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 매출과 적자가 비례…공모가는 '3년 뒤 흑자'로 산정
현재 실적 아닌 2028년 추정 EBITDA 적용·EV/EBITDA 24배…유사 미국 CPO 3사는 제외

13일 채비 정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25년 CPO 서비스 부문 매출원가율은 112.9%다. 전력비·감가상각 등 비용 부담으로 원가가 매출을 상회하는 구조로 영업손실률은 -29.5%에 달한다. 충전기 제조·판매 부문도 영업손실률 -28.8%로 다르지 않다. 양쪽 사업부 모두 적자다.
영업손실 추이를 보면 2022년 139억원에서 2023년 263억원, 2024년 276억원에 이어 지난해 296억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확대됐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만 약 970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이 537억원에서 1017억원으로 1.9배 늘어나는 동안 영업손실은 약 2.1배로 불어났다. 누적 결손금은 2025년 말 기준 1891억원까지 치솟았다.
채비 측은 "CPO 사업은 핵심 부지를 선점해 대규모 투자를 선행한 뒤 가동률 상승을 통해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라며 현재의 손실이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동률이 올라갈수록 전력 기본료·감가상각비 등 고정비가 분산되며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논리다.
채비 측 분석에 따르면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전기 '시간 기준 가동률'이 EBITDA 기준 최소 5.6% 이상, 영업이익 기준 6.8%를 상회해야 한다. 시간 기준 가동률이란 충전기가 하루 24시간 중 실제 충전에 사용된 시간 비율을 뜻한다. EBITDA는 감가상각 제외 기준이다.
하지만 2025년 기준 실제 가동률은 4.4%였다. 영업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최소 2.4%포인트 이상의 가동률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채비의 지난 3년간 가동률은 4.4%~4.6%로 제자리걸음인데 회사는 공모자금을 활용해 충전 인프라를 더 확충하겠다 계획을 세웠다. 공모 순수 입금 1202억원 중 충전 인프라 확충에 290억원, 복합 충전 거점 '채비스테이' 구축에 200억원, 공장 증설에 120억원이 배정됐다. 현재 5681면인 급속 충전 면수를 2028년까지 1만3625면으로 2.4배 늘린다는 구상이다. 가동률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설비를 더 쌓으면 고정비 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 채비 측은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급속충전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며 올해 1월1일부터 3월10일까지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는 기후에너지환경부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70일 치 단기 수치를 연간 추세로 일반화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가동률 개선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채비 역시 증권신고서를 통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할 경우 충전기 가동률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며 위험 요인을 공식화했다. 즉 공모자금으로 확충한 인프라가 자칫 고정비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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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의 공모가 산정에는 EV/EBITDA 상대가치법이 적용됐다. EV/EBITDA란 기업가치(EV)를 세전·이자·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으로 유사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적정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통상 현재 또는 직전 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것과 달리 채비는 3년 뒤인 2028년 추정 EBITDA 676억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코스닥 비바이오 특례상장 기업의 할인 기간은 통상 2년 안팎이지만 채비는 '3년'을 적용했다. 이를 현재가치로 할인(할인율 14.57%)한 수치에 비교기업 평균 EV/EBITDA 배수 24.0배를 적용해 주당 평가가액 2만124원을 산출했다. 여기에 24.0%~38.9%의 할인율을 적용한 결과가 희망 공모가 밴드 1만2300원~1만5300원이다.
3년 뒤 실적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채비 관계자는 "공모자금을 통한 충전 인프라 본격 확장 구간을 2027~2028년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이 시점의 추정 EBITDA를 적용하는 것이 회사의 중장기 수익 창출력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비의 2028년 추정치 달성을 위한 조건은 만만치 않다. 급속 충전 면수를 현재 5681면에서 1만3625면으로 2.4배 확대하고, 가동률을 현재 4.4%에서 6.8%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통해 급속 CPO 부문 매출을 2025년 306억원에서 2028년 1238억원으로 4배 이상 키운다는 시나리오다. 채비가 제시한 근거 중 하나는 올해 1월1일부터 3월10일까지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는 기후에너지환경부 통계다.
비교기업 선정 방식도 논란거리다. 채비의 주관사단은 국내외 67개 사를 1차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Fastned BV(네덜란드), Qingdao TGOOD Electric(중국), Zaptec ASA(노르웨이), Shenzhen Sinexcel Electric(중국) 4개 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채비와 사업 구조가 가장 유사한 미국 상장 CPO 3사인 ChargePoint Holdings, Blink Charging, EVgo는 최종 비교기업에서 제외됐다.
주관사단이 밝힌 핵심 기준은 'EBITDA 흑자 기업'이다. 채비는 본보 질의에 "비교기업 선정 과정에서 사업 유사성과 EBITDA 흑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답했다. ChargePoint, Blink Charging, EVgo 3사는 모두 현재 EBITDA 적자 상태다. EBITDA가 음수인 기업은 EV/EBITDA 배수 자체를 산출할 수 없기 때문에 비교군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채비와 사업 모델이 가장 가까운 기업들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프리미엄이 붙은 유럽·중국 4사만 남아 배수는 24.0배가 됐다.
선정된 4개 사의 면면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Zaptec ASA는 CPO 운영이 아닌 충전기 제조 전문 기업이고, Qingdao TGOOD Electric은 전기차 충전 관련 매출 비중이 31.9%에 불과하다. 채비 측은 "채비가 CPO 사업과 충전기 제조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만큼 제조 기업도 비교군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코스피 상장 추진 당시와의 기업가치 낙차도 눈에 띈다. 채비는 코스피 시장 상장을 검토하던 시기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코스닥 공모 기준 시가총액은 희망 공모가 하단(1만2300원) 기준 약 5867억원, 상단(1만5300원) 기준 약 7297억원 수준이다. 채비 측은 "코스피 상장 실패가 아니라 청구서 제출 이전 전략적으로 코스닥으로 선회한 것"이라며 "보다 시장 친화적인 접근을 위해 추정치를 보수적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재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에 3년 뒤 흑자를 가정한 밸류에이션을 적용하고 EBITDA 흑자 기업만을 비교군으로 삼은 결과 배수가 높아지는 구조적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2028년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공모가 산정의 근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채비 관계자는 "비교기업 선정은 시장 상황이나 단순 주가 흐름이 아닌 사업 구조와 재무지표의 비교 가능성을 기준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2028년 추정 EBITDA 적용은 회사의 중장기 수익 창출력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병탁 기자 kbt4@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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