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재룡을 둘러싼 음주 논란이 다시 도로 위에서 폭발했다. 서울 강남 도심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현장을 벗어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사고 뉴스로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음주운전, 사고 후 미조치, 음주측정 방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고, 사고 직후 추가 음주까지 이뤄진 정황도 수사선상에 올렸다. 2003년 음주운전 사고와 면허 취소, 2019년 만취 소동에 이어 또다시 반복된 장면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이번 사건에서 자동차 팬들의 눈길을 붙든 건 그가 몰았던 차가 다름 아닌 포르쉐 타이칸이라는 사실이다. KBS연합뉴스TV

포르쉐 타이칸 / 사진=포르쉐코리아
타이칸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이름값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 공식 페이지 기준 타이칸 기본형은 1억3100만원부터 시작하고,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458km, 런치 컨트롤 기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8초가 걸린다. 이미 기본형부터 억대 가격표와 스포츠카급 응답성을 동시에 쥔 전기 세단이라는 뜻이다. 도심에서 조용히 달릴 때는 고급 전기차지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차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 전달, 낮은 무게중심, 빠른 스티어링 응답은 숙련된 운전자에게는 장점이지만 통제력을 잃은 상황에서는 파괴력으로 되돌아온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접촉사고 이상의 충격으로 소비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PorscheEXTREME RACING
공교롭게도 타이칸은 이번 달 국내 시장에서도 다시 존재감을 키웠다. 포르쉐코리아는 3월 19일 공개한 올해 전략에서 지난해 국내 판매 1만746대를 기록했고, 전동화 모델 비중이 62%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타이칸과 마칸 일렉트릭을 앞세워 1억원 이상 럭셔리 수입 전기차 시장 점유율 44%를 차지했다는 점은 꽤 상징적이다. 보조금 없이도 팔리는 차, 가격보다 브랜드와 주행 감각으로 선택받는 차라는 공식이 한국 시장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타이칸은 단순한 ‘비싼 전기차’가 아니라 지금 한국 프리미엄 EV 판도를 설명하는 핵심 모델이다. www.autodaily.co.kr

포르쉐 타이칸 / 사진=포르쉐코리아
객관적으로 비교해도 타이칸의 위치는 분명하다. 이달 31일 국내 신규 주문이 종료되는 테슬라 모델 S는 AWD 1억2500만원, 플래드 1억3800만원으로 책정돼 있고, 인증 주행거리는 각각 555km와 460km다. 고성능 플래드는 1020마력, 제로백 2.1초로 숫자만 보면 훨씬 과격하다. 반면 현대 아이오닉 5 N은 7769만원부터 시작해 가격 장벽을 크게 낮췄다. 이렇게 놓고 보면 타이칸은 테슬라처럼 압도적 수치 경쟁에만 매달리는 차도 아니고, 아이오닉 5 N처럼 접근성을 무기로 삼는 차도 아니다. 포르쉐가 고집하는 건 제동 감각, 조향 정밀도, 고속 안정성, 실내 완성도 같은 ‘비싼 이유가 체감되는 영역’이다. 숫자 경쟁과 브랜드 프리미엄 사이, 그 절묘한 중간을 파고든 모델이 바로 타이칸이다. 동아일보www.hyundai.com
이번 사건이 더 씁쓸한 이유는 포르쉐 타이칸이라는 차가 원래 보여주려던 이미지와 정반대의 장면으로 소비됐기 때문이다. 이 차는 조용한 럭셔리와 날카로운 스포츠성, 그리고 전동화 시대 포르쉐의 정체성을 집약한 모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급 전기 스포츠 세단의 기술력이 아니라, 통제력을 잃은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는지만 각인시켰다. 특히 음주운전 자체만으로도 중대한 범죄인데, 사고 후 미조치와 이른바 ‘술타기’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차량의 상품성보다 운전자의 책임 부재가 더 크게 떠올랐다. 차가 억대이든 수천만원이든 본질은 같다. 문제는 차가 아니라 운전대 뒤에 앉은 사람이다. KBS연합뉴스TV

포르쉐 타이칸 / 사진=포르쉐코리아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명확하다. 반복된 음주 문제의 끝에서 다시 소환된 차는 한국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상징인 포르쉐 타이칸이었다. 기본형만 1억3100만원, 시장 점유율 44%를 만든 주력 전기차, 그리고 여전히 도로 위 시선을 빨아들이는 브랜드의 얼굴. 그러나 이번에는 그 화려한 이름이 성능 찬사가 아니라 경각심의 상징으로 남았다. 잘 달리는 차일수록 더 높은 책임이 필요하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 이번 강남 한복판의 사고는 그것을 가장 비싼 방식으로 다시 증명했다. Porschewww.auto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