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도, 이번에는 될까?

경기 북부/남부 갈라서기, 이번엔 정말로?

수도권 지형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30년 째 뜨거운 감자였던 경기북부와 남부의 갈라서기에 정말로 가능성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2026년 출범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경기북부 ‘특별자치도’로 새 살림 차린다

한강을 기준으로 경기도를 남북으로 쪼개야 한다는 주장은 꽤 유서가 깊습니다. 1987년에 민정당 노태우 대선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꺼내든 이후로, 선거만 있다 하면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결국 최근에는 경기도 분도 얘기가 나오면 마치 군밤 냄새를 맡고 겨울이구나 하는 것 처럼 다음 선거 시기를 가늠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사뭇 다릅니다. 이걸 추진하는 게 다름아닌 경기도지사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역대 경기도지사는 빠짐없이 경기도 분도론을 반대해 왔습니다. 인구 1위 광역지자체장 타이틀은 굉장한 정치적 자산이죠. 이걸 쪼개 놓으면 자연스럽게 체급이 서울시장보다 낮아지게 될 테니 반길 수가 없었을 겁니다.

김동연 지사가 생각하는 이상이나 차후 행보는 차치하고, 어쨌든 도지사가 당초 공약을 뭉개지 않고 진심으로 추진할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논의도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형식은 재밌게도 분도가 아닌 신설을 택했습니다. 북부와 남부가 각자 다른 살림을 차린다는 실질은 같은데, 있던 집을 부수고 각자 새 집을 짓는 게 아니라 북부가 ‘특별자치도’로 독립을 하는 방식입니다.

수도권이라 지원도 적은데 중첩규제로 묶여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명분은 지역주도 발전입니다. 재정 특례와 함께 자치권을 부여해서 경기북부가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겁니다.

실제로 경기북부가 놓인 처지는 옛날 부잣집의 둘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 와중에 첫째(경기남부)의 성취에 집안의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로 자산이 어정쩡한 수준의 부잣집입니다. 이런 집에서 둘째(경기북부)에겐 밥이라도 제때 나오면 다행이죠.

장사 밑천인 산업단지의 양과 질만 봐도 차이가 현격합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만든 전국 산업단지∙경제특구 현황지도만 봐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경기도 서북부에는 산업단지(국가,일반,도시첨단)가 64개 23㎢에 불과한 반면, 경기 서남부에는 총 105개 221㎡로 거의 10배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경기 북부로 포함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한 김포가 서북부에 포함돼 있으니, 사실상 경기 북부에 후한 기준을 적용했는데도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겁니다.

물론 쭉정이 한 가마보다는 알곡 한 말이 훨씬 낫겠지만, 경기 북부 산단은 그렇게 실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지난해 7월에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5년 동안 경기 북부는 총 28개 산단 중 9개(32.1%) 만이 생산성이 증가했고, 경기 남부는 총 59개 산단 중에 29개 산단(49.2%)에서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둘째(경기북부)는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둘째를 더 화나게 하는 건 어쨌든 부잣집 자식(수도권)이라는 데 있습니다.

본인은 제대로 받아먹는 것도 없는데 제사란 제사는 다 끌려 다녀야 하고, 알아서 뭐라도 해보려고 궁리하고 있으면 괜히 나가서 집안망신 시키지 말라고 혼이나 납니다(중첩규제). 그런데 주변에서는 속 편하게 부잣집에 태어나놓고 뭐 그렇게 불만이 많냐고 핀잔이나 주죠. 본인은 미칠 노릇입니다.

자연보전권역에는 큼지막한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도 어렵고, 과밀억제권역에는 새 공업지역을 조성하거나 대학을 유치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북한의 접경지역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서울의 접경지역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있고, 하필이면 또 한강 상류라서 팔당특별대책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환경 규제도 있습니다.

이러니 둘째 입장에선 “나 그냥 나가서 살랍니다” 하고 분가를 꿈꾸게 되는 겁니다. 첫째의 것에 비해 작고 척박한 땅이라도, 공장을 짓든 아파트를 짓든 카페를 짓든 자유롭게 투자해서 벌어 먹겠다는 거죠.

그 와중에 첫째 역시 다달이 내 몫을 떼줘야 하는 상황이 슬슬 부담스러웠는데, 살림을 따로 꾸려 나간다니 은근히 환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가장(경기도지사)도 그래 한번 해보자 하고 나섰으니 경기북도의 독립이 발빠르게 현실화 되는 것 처럼 보입니다.

발목 잡는 낮은 재정자립도, 주변 이해관계도 복잡해

다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비전에는 몇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자립을 하기에는 경기북부의 재정자립도가 너무 낮고, 이걸 개선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고도의 자치권’은 사실 경기도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일 눈에 띄는 게 재정자립도 문제입니다. 2022년 기준 경기도 시∙군 합계 재정자립도는 37.4%입니다만, 경기북도만 놓고 보면 24%에 불과합니다. 간신히 고양과 김포가 32.8%로30%대에 들었지 나머지는 전부 20%대 이하입니다.

반면에 경기남부는 안성과 여주, 양평을 제외하면 모두 30%를 거뜬히 넘고, 성남이나 화성은 거의 60%에 달합니다. 수원, 용인, 평택, 이천, 하남도 40%이상입니다. 이런 가운데 경기북부를 독립시키면 외려 밑천도 없이 쫓겨난 흥부 꼴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이건 다름아닌 고양시가 경기북부 독립에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체 규모는 작아진다지만, 지금 성남이나 화성의 역할을 맡게 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겠죠. 그나마 믿을 구석은 김포인데 김포는 지리적으로 한강 남부라서 경기북도에 포함될 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분리독립이기도 합니다. 경기북부 분도 찬성론의 근간에는 ‘경기도가 전체 재원을 남부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한 탓에 이런 격차가 발생했다. 경기북부가 독립하면 알아서 개발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다만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고 해서 중첩규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경기북부의 중첩 규제는 수도권 전체, 또는 국가의 필요에 의해 설정된 문제들이기 때문에 경기도가 마음대로 한 재산 떼어주듯 너 마음대로 하세요 할 수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팔당∙대청호 상수원 지역의 행위 규제입니다. 한강의 수질에 연관된 규제이기 때문에 서울과 경기남부가 경기북부의 행정력과 상식을 믿고 관련 자치권을 내주는데 동의할 리가 없죠. 윗물에 사는 부잣집에서 둘째를 독립시키건 말건 아랫동네에선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둘째가 마음대로 물가에서 화학공장을 만들게 좌시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2026년 7월 출범 가능할까?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2026년 7월에는 출범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전담 조직이 신설되고 민관합동추진위가 출범했고요.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하는 한편 토론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론화를 거쳐서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어떻게 굴러갈지 주시할 필요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