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구단 역사상 최장 13연패 끊다…에레디아 동점포·오태곤 끝내기로 키움 5-4 제압

5월 16일 이후 18일간, SSG 랜더스는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13연패. 팀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을 통틀어 구단 역사상 가장 길었던 패배의 사슬이다. 그 사슬이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끊겼다. 스코어는 5-4, 방식은 9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였다. 주인공은 오태곤이었다. 타선은 8회 에레디아의 동점 투런포로 흐름을 돌렸고, 무너질 것 같았던 불펜진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버팀목이 됐다. 연패 탈출은 단순한 한 경기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경기가 분기점이 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짚어본다.

SSG 랜더스는 2021년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재창단한 구단이다. SK 시절 최장 연패는 2000년과 2020년의 11연패였다. 이번 13연패는 그 기록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구단 50여 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긴 연속 패배다. 연패가 이어지는 동안 팀 불펜은 사실상 붕괴 상태였다. 마무리 조병현의 평균자책점은 16.20, 노경은은 부상까지 겹쳐 14.73에 달했다. 전영준도 16.20이었고 이로운 역시 10.13으로 허덕였다. 유일하게 김민이 1.50으로 제 역할을 했을 뿐, 나머지 불펜 전체가 동반 붕괴했다.

타선 역시 믿을 구석이 마땅찮았다. 팀은 경기마다 먼저 실점을 허용한 뒤 쫓아가는 패턴을 반복했고, 중요한 득점권 기회에서 번번이 침묵했다. 이숭용 감독 체제의 SSG는 시즌 초반부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해왔으며, 연패가 길어지면서 팀 전체의 심리적 부담도 눈에 띄게 커진 상태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SSG의 시즌 성적은 22승 31패 1무. 팀이 하위권으로 가라앉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상대인 키움 히어로즈 역시 21승 35패 1무의 리그 최하위 팀이었다. 같은 하위권끼리의 대결이었지만, SSG 입장에서는 이 경기조차 이기지 못하면 팀 분위기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위험이 있었다. 연패를 끊기 위한 간절함은 라인업 구성에서도 드러났다. 전날 1군에 콜업된 전의산과 김성욱을 선발 라인업에 즉시 배치했고, 선발 투수 자리에는 임시 카드로 백승건을 내세웠다.

경기는 SSG에게 유리하게 출발했다. 1회말 2사에서 최정이 키움 선발 케니 로젠버그의 시속 128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선제 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14호이자 개인 통산 31번째 연타석 홈런으로, 역대 최다 연타석 홈런 단독 1위 기록을 재확인했다. 현역 2위권인 김재환과 나성범이 각각 14회에 머무르고 있어 최정의 기록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 상태다.

그러나 SSG의 리드는 1이닝도 버티지 못했다. 2회초, 선발 백승건이 김건희와 권혁빈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조기 강판됐다. 최용준이 마운드를 이어받았지만 서건창에게 2타점 3루타를 허용해 1-2 역전을 내줬다. 서건창 입장에서는 무려 718일 만의 3루타였다. 이어 히우라가 2사 3루 상황에서 좌월 투런 홈런을 추가하며 점수차를 4-1까지 벌렸다. 전날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히우라는 2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4-1로 끌려가던 SSG는 6회말 박성한 안타와 오태곤의 불규칙 바운드 행운의 안타가 연결된 뒤,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해 4-2로 좁혔다. 그러나 추가점은 나오지 않았다. 전환점은 8회말이었다. 오태곤이 3루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된 강습 타구로 안타를 뽑아냈고, 최정의 진루타로 1사 2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에레디아가 풀카운트에서 박지성의 시속 120km 체인지업을 좌월 담장 너머로 날려 시즌 8호 동점 투런 홈런을 완성했다. 4-4.

9회말은 집중력의 이닝이었다. 전의산과 조형우가 연속 안타를 만들었고, 정준재의 희생번트와 박성한의 자동 고의4구로 1사 만루 찬스가 조성됐다. 오태곤은 키움 마무리 조영건의 147km 직구 초구를 중견수 방향으로 날렸다. 대주자 홍대인이 홈을 밟으며 5-4, 끝내기 승리가 확정됐다. 조병현이 승리 투수, 조영건이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뚜렷하게 시선을 끄는 대목은 극적인 타선 반전보다 불펜진의 총력 분전이다. 백승건이 1이닝 2실점, 최용준이 1⅓이닝 2실점으로 흔들린 뒤, 이건욱이 2⅓이닝 무실점으로 무너지는 흐름을 틀어막았다. 이후 이로운 1⅓이닝 무실점, 부상 복귀전인 노경은 1이닝 무실점, 김민 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졌고, 마무리 조병현이 9회초 2사 만루 위기를 대타 박수종의 헛스윙 삼진으로 막아내며 무실점을 완성했다. 6명의 불펜 투수가 6이닝을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13연패 기간 동안의 수치들과 비교하면 이날의 불펜 투구가 얼마나 이질적인지 드러난다. 조병현 16.20, 전영준 16.20, 노경은 14.73이라는 평균자책점 수치들은 SSG 불펜이 얼마나 긴 터널을 통과해왔는지 보여준다. 이날 무실점이 단순한 컨디션 반등인지, 구조적 회복의 신호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노경은이 부상 복귀 첫 경기에서 깔끔하게 이닝을 소화했다는 사실, 조병현이 최고 압박 상황에서 직접 마지막 아웃을 잡아냈다는 점은 팀 심리 측면에서 작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오태곤의 이날 역할도 수치 이상이다. 2안타 멀티히트에 8회 동점 홈런의 발판이 된 행운의 안타, 그리고 9회 끝내기 희생플라이까지. 그가 만들어낸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경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가능성이 크다. 위기의 순간마다 경험 있는 상위 타선 선수가 흐름을 이어줬다는 사실은 팀 반등 여부를 가늠할 때 간과해선 안 될 변수다.

이번 승리로 SSG는 23승 32패 1무를 기록했다. 연패 탈출 자체는 의미 있지만 중위권 팀들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불펜 안정화와 선발진 재정비라는 두 과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불펜이 다시 흔들린다면 이날의 감동은 일시적 반짝임으로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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