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휘순이 맨손으로 북경오리를 때려잡을 때만 해도 북경오리는 생소한 단어였다. 그럴만하다. 중국 베이징의 대표 요리인 북경오리는 귀한 식재료이자 까다로운 요리로 꼽힌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쉽게 맛볼 수 없던 메뉴이기도 하다. 손이 많이 간다. 살과 껍질 사이 팽팽하게 공기층을 이루어 장시간 말리듯 익혀내야 하고 껍질에 특유의 향미유를 끼얹는 작업도 번거롭다. 그래서 가격도 높은 편이지만 맛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싹 사라진다. 북경오리, 어디서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팔레드 신
전체적으로 붉다. 마치 1930년대 상해에 온 것 같다. 레스케이프 호텔에서 동양의 멋이 물씬 풍기는 곳. 팔레드 신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광동식 요리를 베이스로 홍콩과 대만, 한국적인 요소를 더해 위트 넘치는 요리를 선보인다. 원래는 딤섬이 유명하지만 북경오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1마리에 16만 원, 3일 전에 예약은 필수다. 기름지고 바삭한 맛이 일품. 껍질 부분은 설탕에 찍어 먹으라고 안내해 준다. 느끼한 맛이 눈 녹듯 사라진다. 나머지 부분은 다른 식재료에 싸서 먹으면 된다. 북경오리를 주문하면 사천식 오리볶음, 북경오리 맑은 야채탕 등 최대 2가지 메뉴를 추가할 수 있다.
ADD 서울 중구 퇴계로 67 레스케이프 호텔 6층
호빈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2층에 자리한 고급 중식당으로 호빈(Haobin)은 ‘귀한 손님’이라는 의미다. 한국 중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자 57년간 광동 요리를 선보인 후덕죽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2024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1스타를 받았으며, 후덕죽 셰프는 멘토 셰프 어워드에도 선정되었다. 국내에서 불도장이라는 메뉴를 처음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호빈은 어향통해삼, 팔진초면 등이 유명하다. 이렇게 유서 깊은 곳에서 요리한 북경오리는 95점. 오점을 찾을 수 없다. 오리 껍질은 두껍지 않으면서 바삭한 식감이며 기름진 맛이 강하지 않아 깔끔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ADD 서울 중구 동호로 287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2층
모트32
JW메리어트 호텔의 홍콩 모던 중식 다이팅 모트32는 광동식 전통 요리에 서양식 미감을 더한 고급 요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북경오리가 유명한데 애플우드 훈연으로 특유의 상큼한 향을 은은하게 덧입힌다. 그래서 느끼하지 않다. 설탕만 살짝 찍어 즐기는 바삭한 껍질, 입에 넣자마자 바사삭 부서진다. 천천히 음미할 수 있도록 과정을 성세하게 안내해 주고 먹기 좋게 제공되기에 처음 북경오리를 경험하는 이들도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다.
ADD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176
에디터 박한빛누리 (프리랜서)
사진 팔레드 신, 호빈, 모트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