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넘치고 스릴 넘치던 스릴러에 K-로맨스 재를 뿌린 영화 ‘최종면접’

시사회 직후 제작진과 배급사가 이례적으로 "절대 결말과 반전을 스포일러하지 말아 달라"며 강력한 엠바고와 당부를 남겨 화제를 모았던 신작 한국 영화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개봉 전부터 압도적인 화제성을 입증하며 전체 예매율 1위를 질주 중인 화제작, 바로 밀실 미스터리 스릴러 '최종면접'이다. 과연 이토록 철저한 입단속을 요구했던 영화의 실체는 무엇일까.

취업 한파와 5000대 1이라는 극단적인 채용 절벽을 밀실 미스터리 스릴러의 문법으로 풀어낸 영화 ‘최종면접'(김정훈 감독)이 11월 4일 전국 극장가에 정식 개봉한다.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베스트셀러 소설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팽팽한 밀실 심리전과 치열한 생존 서스펜스를 구축했으나, 후반부 진부한 멜로와 신파 정서가 장르적 쾌감을 흐려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는 IT 대기업의 최종 면접에 오른 여섯 명의 지원자가 겪는 잔혹한 시험을 다룬다. 한 달 동안 팀워크를 다지며 ‘전원 합격’을 꿈꾸던 지원자들에게 주어진 최종 과제는 ‘제한 시간 2시간 안에 토론과 자체 투표를 거쳐 단 1명의 합격자를 직접 선발하라’는 부조리한 통보다.
관찰 카메라가 돌아가는 폐쇄된 회의실 안에서, 각 지원자의 치명적인 약점과 위선이 적힌 의문의 폭로 봉투가 발견되며 협력의 가면은 산산조각 난다.
주인공들의 숨겨진 흠결이 하나씩 벗겨지는 과정은 흡사 마피아 게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치닫는다.
영화의 가장 확실한 강점은 밀도 높은 실내극을 장악하는 차세대 라이징 스타들의 열연이다.
중심을 잡는 주인공 문혜인 역의 조이현을 비롯해 김재원(한진우 역), 신승호(백승빈 역), 강유석(이희찬 역), 곽동연(전요한 역), 배강희(차주원 역)는 좁은 테이블 위에서 날 선 대사와 눈빛 교환만으로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특히 ‘탐정: 더 비기닝’, ‘해적: 도깨비 깃발’을 연출한 김정훈 감독은 카메라 앵글의 기민한 전환과 제한된 107분의 러닝타임을 영리하게 조율하며, 취업 준비생들이 겪는 현실적 불안과 계급적 열등감을 장르적 긴장감으로 치환하는 데 성공했다.
중반부까지 팽팽하게 유지되던 장르적 긴장감을 일순간에 무너뜨린 결정적 요인은 스릴러의 호흡을 거칠게 끊어놓은 세 가지 패착에서 기인한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악수는 바로 극의 템포를 사정없이 주저앉힌 회상 장면의 잦은 난입이다.
폐쇄된 공간 안에서 초 단위로 카운트다운이 흐르는 일촉즉발의 심리전 도중에 느닷없이 두 인물의 연애 장면에 비중을 높이며 관객이 쥐고 있던 팽팽한 서스펜스의 끈을 스스로 잘라냈다.
여기에 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급격히 붕괴된 점도 치명적이다. 각자의 생존과 밥벌이를 위해 날 선 폭로전을 이어가던 두 주인공이 과거의 감정에 휘말려 돌연 서로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비현실적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현실 청년 세대의 처절한 밥벌이라는 본래의 설득력과 리얼리티를 단숨에 휘발시켰다.
마지막으로 장르 본연의 카타르시스를 포기하고 익숙한 한국형 신파 멜로로 안전하게 봉합하려 든 안이한 결말 역시 뼈아픈 오점으로 남았다.

부조리한 채용 시스템과 차가운 자본의 민낯을 끝까지 파헤쳐 서늘한 질문을 던져야 할 자리에 눈물겨운 애증과 감상적인 용서의 정서를 억지로 채워 넣음으로써, 웰메이드 사회파 스릴러로 기억될 수 있었던 영화를 흔하디흔한 미지근한 멜로드라마의 잔상 속에 가둬버렸다.
영화 ‘최종면접’은 청년 세대의 구조적 절망을 밀실 스릴러라는 흥미로운 그릇에 담아내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관객이 기대한 것은 ‘어긋난 로맨스의 뒤늦은 화해’가 아니라 ‘부조리한 시스템과 위선적 인간 군상에 대한 서늘한 비수’였다.
훌륭한 배우들의 열연과 장르적 세팅의 미덕을 고려하더라도, 후반부의 안이한 장르 이탈은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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