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온누리상품권 직접 써보니…“별점은요?”
그야말로 '온누리상품권' 대란이었습니다. 추석을 맞아 1일부터 종이형 상품권이 10% 할인, 모바일·카드형이 15% 특별 할인에 들어가면서 판매 첫날 온라인 판매점에선 서버가 다운됐고, 오프라인 판매점에선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은행 창구에서 판매한 종이형은 판매 당일 채 한 시간도 안 돼 준비 물량이 바닥났고, 모바일·카드형은 사흘 만에 다 팔렸습니다. 너무 빨리 소진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원성이 쏟아졌습니다. 무엇보다 평소 장을 보기 위해 달마다 소액으로 구매하던 주부·어르신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컸습니다. 월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가도 구할 수 있었던 온누리상품권이 판매 첫날 오전에 마감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때 판매된 온누리상품권은 약 4천억 원어치입니다. 원래 3천억 원 판매 예정이었지만, 마감을 하고 집계를 해 보니 4천억 원어치가 팔려나갔습니다. 그리고 1조 원 규모로 추가 특별 할인판매에 들어갔습니다.
"추석 제수용품 구매 등을 준비하는 고객이 전통시장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상인들의 추가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1차 때 3천억 원 예정이었지만, 2차는 1조 원 예정이라니 이번엔 '온누리상품권'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상품권이었지만, 취재기자로서 직접 사서 써보자는 생각에 구매 행렬에 동참해 봤는데요.
■ 열 군데 넘게 전화… 어렵게 구한 온누리상품권 지류(종이)형
우선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20만 원어치를 구입했습니다. 15% 할인받아 17만 원에 결제했고, 구매 과정은 순조로웠습니다. 첫 가입이라 인증 절차와 은행 계좌 연결 등이 다소 번거롭기는 했지만, 판매 사이트 속도가 특별히 지연되거나 하는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류형(종이형) 을 구하는 건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는데요. 은행 문 열기 전에 가서 기다려야 하나 잠시 생각하다가 오전에 일찍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무려 1조 원어치 풀린다는데, 그럼 1차 때보다 구하는 게 수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죠.
9일 오전, 근처 은행 한 군데를 들렀는데 종이 상품권이 없었습니다. 뭔가 싸한 느낌에 그때부터 서울 영등포구 내 은행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뿔싸! 지류형은 여전히 구하기 쉽지 않았던 겁니다. 열 군데 넘게 은행에 전화했습니다. "우리 지점은 다 떨어졌다. ", "지점별로 보유 물량이 다를 수 있으니 직접 가보셔야 한다", "지금 있다고 안내해도 가는 사이 소진될 확률이 높다" 등 구할 확률은 희박해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 지점에 만 원짜리 딱 10장이 있다"는 희소식을 듣고 황급히 차를 몰고 갔습니다. 아주 어렵게 지류형을 구했으니, 이때가 9일 오후 1시 쯤이었습니다.
■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해 봤더니…
총 모바일 상품권 20만 원, 종이 상품권 10만 원을 들고 한 전통시장을 향했습니다. 해당 전통시장 공영주차장에 수월하게 주차하고, 시장에 들어섰습니다. 바쁘다 보니, 주말에 근처 대형마트를 가거나 온라인 배달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오랜만에 들른 전통시장은 새로웠습니다. 마트처럼 들어서자마자 냉기가 도는 건 아니었지만, 땡볕에 장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림막과 선풍기가 비치돼 있었습니다 .
오전 내내 상품권 구매와 씨름하느라 허기가 졌고, 먼저 식당에 들렀습니다. '온누리 모바일 상품권'을 받는다고 표시된 걸 보고 들어간 가게였습니다. 시원하게 국밥 한 그릇 하고, 모바일 상품권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안 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분명 문 앞에 받는다고 돼 있는데 왜 안 되냐는 물음엔 별 설명 없이 "우리 집은 안 돼요" 였습니다. 대신 지류형 결제는 가능했습니다.
인근 그릇 가게에 들렀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류형은 받지만, 모바일 상품권은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난 이미 20만 원어치나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했는데, 이걸 쓸 수 있기는 한 걸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상품권을 꿋꿋이 내밀어 봤는데요.
