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웠던 시즌도 끝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각종 시상식도 막을 내렸다.
‘선수들의 시간’이 찾아왔다. 알아서 잘해야 하는 시간이다.
휴식의 시간이지만, 마무리캠프에서 흘린 땅이 아까워서라도 쉴 수 없는 이들이 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규성과 포수 한준수에게는 그런 겨울일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 1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치렀다.
이범호 감독이 ‘지옥의 캠프’를 예고하기는 했지만 “이게 맞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예상 이상의 훈련이 전개됐다.
그럼에도 두 선수는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마무리 훈련이 실력이 늘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운동량을 많이 가져가면서 기량을 키워야 한다.”
두 사람은 같은 목소리로 훈련을 통한 ‘성장’을 다짐했다.
김규성은 이런 훈련의 힘을 안다.
올 시즌 KIA에서 개막 엔트리부터 최종전 엔트리까지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은 세 명 중 한 명인 김규성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도 ‘악’ 소리 나게 훈련을 했었다.
“신기한 것을 보여주겠다”며 언더셔츠를 쥐어짠 김규성, 이내 땀이 물처럼 뚝뚝 떨어졌었다.
그에 앞서 2023년 겨울에는 호주리그를 찍고 바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도 했었다.
2025년, 첫 풀타임 시즌이 끝난 뒤 김규성은 다시 장비 가방을 챙겼다.
그는 10월에는 울산으로 가 KBO 가을리그를 뛰었다. 후배들의 부상 여파 속 초반 엔트리를 채우는 역할을 해줬다.
그리고 11월에는 오키나와가 김규성의 행선지였다. 쉴 틈 없이 달렸던 시즌, 그에게는 ‘마무리캠프 주장’이라는 역할도 주어졌었다.
이어진 강행군에도 김규성은 감사의 인사를 했다.
김규성은 “올 시즌 길고, 솔직히 힘들었다”면서도 “감사하다. 앞서 마무리캠프, 호주리그도 다 갔었다. 구단, 프런트, 관계자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저를 필요로 하니까 호주리그도 보내주셨기 때문에 잘 해야 한다. 그만큼 보답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준수에게도 이번 비시즌은 특별하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보내는 첫 겨울이기 때문이다.
한준수는 지난 10월 ‘깜짝’ 득녀 소식을 전했다. 13일에는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가장이 됐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라면서 웃은 한준수에게는 목표가 생겼다. ‘야구를 잘하자’가 한준수의 목표다.
가장으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야구를 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아이를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면 대충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2025년이었지만 선수 한준수로 보면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었다.
‘공격형 포수’의 모습도 완벽하게 보여주지 못했고, 수비라는 고민도 풀어야 한다.
이번 겨울은 한준수에게는 갈림길이다.
김태군이 노련함으로 안방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승택이 FA 선수가 돼 KT로 떠났지만 시즌 막판 주효상의 어필 무대가 있었다. 마무리캠프에서 권혁경이 원점에서 재무장을 했고, 국방의 의무까지 끝내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신명승과 김선우도 있다.
김규성은 “준수도 작년에 잘했으니까 올해는 변화를 하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시도가 잘 안된 거라고 생각한다. 준수가 올해는 안 됐지만 내년에는 더 모습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한준수의 올 시즌을 이야기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되려면 이번 겨울이 그만큼 중요하다.

중고참 선수로 마무리캠프를 이끌었던 이들은 내년 시즌 KIA의 중요한 허리이기도 하다.
올 시즌 ‘임시 주장’으로 위기의 팀을 하나로 묶었던 박찬호의 공백. 단순한 플레이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도 해야 하는 역할이 늘었다. 딱 그럴 나이와 연차다.
같은 마음으로 마무리캠프를 치렀던 이들에게는 또 다른 ‘같은 마음’이 있다.
마무리캠프 참가 선수 중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야수는 김규성과 한준수 둘뿐이었다.
그저 보는 것으로, 말로 하는 것만으로는 ‘가을잔치’가 얼마나 특별한지 모른다.
이들은 찬란한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에 “또 뛰고 싶다”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 가을 다른 이들의 잔치를 지켜봤다.
또 다른 큰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린 김규성과 한준수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후배들을 지켜보기도 했다.
야구는 팀스포츠이기 때문에, 뒤에 있는 선수들이 없다면 영광의 순간을 맞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의욕적으로 후배들을 응원하고 함께 달렸다.
마음은 같지만 이들이 추구해야 하는 것과 장단점은 다르다. “서로 합치면 100억 포수와 내야수가 될 것이다”며 웃음을 터트린 두 사람.
김규성은 한준수의 자신감과 타격이 부럽다.
김규성은 “돌아보면 나는 조급했던 게 많았다. 그래서 위축되기도 했고, 내 플레이를 소심하게 하면서 못 보여준 것도 있었는데 준수를 보면 자신의 플레이를 하면서 어필을 했다”며 “‘나도 저렇게 해야 했었는데’라는 후회도 했고, 그런 것을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수비에서 조금만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송구도 그렇고 확률만 조금 올라와 주면 10년은 KIA의 주전포수가 될 것이다”라며 한준수를 응원했다.

한준수에게 김규성은 수비가 부러운, 포수로서 고마운 선수다.
한준수는 “규성이 형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선수다. 안 다치는 것도 실력이다”며 “수비가 부럽다. 수비를 잘해야 시합을 나가는 것이니까 제일 부럽다. 수비가 된다는 것은 시합을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비로) 1점을 막아준다는 게 투수한테도 좋고, 팀한테도 좋은 것이다”라고 김규성의 강점을 이야기했다.
김규성의 임팩트 있는 주루도 빼놓을 수 없다.
주루는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바꾸는 비장의 무기다. 짜릿했던 홈스틸 그리고 올 시즌 그라운드 홈런까지.
“앞만 보고 뛰더라”면서 그라운드 홈런 장면을 떠올린 한준수는 “정말 잘 뛴다고 생각했다. 홈스틸도 임팩트가 있었다”고 김규성의 또 다른 힘을 이야기했다.
김규성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타석에서의 역할이다.
한준수는 “방망이만 잘 치면 경기 쉬는 날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며 “둘 다 잘하면 좋겠지만 부족하니까 우리가 마무리캠프에서 훈련한 것이고, 보완할 점을 알고 있으니까 내년 좋은 시즌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확실한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힘들지만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는 두 사람.
어떤 겨울을 보낸 뒤 어떤 시즌을 맞이할 지 궁금하다.
진짜 훈련은 지금부터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