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청소년] (상) 손안의 카지노, 아이들이 위험하다
초4~고 4.3% '한 번 이상 경험 有'
개인 일탈 넘어 '사회 문제'로 확산
전문가 “아이들, 게임 연장으로 봐”


"최근 몇 년 사이 도박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성인들보다 많아졌어요."
청소년 온라인 도박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일탈 수준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소년들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고액 베팅까지 이어지면서 심각한 중독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까지 회원들을 모집하고 수익을 분배받는 사람이라는 일명 '총책'을 담당했던 조모(46)씨는 성인들보다 청소년들의 중독이 심각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총판이라는 역할을 맡아서 회원들을 모집했다. 처음엔 성인 여부를 확안하기 위해 나이·띠·직업 정도만 물어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이트 승인은 간편해졌고, 계좌번호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은 가입자 대부분이 청소년이고, 이들은 계좌에 한도가 걸려 있어 계좌를 돌려 쓰는 방식으로 거래한다"고 했다.
또 다른 총책 윤모(37)씨는 "예전에 도박은 사다리·파워볼·달팽이 같은 게임이 유행했지만, 점점 온라인 카지노가 성행하면서 바카라·블랙잭 등과 같은 게임이 유행하고 있다"며 "돈을 걸고 더 빨리 환전할 수 있으니까 청소년들이 그 맛에 빠져 도박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실태조사에서도 청소년들의 도박 경험 수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발표한 '2024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초등학교 4~6학년부터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약 390만 명 가운데 4.3%가 한 번 이상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9.1%는 6개월 이상 반복적으로 도박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속적으로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의 절반 중 48.4%는 타인의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사이트에 접근했으며, 24.4%는 대리 베팅을 통해 도박에 가담했다. 특히 대리 베팅의 경우 초등학생은 5.6% 수준이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21.5%로 증가했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중독되고 있는 구조다.
10년 전만 해도 학교 안에서 도박하는 학생들은 일부에 불과했다.
교실 안에서 도박하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다수 청소년에게는 도박은 낯선 영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불법 사이트와 온라인 카지노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되면서, 도박은 특정 학생의 문제가 아닌 또래 집단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화성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임모(18)군은 최근 도박으로 많은 돈을 날렸다.
임군은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 친구들끼리 5000원씩 모아서 바카라를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소액으로 게임 하는 것이 지루해졌고, 집에 있는 고가의 물건을 팔아 게임을 하고 4000만원까지 따봤다"고 했다. 이어 "하루에 배팅하는 금액이 높아지면서 딴 돈과 모아둔 돈을 다 잃었다. 죽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도박은 더 이상 일부 학생의 은밀한 일탈이 아니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도박을 범죄가 아니라 게임의 연장선으로 본다"며 "어릴 때부터 사행성 아이템 거래나 뽑기형 게임에 노출돼 경계심이 없이 더 큰 액수의 도박에도 몰입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결국 도박 중독은 멈추지 못하고 반복하는 몰입 행위인데,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쉽게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최준희 기자 wsx302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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