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산업 질적 고도화”… 차세대 유망 기술 중심 재편한다

김범수 2024. 2.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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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정책 방향 공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
제조 기술까지 ‘稅혜택’ 확대
‘i-SMR’ 예산 9배 늘려 가속도
국내 제작 역량 강화 등 나서
‘탈원전’ 여파 인력 회복 등 관건
尹 “단지별 산단 개조 본격 추진”

‘탈(脫)원전 폐기, 원전 산업 생태계 회복’을 국정 기조로 내건 윤석열정부가 연구개발(R&D) 강화 등을 통해 글로벌 원전 최강국으로의 ‘질적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22일 제시했다. 국내 원전산업 재도약을 위해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다시 뛰는 원전 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 민생토론회에서 “생태계 온기 회복을 넘어 원전산업의 질적 고도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원전 최강국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윤석열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도 공개됐다. 정부는 원전 생태계 기업들에 대한 일감·금융 지원 등을 통해 중장기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현 정부는 원전 해체와 방사성 폐기물 관리 등으로 예산이 집행됐던 전 정부와 달리 4세대 원전 등 차세대 유망 기술을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향후 5년간 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조만간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형 원전의 ‘설계 기술’에 국한된 투자 세액공제 대상을 ‘원전 제조 기술’ 전반으로 넓힌다. 이를 통해 크고 작은 원전 생태계 기업들의 자체 투자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또한 차세대 원전으로 알려진 소형모듈원전(SMR)의 투자 세액공제 대상도 ‘제조기술 일부’에서 ‘전체 제조기술’로 확대한다. 세액공제 대상이 확대되면 원전 생태계 중소·중견 기업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현재의 10%, 3%에서 각각 18%, 10%로 늘어난다.

아울러 정부는 원전 업계의 일감을 추가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원전 업계에 공급된 일감 규모가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3조원, 올해 3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정부 이후 일감 부족으로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이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난해 12월 신한울 3·4호기 보조기기를 납품하기로 계약한 업체들의 계약금을 30%까지 선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특례제도도 시행한다. 또한 원전 업계를 대상으로 한 특별 금융 지원도 올해 1조원대 수준으로 강화한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창원·경남 지역을 SMR 클러스터로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SMR은 발전 용량 300메가와트(㎿)가량의 ‘미니 원전’으로, 일반적인 대형 원전 1기의 발전 용량 1000㎿의 3분의 1 수준이다. SMR은 원자로, 가압기, 증기 발생기 등이 분리되지 않은 일체형인 데다가 소형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이다. 또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할 수 있어 차세대 청정에너지 공급원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한국의 SMR 기술은 글로벌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테라파워와 소듐냉각고속로 기반 4세대 SMR 건설·운영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미국 뉴스케일파워, 한국수출입은행과 함께 세계시장 SMR 보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이날 SMR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세 가지 전략으로 독자 기술 개발, 선제적인 사업화 추진, 국내 제작 역량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우선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SMR인 ‘i-SMR’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년 대비 9배의 예산을 증액했다. 아울러 i-SMR을 포함한 다양한 노형의 국내외 사업화에 민간 기업들이 참여해 사업 체계와 전략을 올해 중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의 원전 기술이 글로벌 최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원전 생태계의 전문 인력과 기업 매출 회복 속도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원자력산업실태조사 따르면 원전 생태계 기업 매출은 ‘탈원전’을 내세웠던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23조8855억원에서 2019년 20조7317원으로 급감했다. 현 정권이 들어선 2022년 25조4234억원으로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2016년(27조4513억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줄어든 상황이다.

인력 역시 마찬가지다. 원자력산업 전체 인력 수는 2017년 3만7261명에서 2019년 3만5469명으로 줄었다. 2022년에도 3만5649명으로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 분야를 전공하는 예비 전문 인력도 신입생 기준 2017년 874명에서 2020년 666명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751명으로 소폭 회복하는 등 전 정권의 ‘탈원전’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尹, 민생토론회서 모두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열린 제14차 민생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년간 4조원 이상을 원전 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창원=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제가 취임 직후 창원을 방문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문재인정부의) 무모한 탈원전 정책으로 지역의 원전 업계가 한마디로 고사 상태였다”며 “이념에 매몰된 비과학적 국정 운영이 세계 일류의 원전 기술을 사장시키고 기업과 민생을 위기와 도탄에 빠뜨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될 정부 산단 개조 펀드의 규모를 2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며 “산업단지 킬러 규제 혁파를 위해 관련 법령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단지별 산단 개조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범수·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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