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결혼 후 연락 안 했다"던 이종호... 도이치 수사 착수 후 40회 통화기록

정준기 2024. 9. 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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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사단장 구명의 핵심인 이종호와
2020년 9,10월 집중적으로 통화·문자
이종호는 "김 여사 측 직원과 통화" 주장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2일 체코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 사건 검찰 수사 개시(2020년) 직후 김건희 여사 휴대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이 발견됐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이었다. 이 전 대표는 "김 여사 아닌 다른 직원과 연락했다"고 해명하지만, 이 전 대표가 ①도이치 주가조작 ②해병대 사단장 구명 두 의혹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 간 직간접 접촉은 김 여사의 연루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휴대폰과 김 여사 휴대폰 사이에 2020년 9~10월 약 40회 연락이 오고간 통신 내역을 확인했다. 이때는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거듭하던 시점이다. 또한 검찰이 고발장 접수 5개월 만에 고발인 조사에 나서면서 수사를 시작한 때와 겹친다.

첫 전화는 고발인 조사를 예고하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인 9월 23일 김 여사 연락처로 먼저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주일간 36차례 통화와 문자가 오갔다고 한다. 또 검찰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 전인 10월 5일과 6일에 세 차례, 추미애 장관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에 대한 윤석열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다음 날인 10월 20일에 한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 사건 '2차 주포'(설계자) 김모씨와 함께 2단계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억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선 김 여사 계좌 중 두 개가 그의 회사에 일임돼 주가조작에 사용됐다는 점이 인정됐다. 김 여사 계좌 거래 정보 등을 담은 '김건희 파일' 역시 그의 회사 업무용 컴퓨터에서 압수됐다.

이 때문에 그가 과거부터 김 여사와 밀접한 소통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올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그때도 주변인들에게 김 여사와 친분을 과시했던 이 전 대표의 발언이 도화선이었다. 다만 그는 논란이 불거지자 "허풍으로 인한 오해"라고 해명했고, 당시 본보와의 통화에서도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이) 결혼한 뒤로는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3일 통화에서도 이런 입장을 유지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이런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아서 질문에 답해줘라'고 말하기에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고, 당시 상대방은 '김 여사 직원'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통화 내용에 대해선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물어보는 내용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검찰에도 이렇게 진술했다는 게 이 전 대표 주장이다. 그는 '직원'이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모른다"고 말했다. 당시 김 여사는 코바나컨텐츠 대표였다.

연락이 오갈 때 윤 대통령의 직책과 도이치 수사 개시 상황을 고려하면, 이 전 대표가 주가조작 수사와 관련한 민원을 하거나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말을 맞추려고 연락했다는 의심을 살 여지도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윤 대통령이 장관 지휘권 행사나 감찰 검토 등으로 압박받으면서 스스로를 '식물총장'이라고 자조하던 상황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이 전 대표가 △정말 김 여사가 아닌 김 여사 측 직원과 통화한 것인지 △당시 구체적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연락은 없었는지 등의 추가 의문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규명돼야 할 것들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본건은 항소심까지 끝났지만, 검찰은 아직 김 여사의 연루 의혹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2심법원은 김 여사와 비슷한 상황인 '전주'(돈줄) 손모씨에 대해 시세조종 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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