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훔치고, 옛애인에게 음란물 보내고…무서워진 60대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4. 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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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앞둔 한국
노인 범죄 꾸준히 늘어
전체 비율만 17% 차지
성범죄 비율도 증가 추세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3개월 넘게 울산과 경남 지역 상가와 사무실 등 6곳에서 총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60대 A씨가 지난달 붙잡혔다. 또 지난 2월 춘천에서는 과거 연인 관계였던 여성에게 음란 영상을 보내고, 그의 딸에게도 공포심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모자라 고속도로 요금소를 233차례나 무단 통과해 100만원 정도 통행료를 지급하지 않은 60대 전직 시의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층 범죄자 비율 또한 급격하게 늘고 있다. 전체 범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도 고령층 범죄자 수와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고령층이 생활고 등을 이유로 많이 저지르던 절도나 일반 폭행뿐 아니라 성범죄 등도 함께 늘고 있어 고령층 범죄가 다양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사회는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이후 국내 고령 인구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 기준 국내 65살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최초로 고령인구가 9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5163만명)에서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17.5%로 증가했는데, 오는 2025년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이 20.6%로 올라가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고령 범죄자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A씨와 같은 61세 이상 범죄자는 2016년 14만7380명으로 전체 184만7605명에서 8%에 해당했다. 하지만 2017년 14만6748명, 2018년 20만9095명, 2019년 23만3443명으로 늘어나다 2020년에는 23만6660명으로 약간 주춤했다. 하지만 전체 범죄자 수가 149만4421명으로 4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에 비해 고령층 범죄자 수는 4년새 9만명 가까이 증가해 전체 15.8%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소폭 감소해 21만3370명이었지만 전체 범죄자 수가 124만7680명으로 전년보다 더 줄어 고령층 범죄자 비율은 전체 범죄자의 17%에 해당해 5년 전보다 그 비율이 2배 이상 늘었다.

고령층 성범죄자 수와 비율도 증가추세다. 2016년 61세 이상 성범죄자는 2171명이었던 것에 비해 2020년에는 2928명으로 800명 이상 늘었다. 2021년에 전체 범죄 수가 줄어들며 2705명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전체 성범죄의 13%를 고령 범죄자가 차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범죄자 수가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고령 범죄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고 지난해에도 고령 범죄자가 많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이 고령 범죄자와 그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한 영향도 있지만, 생계가 어려워지며 범죄를 저지르는 고령층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경력 범죄자들 범죄 시작요인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가난’ 또는 ‘경제적 곤란’이었고, 범죄를 지속하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범죄 성공의 경험’이었다. 성범죄 등 중범죄자 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절도 범죄의 경우 생계 궁핍이 이들을 범죄로 내몬다는 해석이다.

절도 등 전과 10범으로 지난해 12월 출소한 A씨(65)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시작한 절도가 습관이 되다보니 먹고 살기 위해서 정신 차리고 살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며 “교도소에 있을 때 다른 범죄자들을 통해 새로운 범죄 방식을 배우니 출소하고 나서도 범죄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사기 등 전과 21범인 B씨(73)도 “땀 흘려서 번 돈은 만원도 쪼개서 쓰는데 범죄를 통해 번 돈은 그냥 쓴다. 쉽게 얻은 거니까 쉽게 써버린다”며 “1년 정도 쓰다가 돈 떨어지면 또 하는거다. 그게 범죄자들의 수법”이라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진은 “고령 사회를 앞두고 늘어나는 고령 범죄자들이 범죄 경력을 지속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출소 이후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하며 기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교정기관에 수용돼 있는 동안 가족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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