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

2025. 3.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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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엽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단순히 기술 혁신을 넘어 글로벌 AI 산업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딥시크는 최신 AI 모델 '딥시크-V3'를 학습시키는데 약 557만 달러(약 80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메타의 최신 AI 모델 '라마3(LLaMA 3)' 개발 비용의 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AI 학습에 필수적인 고성능 칩의 대중국 수출이 통제된 상황에서, 중국의 스타트업이 저사양 칩과 자국의 기술만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주장은 글로벌 AI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AI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고성능 GPU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고사양 GPU 시장을 주도하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17%가량 급락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곧 반전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번스의 역설'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제번스의 역설이 다시 작용하면서, AI가 더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엄청난 사용량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딥시크가 촉발한 가성비 AI의 등장이 오히려 AI 시장을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제 AI 기술이 소수가 독점하던 기술 영역을 넘어, 산업과 일상의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제번스의 역설은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가 그의 저서 '석탄 문제(The Coal Question)'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유한한 에너지 자원의 고갈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자원 소비가 많이 증가한 것이 기술 혁신으로 인한 효율성(또는 경제성) 향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석탄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급격한 석탄 소비가 자원 고갈로 이어지진 않을지 우려했고, 많은 개발자가 증기기관의 효율을 향상해 석탄 소비를 줄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석탄 사용량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증기기관의 효율이 향상되면서 비용이 절감되었고 공장, 철도, 선박 등 다양한 분야로 사용 범위가 확산되었다. 결국 석탄을 소비하는 산업 분야가 더욱 확대되면서 석탄 소비를 더욱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제번스는 이를 통해 기술 혁신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산업 전반의 수요가 증가하여 오히려 에너지 소비가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즉 기술 효율이 향상되면 산업 전반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혁명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자동차의 엔진 효율이 개선되면서 동일한 비용으로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자동차를 더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이는 교통량의 폭발적인 증가와 관련 산업의 확대로 이어졌다. 연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석유 정제와 공급 산업이 성장하였으며, 교통량의 증가는 도로 건설과 관리 등 교통인프라는 물론,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 산업까지 발전시켰다.

제번스의 역설을 기술 개발에 적용해 본다면, 기술의 진입 장벽이 낮아질수록 혁신이 가속화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AI 개발은 거대 자본과 첨단 인프라를 보유한 주요 대기업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AI 산업에서도 비용 효율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AI 개발과 활용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물론, 개인 개발자들까지도 AI 개발과 관련 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기술 생태계는 예상치 못한 혁신적 응용과 발전을 촉발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AI 기술 개발은 소수의 뛰어난 인재에게만 집중하기보다 개발과 활용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것이 어떨지 생각해 본다. 그 누가 알까, 혹시 방구석 개발자가 AI 산업의 선구자가 될 수 있을지도. 박근엽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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