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로비스트와 이재명은 특수관계”… 李 주변인 1심 잇단 유죄, 대장동 재판의 향방은[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7화입니다. |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 1심 판결문에 나온 재판부 소결.
김 전 대표는 2014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알선의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에게서 77억 원을 수수하고, 5억 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에 백현동이 무슨 상관? 이라고 의문을 가지실 독자분들이 있을수 있어 설명을 간단히 드리자면, 대장동과 위례·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민간업자들에 사업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는 혐의로 결이 비슷합니다. 실제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의혹과 관련해 민간업자들에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시에 수천 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 전 대표에 대한 이번 1심 판결은 대장동·위례·백현동 의혹의 본류 재판 흐름을 읽는데 도움이 될 단서들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법원, “백현동 로비스트 -李 특수관계”
김 전 대표의 이번 재판에서는 백현동 개발과정에서 진행된 용도지역 변경이 실제로 위법한 것이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알선의 대가로 금품, 이익을 수수한 이상 피고인의 알선이 부정한 것인지 여부,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위법한 것인지 여부, 피고인의 알선으로 인해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죄는 성립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대표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이 대표의 관계를 ‘특수관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는) 이재명의 선거를 지원하며 이재명, 정진상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다”며 “성남시 공무원들도 이러한 특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 대표 역시 이들의 특수 관계를 알고 청탁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역할은 정 전 실장에게 청탁하는 알선 청탁 행위라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고, 성남시 도시계획과 팀장이 정 전 실장으로부터 “(김 전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 잘 챙겨봐 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피고인은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인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한 각종 인허가를 알선하고 현금과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해 공무원 직무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업에 대한 전문성 없이 지방 정치인이나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여러 차례 알선하고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거액을 수수해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이유를 밝혔습니다.
● 대장동 주변인들 연달아 ‘유죄’
법조계에서는 이번 1심 판결이 이 대표의 관련 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심 판결에 이어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이 성남시 핵심 관계자들과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 등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6억7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됐고, 공사가 민간업자들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됐다”며 “(대장동)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판사 출신으로 이 대표와 같은 민주당 소속이던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22일 탈당을 선언하며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이 증인신문과 증거 등을 바탕으로 성남시 핵심 관계자들과 로비스트의 특수관계를 인정했는데,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정말 특혜 의혹과 관련 없었다고 할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 총선 앞두고 재판출석 부담 호소한 李
총선 준비와 맞물리며 이 대표의 재판 출석 부담은 더해가는 모습입니다. 이 대표 측은 이달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진행된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공판 준비기일에서 다음달 19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법관 정기인사로 재판부 배석판사 2명이 바뀐데 따른 공판갱신 절차를 27일과 다음달 12일 진행하고, 이어지는 19일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 대한 증인신문을 곧바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의 변호인은 다음달 19일 재판에서 이 사건의 또다른 피고인인 정 전 실장과 이 대표를 분리해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 전 실장과 관련된 증인신문에 출석하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재명 피고인도 무관하다고 볼 수 없어서 정 전 실장과 분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 측이 “(불출석은) 방어권을 포기한다는 의미이지만, 오히려 저희가 원한다”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원칙대로 하는 게 맞다. 피고인 측 사정을 고려하기는 어렵고 분리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올해 법원 정기 인사이동에 따른 사무분담안이 최근 확정되면서 대장동 관련 재판들의 재판부 구성도 일부 바뀌었습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는 재판장이었던 강규태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고 법원을 떠나게 되면서 한성진 부장판사로 재판장이 교체됐습니다.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배임·뇌물 의혹 재판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은 김동현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30기)가 그대로 맡고,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 5인방의 대장동 본류 재판을 심리하는 형사합의22부 재판장은 조형우 부장판사(49·32기)로 교체됐습니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2심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13부의 재판장은 백강진 부장판사(55·23기)가 맡게 됐습니다. 재판부 인원 변동에 따라 당분간 기존 공판 내용에 대한 공판갱신절차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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