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잃어가는 중고차 딜러들] 차량매입·자금력 밀려 판매량 뚝… 울고싶은 일반 딜러들

<中> 일반 딜러들 운명은
수원시 권선구 중고차매매단지에 팔리지 않은 중고차들이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다. 임채운기자

중고차 딜러들의 설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최근 고금리와 시장의 변화 그리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고차는 신차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할부금융을 이용할 경우 이자가 높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중고차 구매시 들어가는 이자부담이 이전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엠파크타워에서 매매상사를 운영하는 한 딜러는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고차 캐피탈의 경우 한때 14%까지 올라갔다가 현재는 9~10% 사이를 오간다"며 "신차가 현재 7% 수준인 것으로 아는데 예전에는 중고차 금리가 현재 신차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도 딜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중고차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면서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시작됐다.

국내 대기업들은 그동안 외제차는 자사 브랜드 자동차를 매입해 중고차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공정거래법에 막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며 차량 매입 조건으로 현대차 신차 구입 고객에 한해 브랜드 상관없이 연식 8년에 주행거리 12만㎞ 이하로 정했다. 기아차의 매입 대상 차량은 연식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미만의 무사고 차량 중 기아 브랜드로만 한정했다. 차량 판매는 현대·기아차 모두 5년 미만 10만㎞ 이내 법정무사고 차량만 내놓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고차업계와 협의해 시장에 진출한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전체 중고차 시장의 각각 2.9%, 2.1%만 판매하기로 했다. 올해 5월부터 1년간은 현대차 4.1%, 기아차 2.9% 이내에서만 팔 수 있도록 했다.

인천조합에서 근무하는 한 딜러는 "서로 협의는 했지만 차량을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가져갈지 공무원들이 일일이 검사할 것도 아니고 법적 의무도 아니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브랜드를 앞세운 대기업들이 대량으로 매입할 경우 중고차 딜러들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대기업으로 인해 딜러들의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특히 자금력 부분에서 밀릴 것으로 우려했다. 일반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은 캐피탈사로부터 중고차 재고금융으로 마이너스 통장처럼 1년에 사무실당 1~2억 원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이 한도 내에서 차량을 매입해 마진을 남긴다.

하지만 레고랜드 여파 이후 채권시장의 불안정을 느낀 캐피탈사가 재고금융을 축소하면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재고금융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딜러들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이 자금력과 브랜드를 바탕으로 자사 좋은 차를 다 매입한 뒤 이를 수출을 하거나 가격을 내리지 않아 고객들이 신차로 유도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들이 시장 진출 이후 판매량이 적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차량 매입과 자금력에서 밀리면 일반 딜러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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