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도, 수익도 '물음표'...인천공항 '수장고' 논란

민간 사업자 건설 제안 협의

향후 개발 장애 요인 가능성

일반인은 미술품 볼 수 없어

임대료 연 35억~36억 불과

약탈 유물 보관 악용 사례도

▲ 인천공항 제4활주로 옆의 수장고 예정지(사진 왼쪽 빨강색 원표시)

국가보안 가급 시설인 인천공항에 컬렉터들의 미술품을 보관하는 '수장고' 설치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수장고 사업을 항공정책 기본계획에 반영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간 사업자 제안으로 시작된 수장고는 인천공항 제4활주로 옆 부지 4만3669㎡(1만3000평)에 사업비 3795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8만3228㎡(지하 1층·지상 4층)로 짓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수장고가 인천공항 보안구역에 건축되면 강력한 보안성으로 도난 걱정없이 미술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지만, 토지 임대 기간이 기본 30년에 달해 장기적 관점에서 재배치 지적이 나온다. 국제업무지역과 물류단지 인근에 대체 유휴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수장고 예정지가 제4활주로 옆(서측) 중간 지점으로 현재 기반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인천공항 항공정비(MRO)단지, 자가용 비행기 터미널인 비즈니스젯(FBO) 부지에 바로 인접해 공항 개발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단 고가 미술품 수집가와 사업자들만을 위한 인천공항 특급 보안구역 내 폐쇄형 수장고 유치를 놓고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수장고 작품들은 일반인들이 볼 수 없고, 접근이 불가능해 현실적으로 '아무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컬렉션'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항 산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수장고를 유치해도 인천공항공사 임대 수익(연간 35억~36억원)에 불과한 점도 부담이다.

실제 지난 201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항과 수장고 콘셉트로 운영을 시작한 '포트 프랑' 경우에도 2020년 매출이 275억원에 불과해 당초 임대 수익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해외 공항 수장고에서는 아무도 볼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0년 스위스 세관원들이 터키에서 약탈한 로마 석관을 제네바 프리포트에서 발견한 데 이어 2013년 프리포트에서 고대 유적지 약탈 유물 9점을 스위스 당국이 압수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는 수장고가 개방형으로 운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청주에, 국립민속박물관이 파주에 각각 국가에 소속된 작품을 수장하고 있어 인천공항에서 추진하는 수장고와는 차이가 있다.

/김기성 기자 audis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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