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하나로' 대전의 '이변'…여행 만족도 '만년 꼴찌' 탈출
제주도 줄어든 만큼 강원도로 이동 현상 뚜렷
대전, 빵지순례 힘입어 최하위→10위 대반전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에서 강원도가 부산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고물가 논란의 중심지' 제주도는 2년 연속 하락해 7위로 내려앉았지만, '만년 꼴찌' 대전은 '빵지순례 성지'로 떠오르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16년부터 매년 9월 2만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연례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올해 1박 이상 국내 여름휴가(6월~8월)를 다녀왔다고 응답한 1만7052명에게 주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그 지역에 '얼마나 만족했는지(만족도)'와 '추천할 의향이 얼마나 있는지(추천의향)'를 묻고 종합만족도를 산출해 16개 광역시도별(세종시 제외)로 비교했다.
조사에서는 만족도, 추천의향과 별도로 각 지역의 '여행자원 매력도'와 '여행환경 쾌적도' 10개 세부 항목에 대해서도 평가하도록 해 각 시도별 종합만족도 등락 원인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했다. 세부 비교 항목은 '여행자원 매력도' 측면 5개(△쉴거리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와 '여행환경 쾌적도' 측면 5개(△청결·위생 △편의시설 △물가·상도의 △안전·치안 △교통환경)였다.
◆ 여름 휴가지 제주 2023년부터 하락세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강원도가 719점으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부산이 715점으로 2위였고,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는 710점으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이어 서울(702점, 5위), 경상남도(698점, 6위), 제주도(697점, 7위), 전라북도(690점, 8위), 울산광역시(688점, 9위) 순으로 총 9개 시도가 평균을 상회했다.
전체 평균 만족도는 688점으로 전년 대비 7점 하락했다. 대구시(-31점), 제주도(-25점), 경상남도(-23점), 부산시(-20점)가 특히 많이 하락했고 강원도(-16점)의 하락 폭도 컸다. 상위 9개 지역의 만족도가 모두 하락했는데 이는 '초 긴축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시의 독보적 상승 폭(+55점)은 더욱 돋보인다.
강원도가 1위에 오른 것은 조사 시작 이래 처음이다. 전통의 여행지답게 매년 최상위권(2, 3위)을 유지해 왔으나 거의 매번 제주도에 밀렸고, 제주도가 4위로 내려앉은 작년에는 부산에 1점 차이로 선두를 내줬다. 여행자원 매력도 측면(4위), 그 중 쉴거리(2위), 놀거리(4위), 볼거리(5위) 항목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반면 여행환경 쾌적도 측면에서는 중하위권(10위)에 머물렀다.
제주도는 2016년~2022년 7년간 부동의 1위였으나 작년 4위로 내려서더니 올해는 7위로 전락했다. 여행자원 매력도에서는 3위로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여행환경 쾌적도에서 취약했다. 특히 물가·상도의 항목에서는 작년에 이어 최하위로 평가됐다. 여행자원 중 먹거리 항목의 평가가 2019년~2022년 3위에서 작년 5위로, 올해는 6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고물가, 바가지 논란이 제주도 여행에 끼친 악영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대전, 만족도 +55점 비약적 상승
일명 '노잼도시(재미없는 도시)'로 통하던 대전의 반전은 눈부시다. 대전은 지난 8년 동안 단 한 번을 제외하고 꼴찌(16위)였으나 올해 6계단을 뛰어올라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특히 작년 10위권 밖이던 여행환경 쾌적도에서 2위로 약진했는데 세부 항목 중 물가·상도의와 청결·위생 항목에서 1위였다. 여행자원 매력도에서도 먹거리, 살거리 항목에서 상위권(각각 4위)에 올랐다. '빵의 도시'를 테마로 한 관광 진흥 전략이 유행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여행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대전을 만년 최하위의 '노잼도시'에서 '살잼(살거리+재미) 도시', '먹잼(먹거리+재미) 도시'로 바꾼 핵심에는 '성심당'이 있다. 빵 하나가 대도시를 살릴 수도 있고, 비계 삼겹살 한 점이 여행의 성지를 망칠 수도 있다. 초 긴축여행의 먹거리가 빚어낸 초연결 시대의 현상이다. 최근 해외 여행지로 일본이 주목받는 이유와 대전이 뜨는 이유는 거의 판박이다. 천혜의 자연환경보다 반듯한 먹거리, 살거리 하나가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대전관광공사가 지난달 28일과 29일 대전시 동구 소제동 카페거리 일원에서 주최한 '2024 대전 빵 축제'에는 14만 명의 인파가 운집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대전 빵 축제'는 지난해 서대전공원에서 올해 소제동 카페거리로 옮겨 성심당을 비롯해 대전지역 71개 빵집과 세종·공주·예산·강릉 등 전국에서 유명한 빵집 10개가 참가해 다시 한번 '빵의 성지' 대전의 위상을 자랑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 여름휴가 여행지 점유율 - 강원도 1위
여름 휴가지 점유율에서도 강원도(25.4%)는 압도적 1위였다. 각각 10% 미만에 그친 제주도(8.7%), 경북(8.5%), 전남·부산·경남(각각 8.2%) 등 2위 그룹의 3배 수준이었다. 증가한 지역은 서울을 중심으로 동부권(강원)과 동남권(대전·대구·부산) 라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여행의 핵심 콘텐츠가 자연에서 도시 문화로 옮겨가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초 긴축 성향이 있다.
전년 점유율과 비교해 강원도는 0.8%P 증가했지만 제주도는 0.9%P 감소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주례여행 조사’를 통해 지속해서 지적해온 대로 최근 1, 2년간 제주도 여행 관심도와 계획 점유율 하락분만큼 ‘강원도’로 이동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제주도가 보이는 모든 소비자 지표는 제주 여행의 감소와 만족도 하락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서울과 부산은 여행자원 매력도에서는 선두(각각 1위, 2위)를, 여행환경 쾌적도에서는 꼴찌(각각 16위, 15위)를 다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부 항목별로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에서 최상위권이었지만 청결·위생, 교통환경은 최하위권인 점도 같았다. 자연보다는 대도시에 즐길 콘텐츠가 더 많다는 시대 흐름과 함께 교통, 치안, 상도의 등 대도시의 고질적인 환경 인프라 문제가 드러난 결과다.
경상북도는 작년보다 3계단 상승해 3위를 기록했다. 여행자원 매력도 6위, 여행환경 쾌적도 4위였으며 세부 항목별로도 특별히 처지는 것 없이 고른 평가를 받았다. 안전·치안과 청결·위생은 최상위권이었으나 먹거리와 물가·상도의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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