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상생] ①"하루 1조씩 피해"…삼성전자 최악의 파업 위기

박지은 2026. 4. 2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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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4만명 집결…"최대 30조 피해 파업" 경고
삼성전자·하이닉스·현대차 성과급만 76조원?
"지속가능·투자재원 고려한 성과급 제도 필요"
노조 초고액 성과급 요구에 주주들 '맞불집회'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춘투(春鬪)도 이런 춘투가 없었다. 영업이익이 수백조원으로 급증하자 직원들 욕망도 한없이 치솟았다. 천우신조로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을 밥그릇 싸움하다 엎어버릴 수도 있는 형세다. 수백조원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새로운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아이뉴스24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산업계에서 확대되고 있는 노사 갈등과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 긴급 3회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고덕 캠퍼스 일대에는 검은 유니폼을 입은 삼성전자 3개 노동조합 조합원 4만여명이 모였다.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잇따라 경신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수만명의 조합원이 집결했다. 요구조건도 과거와 달랐다. 성과급 지급의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요구했다. 특히 이를 명문으로 제도화하자고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21일부터 18일간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우리가 18일간 멈추면 회사에는 18조원의 공백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호황의 역설'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으로 회사는 한해 수백조원의 영업이익을 남길 만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초호황기를 맞았지만 노사 충돌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다. 노조는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수십조원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는 위법 파업 금지 가처분 소송과 불법 개인정보 유용 혐의로 직원을 고소하며 맞서고 있다. 모두가 이 충돌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보고 있다. 자칫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거세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4만 여명이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 삼성로 일대를 가득 메우고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조합원에 성과급으로 지급해도 회사에서 85%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회사 생각은 다르다.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연간 수십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노조 주장대로 성과급을 영업이익 기준의 고정 비율로 배분하는 것을 제도화하면 업황 변동에 대응하기 어려워져 나중에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과 성과를 낸 직원에 대한 보수를 어떻게 나눠 배분해야 하는지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은 것이다. 이 싸움에 주주들도 끼어들었다. 주주환원 수단인 배당규모보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삼성전자 노조의 집회가 열린 평택 캠퍼스 인근 대로에서는 주주의 맞불집회가 열렸고, 또 열릴 예정이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인근 고덕국제대로에서 삼성노조 총결의대회에 앞서 소규모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갈등의 확산…현대차 노조 "순이익의 30% 달라"

성과급 갈등은 삼성전자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월 SK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 지급 소식 이후 삼성전자 노조 가입자 수가 급증했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성과급이 춘투(春鬪)의 쟁점이 된 셈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에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비롯해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상여금 800% 인상 등을 요구했다. 정년 연장과 주 4.5일 근무제 도입 등 고용·근로시간 구조 변화 요구도 포함됐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그룹의 미래 동력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해 12월 이후 13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과 3000만원 격려금,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당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인사 결정 시 노조 사전 동의 조건도 포함됐다. 노조는 다음달 1일 파업 돌입 계획을 밝힌 상태다.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주요 3사의 올해 성과급 규모가 75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24일 SK하이닉스가 올해 280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성과급 재원으로 10%를 적용할 경우 약 28조원이 내년 2월 지급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은 300조원 수준이다. 노조 요구대로 15%를 적용하면 약 45조원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0조3648억원으로, 이를 단순 적용하면 성과급 규모는 약 3조원이다. 노조 요구 수용을 전제로 세 회사의 성과급을 단순 합산 금액은 약 76조원에 이른다.

성과급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자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지급 요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1명(±2.2%포인트, 95% 신뢰수준, 응답률 4.3%)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도하다는 응답은 57.3%로 나타났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있는 반도체 웨이퍼 이송 장비 [사진=삼성전자]

"성과급은 회사 지속가능성과 투자 여력 고려해 결정해야"

전문가들은 성과급 갈등이 인공지능 확산으로 모처럼 맞은 기회를 자칫 위기로 돌변시킬 수 있을 것을 우려하며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협상으로 건강한 상생 관계를 도모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 확보 및 주주와 직원에 대한 적적할 보상을 협상의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반도체는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자본집약 산업”이라며 “성과급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투자 여력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노사 갈등이 장기화 할 경우를 우려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분야는 속도가 핵심”이라며 “투자 지연은 곧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교수도 “반도체 산업은 설비투자에만 연간 수십조원이 필요한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라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투자 재원을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미래 투자에 투입해야 하는 구조”라며 “단순 영업이익 기준이 아니라 투자 비용과 자본비용을 반영한 성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특히 “성과급은 초과이익을 기준으로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손실 발생 시 책임 구조가 반영되지 않는 현재 방식은 균형 잡힌 구조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청주에 지을 첨단 패키징 전용 공장 'P&T7' 부지. [사진=SK하이닉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이 필요한 구조로, 한 번 멈추면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파업이 발생하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이 반도체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한 수출 비중이 최근 40%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국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노사가 한걸음씩 물러나 다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합리적 절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김강식 한국항공대학교 명예교수는 “영업이익이라는 지표 자체보다 노사가 합의된 룰을 만들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매년 협상을 반복하는 구조로는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긴 안목의 임급 및 단체협상이 필요한 셈이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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