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당구 LPBA의 역사는 김가영(하나카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이제는 정설이 되었습니다. 15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6’ 결승전은 단순히 김가영의 통산 18승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97년생 ‘천재’ 한지은(에스와이)의 거센 도전을 83년생 ‘전설’ 김가영이 어떻게 노련하게 잠재우는지 보여준, 한 편의 당구 강의와도 같았습니다.
“조별리그 패배는 미끼였나?” 김가영, 한지은의 ‘패기’를 ‘경험’으로 질식시키다

이번 결승전의 가장 날카로운 분석 포인트는 김가영의 ‘심리적 복구 능력’입니다. 사실 김가영에게 이번 대회는 위기였습니다. 조별리그에서 한지은에게 1-3으로 완패하며 패자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가영은 결승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한지은의 샷을 완전히 분석하고 나왔습니다.

1세트를 9-11로 내줬을 때만 해도 제주 한라체육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하지만 김가영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세트부터 한지은이 공을 놓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주도적으로 ‘하이런 폭격’을 가하며 상대의 리듬을 강제로 뺏어왔습니다. 4세트와 5세트에서 보여준 애버리지 2.750의 몰아치기는 한지은이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타임 아웃’ 선고와도 같았습니다.
‘얼음공주’ 한지은의 한계… ‘결승 공포증’인가, ‘김가영 공포증’인가?

한지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무패 행진을 달리며 완벽한 컨디션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그녀는 다시 한번 작아졌습니다. 벌써 김가영에게만 결승전 두 번째 패배입니다.

한지은의 패배 원인은 ‘결정적 한 방의 부재’와 '수비력의 차이’에 있습니다. 김가영이 4~5세트에서 장타를 터뜨릴 때, 한지은은 자신의 장기인 정교한 샷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있어야 했습니다. 김가영이 배치마다 상대의 다음 공을 어렵게 만드는 ‘운영의 묘’를 발휘한 반면, 한지은은 자신의 공격에만 치중하다 수비를 놓치는 미숙함을 드러냈습니다. 3년 차 신예가 30년 경력의 베테랑을 넘기엔 아직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누적 상금 9억 돌파… 김가영의 ‘결승 13연승’은 당구계의 ‘재앙’인가 ‘축복’인가?

김가영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9억 1,130만 원을 달성하며 여자 선수 최초 10억 원 고지를 코앞에 뒀습니다. 특히 최근 13번의 결승전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기록은 LPBA의 생태계를 위협할 정도의 독주 체제입니다.

일각에서는 김가영의 독주가 리그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릅니다. 김가영이 매번 보여주는 ‘자기 관리’와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멘탈 관리’는 후배 선수들에게 교과서가 되고 있습니다.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 고민했다”는 김가영의 우승 소감은 오만함이 아니라, 정상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자기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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