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니컬 스튜디오 삼의 정원이야기 (7)

2023년 여름, 운중동 주택단지 내에 있는 본 현장을 방문했다. 집 내부는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고 정원 조성이 필요한 공간들이 집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정원생활에서 가장 중심이 될 마당에는 전에 살던 분이 심어 놓은 다양한 나무와 꽃이 방치돼 있었다. 무덥고 습했던 날들 속에서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새로운 정원에서 다시 즐길 수 있어 보이는 나무도 일부 보였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위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면적 약 250㎡
기간 2023년 7월 ~ 10월
협업 SALADBOWL(샐러드보울 디자인스튜디오)

운중동 주택의 마당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외부 시선을 차단하는 일이었다. 이웃집과의 경계가 맞닿아 있는 주택단지이다 보니 옆집 내부의 창문을 통해 마당이 들여다보였다. 하지만 전체 공간이 인공 지반(정원 하부에 콘크리트가 있고 그 아래에 건물의 1층 공간이 있는 구조)이다 보니 큰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흙 깊이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클라이언트의 가족은 지금은 분가해서 살고 있지만 모였을 때 최대 10명이라는 구성원을 이뤘다.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평평한 포장공간이 있어야 했고 여기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살구나무와 공작단풍나무가 있는 정원 모습을 바랐다. 손주들이 뛰어놀 수 있는 평평한 잔디 공간도 요청사항으로 덧붙였다.

주변 조건을 고려한 수종 선택
약 2달 정도의 설계 기간을 가진 후에 가을이 돼서야 공사를 시작했다. 작업은 ① 기존 정원 덜어내기 ② 타일 포장 ③ 식재 공간 내 깨끗한 흙 채우기 ④ 크고 작은 나무 심기 ⑤ 꽃과 풀 심기 ⑥ 잔디 식재 ⑦ 조명 설치 ⑧ 마감 및 뒷정리 순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기존의 나무와 죽은 잔디 그리고 흙 등을 들어내는 작업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운중동 주택의 경우는 이웃집과 붙어 있는 구조일 뿐만 아니라 경사지에 집을 지었기에 가족 구성원이 주로 사용할 공간은 2층과 3층이었다.
1층의 외부 도로와 집의 2층 외부에 있는 마당 사이에서 철거한 식물과 흙은 빼내고 새로운 자재를 옮기기 위해서는 크레인을 사용해야만 했다. 이때 두 공간이 서로 시야에 닿지 않아 무전기를 사용해 붐대 위치와 높이를 조정했다. 집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테라스 공간에 자재를 나르기 위해서는 외부 계단과 실내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인력으로 운반했다. 그렇게 기초 정리를 마친 정원 공간에 새 흙을 채우면서 마감 레벨을 맞추고 주방에서 바로 마주하는 한쪽 영역에는 야외 다이닝 공간을 위해 타일로 마감했다. 이곳에는 다른 주택 공간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페데스탈공법(각관으로 기초를 설치한 후 그 위에 타일을 얹는 건식 시공 방법)을 적용했다.
마당의 양측과 이웃집으로부터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철제 화분을 규격에 맞춰 제작 설치하고 겨울에도 녹색을 띠고 있는 서양측백나무(문그로우)를 심었다. 문그로우는 블루엔젤, 스카이로켓, 블루에로우 등과 비슷한 긴 형태의 고깔콘 모습이지만 그중에서도 비교적 통통하게 자라는 특성이 있고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적당한 푸른 색조를 가지고 있어 주택 정원 화단에 자주 심는 수종 중 하나이다.

크고 작은 나무의 조화로운 식재
주택은 거실과 부엌의 폴딩도어를 통해 정원에 바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중앙에는 잔디 마당이 존재했고 그 뒤에는 크고 작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적당한 높이의 화단이 조성돼 있었다.
기존 수목의 대부분을 철거한 후 고객 요청에 따라 살구나무와 공작단풍나무를 포함해 낙상홍, 앵두나무, 함박꽃나무를 배치했다. 또 겨울에도 녹색을 유지하는 문그로우와 프랭키보이를 사이사이 배치해 사계절 내내 보고 싶은 정원으로 구성했다. 낮게 자라는 나무로는 무늬쥐똥나무, 콤팩트화살나무, 설구화, 장미조팝, 한라백당, 자엽중산국수(타이니와인)를 선택했다. 작은 나무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잎의 색과 질감이다. 모든 나무의 개화 시기는 짧으면 2주 정도 되며, 평균적으로 한 달 내외이기에 나머지의 시간은 나무의 형태와 잎의 관상 가치가 중요하다.
무늬쥐똥나무는 흰 꽃이 아주 작게 피지만 그 외의 계절에는 옅은 녹색에 흰 줄무늬가 있어 전체적으로 밝은색을 띠고 있어 정원을 환하게 한다. 자엽중산국수(타이니와인)는 말 그대로 자주색 잎이 아주 매력적인 식물로, 초록색이 가득한 화단에 적당히 섞어서 심으면 무게감이 생긴다. 콤팩트화살나무는 크고 거친 형태로 자라나는 화살나무와 다르게 안정적인 모습으로 자랄 뿐만 아니라 가을에 단풍색이 매우 곱다. 이 세 가지 수종은 관리하기도 쉬우므로 정원 식재 수종으로 적극 추천하는 편이다.
빈틈을 적절하게 채워 주는 꽃 계획
작은 나무를 식재한 후에는 덩어리 감이 있어서 화단의 빈틈을 채워 주는 배경 식물인 수크령, 털수염풀, 풍지초, 리모타사초를 심었고 그 사이사이 초여름에 연보라색 꽃이 피는 긴산꼬리풀, 늦여름에 짙은 보라색으로 꽃이 피는 잉글리쉬라벤더, 가을에 각각 적당한 높이로 분홍색과 보라색 꽃이 피는 대상화와 층꽃을 심었다. 정원 조성 당시 봄에 피는 꽃을 소량으로 구하는 게 쉽지 않아 다음 해 봄에 정원 관리를 들어갔을 때 추가로 봄/여름꽃을 심어 드렸다. 지금까지도 정기 관리를 통해 우리가 생각한 정원 모습을 꾸준히 잘 유지하고 있다.
그 외에 집안 곳곳에 있는 테라스 가든 중에서 1층 출입구에 있는 외부 화단은 기존에 있던 나무와 잡초를 정리하고 나서 화산석 자갈(흑색 계열)로 새로 덮고 누전으로 인해 망가진 조명을 전면 교체했다. 서재 옆 창문으로 보이는 온실 구조의 테라스 공간에는 빈티지 느낌의 화분에 다간형(가지가 아래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나눠진 형태)의 당단풍나무를 심어 공간을 가득 채웠다. 2층과 3층 실내에는 여인초와 아랄리아를 화분에 심어 싱그러움을 더했다.
특별히 공들여 작업한 곳은 3층 메인 테라스 공간인데 둥근 형태의 철제 화분을 디자인 제작하고 그 내부에 자연스러운 형태의 올리브나무와 실내 관엽 식물을 같이 심었다. 이때 화분 색은 주변 마감 색과 조화롭게 옅은 레몬색으로 분체 도장을 했으며, 전체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고심해가며 식물 조합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