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대체 커피'를 마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먼센스] 잠이 덜 깬 피곤한 아침,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 커피 대신 다른 선택지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순간적인 각성보다 장기적인 건강을 중시하는 해외 Z세대를 중심으로 카페인 없는 '대체 커피'가 새로운 음료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대체 커피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버섯 커피'다. '사자갈기버섯 콜드브루', '차가버섯 카푸치노' 등 커피 원두 대신 약용 버섯 추출물을 활용한 음료다. 카페인 없이도 커피와 비슷한 풍미를 즐길 수 있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성분까지 함유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카페인 지터 현상' 피하는 소비자들
버섯 커피 열풍은 '카페인 지터(caffeine jitters)' 현상에 대한 피로감에서 출발했다. 카페인 지터란 카페인을 과잉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손 떨림, 심장 두근거림, 불안감, 그리고 각성 이후 찾아오는 에너지 급락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러한 부담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카페인 없는 기능성 음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Z세대에서 두드러진다. 미국 커피 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커피 소비자의 65%가 스트레스 완화나 면역 지원 같은 기능성 효과가 있는 음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버섯 커피 시장이 연평균 5% 이상 성장해 2035년까지 약 55억 달러 규모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체 커피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카페인 함유량을 최소화한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연간 수입량이 최초로 연간 1만 톤을 넘어섰다. 일반 커피 수입 중량은 2년 연속 감소세인 것과 대비되는 추세다.
버섯부터 치커리까지, 대체 커피의 세계

대체 커피 카테고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버섯 커피다. 영지버섯·차가버섯·사자갈기버섯·동충하초 등이 주로 사용되며, 이 버섯들에 함유된 어댑토젠과 노트로픽 성분이 면역력 강화와 스트레스 저항 및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섯 커피는 커피 원두와 일정 비율을 섞어 마시는 게 일반적이지만, 100% 버섯 추출물로만 만든 것도 있다.
어떤 버섯 추출물이 쓰였느냐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효능도 조금씩 다르다. 사자갈기버섯은 뇌 기능과 인지 능력 향상에, 차가버섯은 면역 조절과 항산화 효과에, 영지버섯은 코르티솔 수준을 안정시키는 진정 작용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각각 주목받는다.
버섯 외에도 다양한 식물성 재료들이 대체 커피의 원료로 활용된다. 치커리, 민들레, 카카오, 보리 등이 대표적이다. 치커리 커피는 치커리 뿌리를 갈아 볶아 만든 음료로 프리바이오틱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까지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카카오를 활용한 대체 커피도 있다. 카카오 원두를 저온에서 천천히 볶아 만든 분말을 활용하며 카페인 함량은 커피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마그네슘이 풍부해 몸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다크 초콜릿 향이 나 음료 자체의 풍미도 좋은 편이다. 이 밖에 보리를 볶아 만든 오르조(Orzo) 커피도 꾸준히 사랑받아온 카페인 프리 선택지다.
디카페인 커피와는 어떻게 다를까. 디카페인은 커피 원두에서 카페인을 화학적 공정으로 제거한 것으로, 소량의 카페인이 잔존한다. 반면 카카오 커피 외 버섯과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든 대체 커피는 카페인이 사실상 제로다. 여기에 면역력·집중력·스트레스 저항 등 다양한 기능성 성분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대체 커피, 맛은 어떨까
아무리 건강에 좋더라도 맛이 없으면 꾸준히 마시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체 커피의 맛은 어떨까. 해외 커피 전문 매체들의 리뷰에 따르면 버섯 커피를 맛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보다 커피에 가까운 맛이 난다"고 평가한다. 특별한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도 있다.
처음에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반 커피보다 산도가 낮고 쓴맛이 부드러워 오히려 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후기도 많다. 치커리 커피는 우유나 귀리 음료를 더해 라테처럼 즐기기 좋고, 보리를 볶아 만든 오르조는 일반 커피와 가장 비슷한 맛을 내 대체 커피를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무난한 입문 선택지로 꼽힌다.
'원두 없는 커피'를 파는 브랜드들
해외에서 무카페인 대체 커피를 이끄는 브랜드로는 티치노(Teeccino)가 있다. 카롭·치커리·보리를 볶아 만든 베이스에 사자갈기버섯·영지버섯·차가버섯 등 버섯 추출물을 더한 제품으로, 드립·프렌치 프레스·에스프레소 머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해 마실 수 있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산스(SANS)가 대표적이다. 국내 최초로 원두 없이 커피의 맛과 향을 구현한 대체 커피 브랜드다. 대추야자씨앗·치커리 뿌리·호밀·보리 등 12가지 천연 원료를 발효 공정으로 조합해 아메리카노 특유의 쌉쌀한 풍미와 산미를 구현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상설 매장 '산스 익선'을 운영 중이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서 팝업 스토어도 열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10회 음용 분량의 원액 '산스 에센셜', 오트크림라테, 산스메리카노 등이 있다.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체 커피 제품으로는 국내 건강식품 브랜드 글루컷의 '오르조 워터'가 있다. 이탈리아산 보리를 주원료로 한 무카페인 음료로, 찬물에도 침전 없이 잘 녹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마실 수 있다. 카페인을 피해야 하는 임산부나 카페인에 민감한 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오르조와 복숭아 풍미를 블렌딩한 '오르조 아샷추'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무엇을 마시느냐가 자신의 취향과 생활 방식을 드러내는 시대다. Z세대는 음료도 하나의 자기 관리 수단으로 소비하며, 건강한 삶을 위한 일상의 선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메리카노에서 버섯 커피로 아침을 깨우는 한 잔의 변화 역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보여주는 작은 신호다.
정효림 기자 jhlim@seoulmedia.co.kr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