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0.5평 값이 7999원에, 경매 시장에 무슨 일이
찬바람 부는 경매시장
전남 완도에 있는 반 평짜리 땅이 역대 경매 사상 최저 가격인 7999원에 낙찰됐다. 직장인 점심값 정도 가격으로 땅을 산 것이다.
15일 경공매 데이터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남 완도군 금당면 가학리 1.8㎡(약 0.5평) 도로가 지난달 29일 7999원에 낙찰됐다. 전체 7㎡(약 2.1평) 중 채무자 지분인 4분의 1이 경매에 나왔다.
최초 감정가는 1만4525원, 3회 유찰 후 최저가격은 6000원까지 내려간 상황이었다. 채권자가 청구한 금액은 7000만원으로 채무자가 보유한 여러 물건에 대해 한 번에 경매를 신청하면서 이 땅도 경매에 넘어가게 됐다. 토지를 사들여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완도 인근 땅값이 낮아 감정 가격부터 낮게 책정됐다.
부동산 경매 시장에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낙찰률은 떨어져 침체 분위기다. 금리 여파로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2022년보다 61% 늘어난 10만5614건으로 집계됐다. 이 건수가 10만건을 넘어선 것은 2014년(12만4253건) 이후 9년 만이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할 때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을 뜻한다. 통상 3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되면, 별도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2020년 시중금리가 낮을 때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산 이른바 ‘영끌족’들이 고금리를 버티지 못해 임의경매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 사기 피해 주택도 상당수 임의경매에 넘어갔다. 집합건물 임의경매 등기신청 건수를 시도별로 보면 경기 지역이 총 1만1106건으로 전년(5182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임의경매가 폭증한 영향이다. 전세 사기가 많았던 수원시는 지난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건수가 전년(352건)보다 181% 급증한 990건을 기록했다.
새해 들어서도 매물은 쏟아지고 있다.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5117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3910건)과 비교해 30.8% 늘어난 수치다.
경매에 나온 물건 중 주인을 못 찾은 물건도 늘고 있다. 15일 법원경매정보 매각 물건 통계에 따르면,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시에서 진행된 매물 낙찰률은 평균 15.6%로 전년 21.3%에 비해 5.7% 포인트 떨어졌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