행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거든.”

이 과장 : 그때는 제가 죄송했습니다. 당시 다른 보고서 작성건과 전산작업 지원 건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서 버릇없이 대꾸했습니다.

김 팀장 : 아니야 이 과장, 이 과장이 나한테 그렇게까지 할 정도라면 문제는 나에게 있었지. 그래서 업무혁신을 통한 부서 업무개편의 필요성도 강하게 느꼈고. 나도 많이 반성했어. 그래서 파트리더와의 주간미팅을 하려고 해. 그래야 나도 업무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할 것 같고. 그간 나는 부서 업무를 다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팀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어. 개인별로 무슨 문제나 애로사항이 있을 텐데 미처 나에게 말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고. 앞으로 잘 해 보자고!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81호
필자 김성완
정리 인터비즈 조지윤
itn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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