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원으로 11평 시골집 짓기 1

입지 조건, 조세특례, 비용 추산, 행정 절차 및 해당 기관 등
집 짓기 전 점검사항

은퇴 후 교외 지역에 농막이나 작은 주택을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원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축업과는 무관한 공무원 출신 방송국 PD가 고향 시골에 직접 집을 짓고 그 경험을 <이 PD의 좌충우돌 4천만원으로 11평 시골집 짓기>라는 책으로 펴내 서점가에서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 저자인 이상철 씨가 이번 달부터 3회에 걸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시골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사연을 연재한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사진 이상철 국악방송 프리랜서 PD
고향 시골에 집을 짓고 1년여가 지났다. 되돌아보면 주말에만 이용해 온 시골집은 내게 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에서 살아 온 내게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알게 했고, 고향을 멀리 떠나있을 때는 힘들었던 선조의 산소와 유산 관리를 가까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과 친척이 함께할 공간과 시간을 갖게 했고, 고향 분들과도 더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집을 짓는 것은 일생의 큰 결단
이런 전원생활의 유족함은 고향에 집을 지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시골집을 갖고자 하는 이유가 분명했고 또 고향이니까 마을분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일 아무런 연고 없는 곳에 집을 지었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쉽게 적응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책을 낸 이후에 시골집을 짓겠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나는 먼저 집을 갖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특히 그 집이 세컨하우스라면 앞으로 자주 이용할 수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라고 말한다. 많은 노력을 들여 전원에 아름다운 집을 짓더라도 그 집을 자주 찾지 못한다면 아까운 시간과 적잖은 돈을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일생의 큰 결단이다. 그런 큰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이유와 각오가 있어야 한다.
필자가 좌충우돌하며 시골에 지은 11평 규모의 시골집
작은 시골집을 짓더라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어디에 어떤 종류의 집을 지을 것인지를 신중하게 정하라
시골집을 짓기로 했다면 어디에 집을 지을 것인지 정해야 한다. 내 경우처럼 고향이라면 더 좋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최소한 연고가 있는 곳에 집을 짓기를 권한다. 시골은 도회지처럼 이사를 자주 갈 수 없는 곳이기에 한번 자리를 잡으면 평생 이웃으로 살아야 한다. 마을에서 동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면 오랫동안 살고 있는 마을분들의 공동체 속에 들어가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 좋은 이웃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그 분들에게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가까운 이웃은 먼 형제보다 더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만큼 집이 들어설 장소를 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세컨하우스라면 방문하기 어렵지 않도록 본가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 보통은 100km 미만 거리에 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집 지을 장소를 정했다면 이제 어떤 종류의 집을 지을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한때 인기가 있었던 농막은 주택이 아니다. 땅에는 그 땅의 용도를 정해 놓은 지목이 정해져 있는데 농막은 답이나 전, 즉 논이나 밭에서 농사를 짓다가 잠시 쉴 수 있는 6평 미만의 쉼터 공간이다. 원칙상 주거공간이 아니다.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인 대지에는 농막을 둘 수 없다. 나의 경우처럼 선조들이 살던 집터를 물려받았다면 그 땅의 지목은 대지일 것이며 그곳에는 주택을 지어야 한다. 주택에는 건평의 제한이 없다. 따라서 건축주가 원하는 크기와 구조로 마음껏 설계할 수 있다. 현재 귀어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농어촌표준주택 설계자료가 공개돼 있어서 시골집을 지을 때 참고할 수 있다.
농어촌 주택 관련 조세특례 꼼꼼히 챙겨봐야
시골집을 세컨하우스로 짓는다면 현행법상 1가구 2주택 중과세나 종합부동산세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점도 꼼꼼하게 미리 검토해봐야 한다. 현재 농어촌 지역 인구 감소에 따라 농어촌 주택 관련 조세특례는 완화되는 추세에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읍면 지역에 3억원 미만의 농어촌 주택을 취득해 3년 이상 보유하면 기존 주택을 매매할 때 양도세와 관련해 1가구 1주택 비과세 판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종합부동산세는 기존 주택과 농어촌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1인 9억원에 못 미칠 때는 해당되지 않는다.
건축비용 추산이 가장 중요
무엇보다 집짓기 전 점검사항 중 건축비용을 추산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겠다. 예상 비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건축이 마무리된다면 건축주는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건축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돌발 변수가 발생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절차가 추가될 수 있다. 그만큼 건축비용이 더 들어간다. ‘집짓고 10년 늙었다’는 말도 예상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나도 집을 짓기 시작할 때 주위로부터 건축비용이 예상했던 것보다 두 배는 더 들어갈 것이라는 말을 들어서 무척 긴장했었다. 다행히 나는 목수 아카데미에서 배워서 직접 집을 짓는 직영공사를 할 수 있어서 그나마 추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4천만원이라는 한정된 예산과 협소한 공간을 고려해 실내 레이아웃을 실용적으로 계획했다.
창을 통해 고향 시골의 그림 같은 전원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건축 절차와 해당 기관 파악해야
건축비용 추산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는 건축 절차와 함께 과정별 인허가 기관이나 담당 기관을 파악해두고 수시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건축 절차는 간단히 말하면 해당 군청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설계대로 공사를 마친 이후 다시 군청에 준공, 즉 사용승인을 받는 과정이다.
건축사사무소는 설계부터 건축행정 절차를 대행해주는데 단계별 해당 기관은 다음 도표와 같다.
작은 시골집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예상대로 건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점검해야 할 것들이 많다. 나도 이런 모든 절차를 파악한 상태에서 건축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집을 한 채 짓고 나중에야 알게 된 것들이 많다. 내가 좌충우돌하면서 뒤늦게 알게 된 것들이 앞으로 집을 지을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집 짓고 10년 늙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텃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은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다.
시골집을 짓기로 했다면 좋은 이웃을 만나고 싶어하기보다는 자신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