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양복을 세탁소에 맡겼는데.." 주머니에서 나온 물건에 손이 떨렸다

주말을 맞아 남편의 오랜 양복을 정리하며 옷 구석구석에 낀 먼지를 털어내고 세탁소에 가져갈 준비를 마쳤다.

드라이클리닝을 맡기기 전 주머니에 중요한 소지품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려 안주머니 깊숙이 손을 집어넣었다.

손끝에 잡힌 낡은 종이 뭉치를 천천히 꺼내어 펼쳐보는 순간 나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구겨진 종이 뭉치는 남편이 지난 몇 달 동안 비밀리에 작성해 온 사설 금융기관의 빚 변제 약정서였다.

매달 지출되는 생활비와 아이의 학원비를 대기 위해 남편이 홀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회사 일이 힘들다며 밤늦게 귀가하던 남편의 지친 뒷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약정서 밑에는 남편이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 내려간 작고 빼곡한 지출 내역용 수첩이 함께 들어있었다.

자신의 점심값을 아끼려 편의점 김밥으로 때우고 대중교통 이용 내역을 적어둔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가족들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끼니까지 줄여가며 희생해 왔다는 사실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퇴근 후 집으로 들어온 남편은 텅 빈 양복 주머니를 바라보더니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나는 남편의 떨리는 손을 따뜻하게 잡고 왜 이 모든 짐을 혼자서만 짊어지려 했냐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남편은 고개를 숙인 채 가장으로서 부족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며 묵묵히 내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나는 그동안 남편의 묵직한 침묵 뒤에 숨겨진 깊은 상처와 책임감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했다.

남편이 혼자 외롭게 버텨온 짐을 이제는 함께 나누어 지기로 다짐하며 주머니에서 나온 서류를 소중히 거두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남편을 위해 오늘 밤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따뜻한 집밥을 정성껏 차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