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감칠맛 보리굴비 맛집 일산 토속촌
[리뷰타임스=윤지상(수시로) 기자]
보리굴비는 해풍에 건조한 참조기를 통보리를 가득 담은 항아리 속에 넣어 곰팡이가 나지 않도록 잘 숙성하는 우리 고유의 음식이다. 통보리 항아리 속에서 숙성하기에 보리굴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1년 이상 항아리 숙성을 하는데 이때 쌀겨 성분이 숙성 작용에 힘을 더해 맛도 좋아지고 비린내도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굴비가 가지고 있는 지방이 겉으로 빠져나오면서 잘 숙성된 보리굴비는 걸쭉한 황금빛으로 변한다.
홍어를 삭이는 것과는 다르게 보리굴비를 먹을 때는 요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자칫 잘못 다루면 비릿하고 눅진해져서 영 먹기가 불편하다. 제대로 요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쌀뜨물에 담갔다가 살짝 쪄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때 너무 물기가 많아도 안 되고 또 적어도 안된다. 많으면 물러지면서 비린내가 심하고, 너무 물기가 적으면 딱딱해서 먹기가 불편하다. 이 어려운 음식을 왜 먹을까? 독특한 식감과 향 그리고 녹차 물에 말은 밥과 기막힌 궁합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리굴비는 저렴해도 2만 원이 훌쩍 넘는다.
비싼 덕분에 그리고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니 두 군데가 머리에 떠올랐다. 한 곳은 맛나게 먹었던 곳이고, 한 곳은 인생 최악의 보리굴비였다. 최악의 집은 그냥 사진 비교만 해야겠다. 자칫 식당 영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되니 마음이 약해진다.
일산 토속촌의 보리굴비 녹차솥밥
내가 다닐 때는 솥밥이 아닌 녹차말이밥이었는데 지금은 녹차숱밥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아마 밥은 훨씬 더 맛나졌을 듯하다. 여기는 보리굴비를 제대로 내어준다. 아주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아서 먹기가 적당한 정도의 보리굴비다. 가격은 센 편으로 23,000원. 찾아가는 위치는 일산이 낯설어서 힘들었지만 도착하니 가게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어서 편했던 기억이다.
반찬도 아주 정갈하다. 너무 과하지 않고, 슴슴하면서도 맛깔난 반찬들이 줄을 선다. 일단 보리굴비가 나왔는데 적당한 숙성도에 잘 쪄낸 느낌이다. 쫄깃함이 탁월해서 먹기가 좋다. 살을 찢어보면 탄력이 있어야 개인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이유는 녹차물에 말아 놓은 밥이 부드러워 그것과 함께 입에 들어가 쫄깃함으로 맛을 높여주니 입이 즐겁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보리굴비를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한 집이다. 물론 다른 곳에도 보리굴비 잘하는 집들은 많을 테니 멀면 구태여 여기까지 찾아올 이유는 없다만 근처라면 한번은 드셔보시길 권한다.
[식당정보]
상호 : 토속촌
주소 :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애니골길 103-12
추천 : 보리굴비 녹차솥밥 (23,000원)
최악의 보리굴비란 이런 것
반면, 보리굴리라고 시켰는데 나온 것은 물에 빠진 조기 한 마리였다. 숙성도 덜 되었고, 해풍에 말린 것도 덜 말렸고, 쪄낸 것도 찌다 만 것 같은 느낌. 아주 비릿하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냄새가 심했다. 사진으로 위에 있는 토속촌의 보리굴비와 비교해 보면 그 답을 쉽게 아실 듯해서 사진으로 보여드린다. 이렇게 허여멀겋고 물기 많은 보리굴비는 위험하니 조심하시길. 위치는 대명항 어디쯤 있는 식당이었다는 정도만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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