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 맞은 삼성전자 SAIT, AI 난제 해결 '초저전력 낸드' 원리 규명

논문에 참여한 삼성전자 SAIT 연구진./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부문의 연구 조직인 삼성 종합기술원(SAIT)이 최근 사장단 인사를 통해 박홍근 미국 하버드 교수를 새 수장으로 맞이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시대에 전력난을 해결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평소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언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 역시 기술 인재 중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향후에도 선행 기술 확보를 통해 '뉴 삼성' 기틀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SAIT와 반도체연구소 소속 연구진 34명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저전력 낸드플래시 메모리용 강유전체 트랜지스터' 논문이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되는 성과를 거뒀다.

AI 기술이 확대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지 역시 높은 용량과 효율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기존 낸드플래시 구조의 경우 적층이 늘어날수록 전력 소모가 증가하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AIT 연구진은 강유전체와 산화물 반도체를 결합한 낸드플래시 구조를 활용해 셀 스트링 동작에서 기존 대비 전력 소모를 최대 96% 절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존 낸드플래시는 셀에 전자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한다. 저장 용량을 늘리려면 셀의 개수, 즉 적층 단수를 늘리는 방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직렬로 연결된 셀들을 순차적으로 거쳐 신호가 전달되는 낸드플래시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적층이 높아질수록 읽기·쓰기 전력 소모도 함께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업계에서도 강유전체 기반 차세대 낸드플래시에 대한 연구가 수차례 제안됐지만 용량 증가와 전력 효율 저하의 상충 관계를 해결하지 못했다.

SAIT 연구진은 산화물 반도체의 고유 특성에서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산화물 반도체는 문턱 전압을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렵다는 일반적인 약점이 있지만, 불필요하게 새어나가는 누설 전류가 낮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산화물 반도체의 특성이 강유전체의 분극 제어 효과와 결합했을 때 셀 스트링 구동에 필요한 동작 전압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용함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를 통해 전력 소모를 최대 96%까지 절감하면서 현존 최고 수준인 셀당 5비트(bit)의 고용량까지 확보할 수 있음을 검증했다. 이는 기존 낸드플래시의 구조적 한계를 물질 개발과 구조적 이해를 통해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홍근 신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SAIT) 원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부터 모바일·엣지 AI 시스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 소모가 감소하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모바일 기기에서는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유시정 삼성전자 SAIT 연구원은 "초저전력 낸드플래시의 구현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어 뿌듯하다"며 "AI 생태계에서 스토리지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향후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SAIT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10년 단위 핵심 기술을 설계하며 메모리·로직·패키징의 미래 연구 방향을 잡는다. 특히 최근 사장단 인사를 통해 하버드대에서 25년간 기초과학·공학 연구를 이끌어온 박홍근 교수를 신임 SAIT원장(사장)으로 맞이한 만큼 향후 미래 먹거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세계 최초로 단분자 트랜지스터를 구현하고, DNA나 생화학무기를 검출할 수 있는 단(單)분자센서와 탄소나노튜브 센서를 개발한 나노 분야 글로벌 석학이다. 특히 2003년 역대 최연소로 호암재단이 수여하는 삼성호암상 과학상을 수상하며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고, 지난해 3월 SAIT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선행 기술 확보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박 사장도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는 내년 1월부터 나노기술·화학·물리·전자 분야 연구를 기반으로 양자컴퓨팅·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개발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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