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가안전부, 드라마까지 동원해 스파이 ‘경계령’ 강화

중국 국가안전부가 공개한 드라마.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쳐.연합뉴스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외국 스파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드라마를 독점 공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

‘안차오슝융(暗潮洶涌)’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는 ‘어두운 기류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영어로는 ‘더 다크 타이드 이즈 레이징’(The Dark Tide is Raging)으로 번역됐다. 제작 주체는 공개되지 않은 데다 위챗 계정으로만 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안전부가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관측이 있다.

국가안전부는 이 드라마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지난해 7월 38세에 숨진 인민해방군 AI 워게임 전문가인 펑양허 대교(대령) 사건과 유사하다고 SCMP는 전했다.평양허는 후난성 창사에 있는 국방기술대(NUDT) 부교수로, 인민해방군의 워게임에 사용되는 AI 프로그램 ‘워 스컬’(War Skull) 1~2편 개발을 주도했다. 미국 하버드대와 아이오와대에서 유학한 그는 국방기술대에 재직하며 지난 10년 동안 30여개의 국가·지방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당시 그는 임무 수행 요청을 받고 베이징으로 이동해 택시를 탔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과학자도 최신 전투기의 엔진과 터빈 시스템에 사용되는 기술을 연구하다 고의로 고장 낸 렌터카 운전 중 사고를 당했다. 그의 비서 중 한 명이 연구 자료를 넘기기 위해 외국 스파이와 거래를 시도, 다른 과학자 세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 등도 드라마에 등장한다. 드라마 내용 중 등장하는 중국 방첩 당국은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스파이의 범죄 행위를 엄격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베일에 쌓여있던 국가안전부는 지난해 7월 개정된 반간첩법(방첩법) 시행 이후 SNS와 관영 매체를 통해 ‘간첩 식별법’, 자국을 겨냥한 외국의 간첩 활동에 경각심을 고취하는 등 활발한 홍보를 하고 있다.

이종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