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따로 있다” 거짓말한 정유정... CCTV·폰 들이밀자 자백했다

부산/박주영 기자 2023. 6. 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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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이 시신유기 시켜” 주장도
범행 후 CCTV엔 ‘경쾌한 발걸음’
지난 26일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이 범행 후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여행용 가방을 챙겨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가고 있는 모습. /부산경찰청

과외 아르바이트 앱에서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경찰에 붙잡혔을 당시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며 거짓말로 경찰을 속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부산 금정경찰서와 본지 취재 등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달 27일 오전 6시쯤 경찰에 붙잡힌 뒤 첫 조사에서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고, 나에게 피해자로 살게 해 줄테니 시신을 유기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이 방범카메라(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범행 시간대 정유정 외에 피해자의 집을 드나든 사람이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초기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그랬다’는 등 횡설수설하며 범행을 부인했다”며 “그러나 CCTV와 본인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 증거를 제시하고, 가족들이 설득하자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결국 “범죄수사물이나 범죄 관련 서적 등에 몰두하다가 ‘살인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30분쯤 교복을 입고 중3 학생으로 위장한 채 “과외 상담을 받겠다”며 부산 금정구의 피해자 집을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시신 중 일부를 경남 양산시 낙동강변 풀숲에 버린 혐의로 사흘 뒤인 29일 구속됐다.

지난 2일 검찰에 송치되면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상태로 기자들 앞에 선 정유정은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고 했느냐는 질문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정유정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자기 집으로 돌아가 시신을 유기할 여행가방과 시신을 훼손할 도구 등을 챙겨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범행 때 입은 교복은 갈아입었고, 발걸음은 경쾌한 모습이었다. 이 모습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행 후 동선이 노출되거나 피 묻은 가방을 들고 택시를 타는 등 행동을 보면 살인만을 목표로 삼아 이후 일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이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 온라인으로 습득된 정보 등으로 살인에 대한 판타지만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정유정 사건 이후 과외 교사 중개 앱 탈퇴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회원 수 167만명인 A앱 업체 관계자는 “6월 1일 이후 탈퇴한 교사 회원이 수백명가량 된다”며 “안전 대책을 강화하지 못해 회원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앞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실명 인증을 반드시 하고, 교사 프로필의 거주 지역 등을 가릴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21)은 “소식을 듣고 너무 찝찝해 과외 앱을 탈퇴했는데, 혹시 탈퇴 후에도 개인 정보가 남을까 두려워 업체에 문의를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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