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필리핀 가사관리사, 하루 이동만 3시간30분…‘역삼→송파→수색→역삼’

임지선 기자 2024. 10. 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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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과 통행금지 규정 등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두 집 이상의 가사·육아일을 담당하느라 지하철과 버스 등으로 이동하는 시간만 하루 최대 3시간30분을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한병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필리핀 가사관리사 현황' 자료를 한겨레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근무지를 이탈한 2명을 제외한 총인원) 중 절반에 달하는 47명이 이처럼 장시간 이동하며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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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숙소-첫번째 근무가정-두번째 근무가정-숙소를 3시간30분 이상까지 이동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 서울시 제공

저임금과 통행금지 규정 등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두 집 이상의 가사·육아일을 담당하느라 지하철과 버스 등으로 이동하는 시간만 하루 최대 3시간30분을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이동 시간은 시급에서 제외되는데 더 큰 문제는 ‘일터 선택권’이 없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도 없다는 점이다.

13일 한병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필리핀 가사관리사 현황’ 자료를 한겨레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근무지를 이탈한 2명을 제외한 총인원) 중 절반에 달하는 47명이 이처럼 장시간 이동하며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4일 열린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관계자 간담회’에 참석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자스민 에리카가 “세 가정을 쪼개서 일하다 보니 이동이 부담되고 공원이나 지하철역에서 식사를 때우고 있다”고 한 말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서울시가 밝힌 47명의 근무지 두곳 간 거리를 ‘네이버 지도 대중교통 길찾기’ 서비스를 통해 최단 시간으로 측정해본 결과 1시간35분(송파구 거여동-은평구 수색동), 1시간28분(강서구 내발산동-강동구 고덕동), 1시간21분(양천구 신월동-강남구 삼성로) 등 절반 이상이 1시간 안팎(40분~1시간 이상)을 근무지 간 이동 시간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일 오후에 산출한 것으로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는 이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숙소가 있는 서울 역삼역 인근에서 근무지까지의 왕복 시간을 측정하면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훨씬 더 길어진다. 송파구 거여동과 은평구 수색동의 두 가정에서 일하는 관리사의 경우 숙소와의 출퇴근 시간까지 더하면 적어도 매일 3시간30분 이상을 지하철과 버스 등 이동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지만 한병도 의원실을 통해 받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가능 시설 현황’ 자료를 보면, 종로구 정독도서관, 중구 남산타운 어린이도서관, 용산구 전쟁기념관, 성동구 서울숲 복합문화체육센터, 광진구 어린이영어도서관, 동대문구 서울약령시 한의약박물관, 서초구 국악박물관 등이 서울시가 제공하는 이들의 ‘쉼터’다.

한병도 의원은 “필리핀 노동자들이 긴 시간 이동에 시달리는데도 서울시는 어린이도서관이나 체육센터 같은 곳을 이들의 쉼터라고 한다”며 “가사관리사의 근로 여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문제 개선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도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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