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 33곳 대변인… "정부와 소통, 현안 함께 해결"
[인터뷰…공감] 경인지역 총장들 대표하는 이원희 한경국립대 총장
시급한 현안에 '학령인구 감소·수년째 학비 동결·역차별' 등 꼽아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게 구성원 비율 조정·교육방식 개편 주장
외곽지역 낙후학교 규제완화 해법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 제시
"경인지역 대학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다양한 현안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데 진력을 다하겠습니다."
경인지역총장협의회는 지난 2월 정기총회를 통해 제10대 회장으로 한경국립대 이원희 총장을 선출했다. 임기는 지난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1년이다.
경인지역총장협의회는 경기도와 인천시에 소재한 4년제 대학교 총장들이 대학 발전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2014년 4월에 창립한 단체다. 정기총회와 회장단 회의, 정책 세미나 등을 통해 경인지역 대학들의 교육 환경 개선과 발전 등에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4년 4월 현재 한경국립대를 비롯해 강남대, 성결대, 경기대, 한국항공대, 가천대, 인하대 등 33개 대학 총장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 총장이 기라성 같은 경인지역 대학 총장들 사이에서 절대적 신임을 받아 만장일치로 회장에 선출된 것에는 이 총장의 이력이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시대에 수도권 소재 대학들이 처한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및 지자체와의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행정학 박사로서 2020년에는 제55대 한국행정학회 회장 등을 역임해 정부와 지방정부, 지자체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력 체계가 구축돼 있는 이 총장이 적임자로 낙점된 것이다.
이 총장은 이러한 경인지역 총장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임기 동안 대학과 정부 및 지자체 간의 가교역할에 주안점을 두고, 수도권 대학들의 현안 문제를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이 총장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각 대학들의 새로운 교육환경 변화와 적응방법', '수십년째 동결된 등록금 문제', '수도권 정비법에 따른 각종 규제로 인한 역차별 문제' 등을 꼽았다.
먼저 이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 문제의 해법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만큼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시대의 변화상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며 "과거 대학은 고등교육 즉 엘리트 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게 대학 구성원 비율이 고교 졸업생 50%, 외국학생 30%, 평생교육생 20%로 맞춰져야 하며, 그에 따른 교육방식과 과정도 개편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또 이 총장은 다소 예민한 등록금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총장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 문제는 예민할 수밖에 없지만 현재 대학들이 양질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라며 "각 대학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20여년간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에서 저출산 문제로 학생 수까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물가대비 상승률을 고려해 소폭이라도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재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환경이 제공되기 힘든 상황임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 총장은 경인지역 대학들의 숙원인 수도권 정비법에 따른 각종 규제 완화에 대한 해법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을 제시했다.
이 총장은 "사실 수도권 정비법으로 인한 각종 규제로 인해 경인지역 대학들이 지방 대학과 비교해 역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수긍할 만큼 잘 알려져 있는 문제"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신실해 경기도 외곽지역에 위치한 대학들을 수도권에서 제외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총장은 "실질적으로 경기도 외곽지역에 위치한 대학들은 수도권이라 볼 수 없을 만큼 환경적으로 낙후돼 있는데 반해 행정법상 수도권으로 분류돼 대학 발전에 많은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며 "수도권 정비법의 취지는 난개발과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교육은 그 문제와 무관한 만큼 정부와 지방정부에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또 임기 동안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이하 RISE사업·Regional Innovation System Education)사업의 성공과 그에 따른 대학별 공유플랫폼 구축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장은 "RISE사업은 지자체들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와 맞춤형 규제 완화를 통해 지자체와 대학, 기업 등이 협력해 동반 성장을 이끌어 내는 제도로 지난해 2월 경상남·북도와 대구, 부산, 전라남·북도, 충청북도 등 7개 지역이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는 그 범위가 수도권까지 넓혀질 계획"이라며 "RISE사업의 성패는 그동안 각자도생의 길을 걷던 경인지역 대학들이 각 대학의 특·장점을 활용한 공유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쉽게 말해 각 대학에 중복된 학과들이 즐비하지만 그 위상은 각자 다르다"며 "우리 대학의 경우 농업과 생명공학이, 아주대와 가천대 등은 의료 분야가, 평택대 등은 사회복지 분야 등이 우수한 만큼 RISE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이러한 분야별 지원 사업이 중복되지 않고, 특·장점을 가진 대학들에게 효율적으로 배분해 지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연계 협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장은 경인지역 이외에 전국에 산재한 대학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총장은 "국내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는 물론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유발된 위기를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며 "다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을 갖고 대응한다면 각 대학이 처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 총장은 "지금까지 대학은 표준화된 인재 양성이 주된 목표였지만 대한민국의 산업구조 개편에 따라 산업이 복합화된 만큼 대학의 기능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우리 대학들은 교육 방식의 재구조화를 통해 융·복합화 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특히 이 총장은 "코로나19 시대에 어쩔 수 없이 비대면 화상 수업 방식이 도입됐지만 이를 낭비라 생각하지 않고, 화상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구축된 플랫폼과 강의 동영상 자료 등이 축적돼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또한 산업구조가 복합화 된 만큼 단순히 '농업학과'라고 해서 농업 재배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컴퓨터학과'에서 배우는 컴퓨터 기술까지 교육시키는 'AI농업학과' 등을 신설해 현 시대가 요구하는 '스마트팜'을 현실화할 수 있는 만능형 인재를 양성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
■이원희 경인지역총장협의회 회장은?
▲1962년 부산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박사 취득(1987년·1994년)
▲국회 입법조사분석실 연구관(1993년)
▲한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임용(1996년~현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 연구센터 소장(2014년)
▲제55대 한국행정학회 회장(2020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2021년 6월~현재)
▲한경대학교 제8대 총장(2021년 10월~2023년 2월)
▲한경국립대 제1대 총장(2023년 3월~현재)
▲경인지역대학총장협의회 회장(2024년 3월~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