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운용, 스페이스X ETF ‘불참’…한화에어로 두고도 안 뛰어든 속사정

이민섭 기자 2026. 5. 3. 07: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장 과열·형제 분리 경영…"글로벌 대신 국내 낙수효과 베팅"
[사진=한화자산운용]

스페이스X 테마 ETF(상장지수펀드)가 쏟아지는 시장에서 한화자산운용이 불참을 선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라는 강력한 우주·방산 카드를 쥐고도 경쟁에 뛰어들지 않은 배경에는 시장 포화뿐 아니라 그룹 내 경영 분리 구조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화자산운용은 국내 중소형 우주 기업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트는 등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미국 우주항공 테마 ETF를 출시하며 시장은 이미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하나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국내 처음으로 관련 테마로 ETF를 상장시켰다. 이후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순으로 미국 우주항공 테마 ETF를 시장에 선보였다.

반면 한화자산운용은 관련 상품 출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시장에 유사 상품이 다수 포진한 데다, 현재 운용 중인 우주항공 ETF와 투자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한화자산운용은 2022년 3월 국내 주식시장에 'PLUS 우주항공&UAM'을 선보였다. 해당 ETF는 세트렉아이, AP위성 등 국내 기업 비중이 높은 한국형 우주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출시된 TIGER 미국우주테크는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등 글로벌 방산 및 우주 기업을 중심으로 스페이스X 생태계에 간접 투자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방산 역량을 활용할 경우 글로벌 우주항공 ETF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축으로 한 우주·방산 밸류체인은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한 수준"이라면서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우주 ETF를 설계한다면 기존 상품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단순 방산 기업을 넘어 우주 산업 플레이어로의 전환을 타개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과정에서 75톤급 엔진 생산을 맡으며 핵심 기술 확보에 기여한 데다, 고도화 사업에서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설계와 제작, 조립, 발사, 관제, 전 과정을 총괄했다.

특히 누리호 4차 발사부터 제작 총괄을 담당하며 사실상 발사체 개발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는 전환점 역할을 수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협력 역시 확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우주·항공 분야 협력을 추진하며 위성 및 발사 인프라 공동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화자산운용은 이 같은 시너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시장 포화, 상품 중복 부담 등을 이유로 관련 ETF 출시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과거 PLUS K-방산 ETF 출시 당시에도 그룹과의 시너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한화그룹 내 3세 간 경영권이 분리가 된 상황으로 계열사 시너지를 고려해 상품을 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그룹의 3세 경영 구도는 산업과 금융을 축으로 이원화된 구조를 띠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과 우주 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동원 한화생명보험 사장은 한화생명을 기반으로 한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을 맡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분구조를 보면 그룹 지배 정점에 있는 한화를 중심으로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직접 지배하는 구조인 반면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을 매개로 자산운용, 증권 등 금융 계열을 간접 통재하는 형태를 갖췄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주항공 ETF 시장이 단기간에 팽창한 만큼 향후 단순 테마형 ETF보다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ETF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관련 기업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했지만 상장 이후 상승 모멘텀이 분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화자산운용은 스페이스X의 상장이 민간 우주산업 본격화로 보고 관련 투자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김용철 한화자산운용 ETF운용팀 매니저는 "스페이스X의 상장을 계기로 우주 밸류체인 전반의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에서는 기술 낙수효과가 큰 중소형 기업을 중심으로 수혜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주와 실적 성장성이 확인된 기업을 선별해 포트폴리오에 담는 방식으로 우주산업 투자 기회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이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