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조용한 완벽함’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했던 렉서스 LS. 1989년 1세대 모델은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일본차의 고급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다. LS는 단숨에 렉서스를 프리미엄 브랜드 반열에 올렸고, 정숙성과 품질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상황은 달라졌다. 최신 LS는 예전만큼의 위상을 갖지 못한 채, 독일 3사의 강력한 경쟁 속에 밀리고 있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디자인부터 되짚어야 한다. LS는 최근 스핀들 그릴 중심의 화려한 외관으로 논란을 빚었다. 고급스러움보다는 과장된 선과 라인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반면, S클래스와 A8 등 독일 경쟁 모델들은 절제된 우아함과 정제된 캐릭터를 고수하며 꾸준한 신뢰를 얻고 있다. LS가 풀체인지를 통해 진정한 ‘플래그십 세단’으로 거듭나려면, 일본 특유의 정밀한 디테일과 절제미를 앞세운 디자인으로 본질적 품격을 회복해야 한다.

파워트레인도 중요한 요소다. 하이브리드 기술에서는 여전히 렉서스가 강점을 가지지만, LS500h는 정숙성은 뛰어난 대신 주행 성능 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반면 독일차들은 고성능 가솔린, 디젤, PHEV, MHEV 등 선택지를 다양화하며 퍼포먼스까지 잡고 있다. LS는 차기 모델에서 고출력 하이브리드, 세련된 6기통 가솔린, 강력한 전동화 라인업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숙성과 승차감에서도 완성도 높여야 한다. NVH 품질은 LS의 핵심 강점이었지만, 최근엔 경쟁 모델 대비 다소 평범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에어서스펜션, 진동 차단 기술, 안락한 시트 구조 등 세부 요소에서 더욱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특히,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가는 차’라는 LS의 본래 정체성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디지털 UX에서도 개선이 시급하다. 불편한 터치패드 방식, 낡은 UI, 부족한 커넥티비티 기능 등은 풀체인지에서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 대형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음성 제어, OTA, 디지털 키, 스마트홈 연동 등 최신 인포테인먼트 사양이 빠짐없이 적용되어야만 한다.

끝으로, LS가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마케팅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유럽에서 렉서스는 여전히 벤츠보다 한 수 아래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차량 자체만큼이나, 전시장 경험과 서비스 품질, VIP 케어 등의 외부 경험까지 전면적으로 ‘프리미엄화’해야 한다. 자동차를 넘어서 브랜드 경험까지 고급화하지 않으면, LS는 다시 제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