■ 큰 닭 한 마리 6천 원에 닭발은 '덤'… 모바일로 결제
즐비하게 늘어선 생닭 집 중 한 군데를 골라 갔습니다. 닭볶음탕에 넣을 닭 한 마리를 사려고 한다는 말에 한눈에도 신선해 보이는 큰 닭 한마디를 골라 정성껏 뼈를 발라 손질해 주십니다. 그리곤 검은 비닐 봉지에 조각낸 닭을 턱턱 눌러 담더니, 닭근위와 닭발을 적지 않게 넣어주십니다. '덤'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도 알려주십니다. 첫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결제였습니다.
기분이 막 좋아집니다. 사이즈 대비 싼값에 신선한 닭을 사면서 덤까지 챙겨 받았고, 무엇보다 15% 할인된 상품권으로 결제했으니까요.
야채 가게에서 당근과 대파를 소량 담았습니다. 얼마냐 물으니 2천 원이라 하시더군요. 차마 2천 원을 상품권으로 내밀지 못해 현금으로 결제했는데, '덤'이라시며 크고 실한 홍고추를 넣어주십니다. 미안한 마음에 손사래를 쳐봤지만, "더운 날씨에 전통시장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하십니다.
다음은 이불 가게에 들렀습니다. 예쁜 방석 2개를 샀는데, 모바일형으로 1만2천 원을 결제했습니다. 다만, 주인 분이 연세 많은 어르신이었는데 모바일 상품권이 뭔지 모르셨습니다. "우리 가게가 되는 것 같은데 사용 방법을 모르겠다"며 제게 되물으십니다. QR코드가 있냐고 여쭤보니, "혹시 저것을 말하는 거냐?"고 하십니다.
그렇게 그 가게는 처음으로 사용 방법을 익혔습니다. 모바일 상품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확인시켜 드렸는데도 입금되는 게 맞냐고 의아해하기도 하십니다. 전통시장에 모바일 안착이 아직은 쉽지 않은 모습이었는데요.
■절반 정도 성공한 상품권 사용하기… 추가 구매 의향은?
온누리상품권과 함께 한 전통시장 나들이는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됐습니다. 10군데를 들렀는데, 자의로 제가 현금 결제한 한 군데를 빼고는 모두 상품권 결제가 가능했습니다. 다만, 9군데 중 지류형만 받는 곳이 4곳, 지류형을 포함해 모바일형까지 받는 곳이 5곳이었습니다. 아직 모바일 상품권 가맹률이 지류형보다는 낮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추가 구매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입니다.
오랜만에 가본 전통시장이 너무나 정겨웠고, 이제 자주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푸근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모바일형이 보편화되진 않았지만, 받아주는 곳만 골라서 가도 상품권 액수만큼은 구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똑똑한 구매 하려면 … 구매 전에 '우리 동네 가맹점 찾기' 검색해 보기
15% 할인이라는 말에 무턱대고 상품권을 샀다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전통시장을 방문할 여력이 없거나 의사가 없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통시장 외 동네 상점가에서도 사용이 가능한데요.
온누리상품권을 판매하는 온누리페이, 비플페이 등에선 '우리 동네 가맹점 찾기'를 제공합니다. 방문하려는 지역 또는 사는 동네를 입력하면 주변의 가맹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의외로 사용할 곳이 많았습니다. 자주 가는 마트와 전자제품 대리점이 가맹점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온누리상품권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기에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곳들입니다.
특별히 살 것이 있다면 해당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할 수도 있습니다. 곧 안경을 맞춰야 한다면 '안경'이란 단어를 검색어로 넣어보세요. 상품권을 받는 우리 동네 안경원이 주르륵 검색됩니다.
■ 가맹점 계속 확대 중… 유효기간 5년
그럼에도 마땅히 사용할 곳이 없다면 좀 더 기다려 보시길 권합니다. 이번에 가맹 제한 업종이 대폭 풀리면서 전통시장과 상점가에 위치한 더 많은 가게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음악·미술·태권도· 요가학원, 병의원, 치과, 동물병원, 노래방 등등입니다. 또한. 전국의 2천여 개 백년소상공인 가게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온누리상품권의 유효기간은 5년입니다.
■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발행량보다 가맹률 늘려야
정부는 내년에 온누리상품권을 역대 최대로 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5조 원 규모였는데 내년엔 5조 5천억 원 규모로 늘리겠다는 겁니다.
온누리상품권이 경기 활성화에 진짜 도움이 되려면, 발행량보다 가맹률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 가맹 제한 업종을 완화한다고 했는데, 점포가 가맹 신청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현재 모바일·카드형의 가맹률은 40%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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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기자 (hydrog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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