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풀백은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 현대축구 비밀병기화

김세훈 기자 2025. 10. 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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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생제르맹(PSG) 포르투갈 수비수 누노 멘데스. AFP



현대 축구에서 ‘왼쪽 풀백’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측면을 따라 달려 나가 크로스를 올리는 오버래핑이 주 공격 패턴이었다면, 이제는 안쪽으로 파고드는 ‘언더래핑’ 풀백이 새로운 전술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고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이 30일 전했다.

올해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파리생제르맹(PSG) 포르투갈 수비수 누노 멘데스는 10위에 올랐다. 2002년 로베르투 카를로스(브라질) 이후 왼쪽 풀백으로는 가장 높은 순위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멘데스를 “세계 최고의 왼쪽 풀백”이라 평하며, 그를 전통적인 풀백이 아닌 ‘안쪽으로 파고드는 공격형 수비수’로 활용하고 있다.

그가 보여준 전형적인 장면이 바로 최근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전이다. PSG가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시작하자, 멘데스는 측면이 아닌 중앙 방향으로 침투했다. 윙어 브래들리 바르콜라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수비 라인을 완전히 무너뜨렸고, 불과 8초 만에 PSG의 공격을 수비 진영에서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끌고 갔다. 이 플레이로 PSG는 선제골을 만들었다. 엔리케 감독은 “멘데스 같은 선수가 상대의 압박을 드리블이나 패스로 벗겨내면 경기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축구 데이터 분석기업 스킬코너에 따르면,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왼쪽 풀백들의 언더래핑 횟수는 2018-19시즌 대비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크로스를 공격하는 움직임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풀럼 수비수 앤서니 로빈슨이 미국대표팀으로 뛰고 있다. AP



대표적인 사례가 풀럼 수비수 앤서니 로빈슨이다. 그는 지난 시즌 도움 10개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전체 수비수 중 최다 도움 4위에 올랐다. 로빈슨은 윙어 크리스티안 풀리식에 대해 “그는 팀에서 가장 위험한 공격수다. 내가 안쪽으로 파고들며 옵션을 만두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리버풀전에서도 로빈슨의 언더래핑이 빛났다. 그는 무함마드 살라흐가 중앙으로 들어가는 틈을 타 오른쪽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를 안쪽으로 끌어들이며 공간을 열었다. 이후 빠른 침투와 컷백으로 동점골을 이끌어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24-25시즌 동안 풀럼 왼쪽 풀백 앤서니 로빈슨이 공격 기회를 만들어낸 위치를 시각화한 그래프. 노란색 화살표는 실제 도움(10회)을, 회색 화살표는 전체 찬스 창출(43회)을 나타낸다. 로빈슨은 주로 왼쪽 하프스페이스와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파고드는 ‘언더래핑’ 움직임을 통해 크로스와 컷백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그의 시즌 기대도움(xA)은 4.2로, 90분당 평균 1.22회 찬스를 만들어냈다. 디애슬레틱



언더래핑은 단순히 새로운 패턴이 아니라, 현대 축구가 마주한 ‘밀집 수비 해법’의 결과물이다. 상대 수비가 중앙을 좁혀 압박하는 상황에서 풀백이 바깥으로만 움직이면 공격 루트가 예측되기 쉽다. 반면 안쪽으로 침투하면 상대 수비수 시야 밖으로 들어가며 ‘블라인드 러닝’을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비수는 공을 볼지, 러너를 볼지 순간적으로 갈등하게 되고, 그 틈에서 공간이 생긴다. 멘데스를 비롯해 데스티니 우도기(토트넘), 밀로시 케르케즈(리버풀), 리카르도 칼라피오리(아스널)는 모두 중앙 미드필더처럼 움직이며 ‘하프 스페이스’를 점유하는 공격형 풀백들이다. 아스널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조직력이 뛰어난 팀을 상대할수록, 수비 조직을 깨뜨릴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칼라피오리의 언더래핑을 높이 평가했다. 디애슬레틱은 “이제 왼쪽 풀백은 단순히 수비를 맡는 선수가 아니라, 팀의 공격 밸런스를 설계하는 전술적 축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중앙 수비수를 왼쪽 풀백으로 기용하는 ‘수비형 대체안’이 유행했지만, 최근엔 다시 드리블과 침투 능력을 갖춘 공격형 풀백들이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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