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동 회화나무 당제

기호일보 2025. 6. 1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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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인천서구문화원 주최로 '신현동 회화나무 당제'가 열렸다.

신현동 당제는 마을의 평안과 주민 개개인의 안전, 무탈을 빌고 풍농과 가축의 번식을 기원하는 오래된 마을 행사다.

신현동 회화나무는 500년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높이는 22m 정도이며 1982년 천연기념물 제315호로 지정된 마을의 수호목이다.

올해 신현동 회화나무 당제는 본행사에 앞서 축하공연으로 풍물동아리 '함께울림'이 마을 주변에서 '길놀이'와 영남사물놀이 공연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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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헌 개항장연구소연구원
안정헌 개항장연구소연구원
지난 7일 인천서구문화원 주최로 '신현동 회화나무 당제'가 열렸다. 신현동 당제는 마을의 평안과 주민 개개인의 안전, 무탈을 빌고 풍농과 가축의 번식을 기원하는 오래된 마을 행사다. 1950년 이전까지 도당산에서 도당제(산신제)를 진행하다 6·25전쟁 이후 30여 년간 중지됐다가 1980년께 부활했다.

신현동 회화나무는 500년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높이는 22m 정도이며 1982년 천연기념물 제315호로 지정된 마을의 수호목이다. 이곳에서 매년 당제가 열리고 있다. 제의는 신현동 경로당 준공일인 음력 5월 28일에 진행됐으나 지금은 양력 5월 28일로 바뀌었다. 그런데 올해는 6월 3일 대통령선거 때문에 행사를 열흘 정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당제의 사전적 의미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지켜 주는 동신에게 무병과 풍년을 빌며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를 뜻한다. 하지만 농촌 중심의 사회에서 도시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주민들의 결속이 예전만 못하다. 그리고 주민들의 전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당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마을공동체 행사가 사라졌다. 그나마 남았다 해도 관이 주도하는 보여 주기식 행사이거나 일부 주민 행사로 전락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올해 신현동 회화나무 당제는 본행사에 앞서 축하공연으로 풍물동아리 '함께울림'이 마을 주변에서 '길놀이'와 영남사물놀이 공연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인천서구무용협회 '무향'에서 '처용무' 공연을 했다. 처용무는 가면을 쓰고 오방색으로 장식한 옷을 입고 추는 춤으로, 신라 후기부터 현대까지 행사 때마다 추는 궁중춤이었다. 기본적인 의미는 처용(병을 내쫓는 신)을 중심으로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풍요가 가득하길 바라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이번 당제와도 맥을 같이하는 좋은 행사였다.

본행사인 당제 의례는 의복을 갖춘 제관들에 의해 유교식 절차로 진행됐다. 축문에는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여 주시고 집집마다 화목하기를 기원합니다. 걱정과 근심을 없애 주시고, 재해가 일어나지 않게 도와주시고, 농사짓는 이는 소득이 크게 늘 수 있게, 기업이 발전할 수 있게, 가축은 번식할 수 있게 모든 일에 형통을 기원"하고 덧붙여 '나라의 안보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어 음복 행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주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문화나들이 축제'로 신현회화상인회 주최의 '희망리본 달기 세리머니', '회화나무 그림 전시'와 문화나들이 나눔 행사로 '신현회화 나들이 카페', '어르신·어린이 비즈공예 체험', '캐리커처' 등의 행사가 펼쳐졌다. 이밖에도 두레도담 주최의 '투호', '죽방놀이' 등 전통놀이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숲이 되고 싶었어/ 나 혼자는 외로웠거든

숲이 되고 싶었어/ 저 멀리 보이는 숲 속에/ 아무도 보이지 않게 숨고 싶었어

숲이 되고 싶었어/ 맹렬한 햇살을 오롯이 맞서기가 버거웠어

이제 알아/ 숲에 있어도 나무는 혼자인 건."

당제가 시작 전 회화나무 주변에 '회화나무 시와 그림'이라는 타이틀로 이수진 작가의 시화가 전시돼 있었다. 그중 '숲의 비밀'이라는 작품이다. 이 전시를 보며 나무와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500년 넘게 한자리에서 살아가는 민중의 삶을 지켜봤던 회화나무의 침묵의 언어가 들려오는 듯했다. 작가의 말로 글을 맺는다. "운명처럼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500년 넘은 천연기념물 회화나무를 처음 만났습니다. 코로나 시절 세상이 암흑처럼 느껴지고 우울함과 공포 속에서 모든 것을 강제로 중단해야 했던 그때, 깊은 절망감에 짓눌렸습니다. 외롭게 서 있는 나무가 마치 제 모습을 보는 듯했고 그 나무를 보며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제 감정을 나무에 이입했고 나무는 제게 인생의 철학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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