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70만원인데 "이 방 모양 실화냐?"…기막힌 삼각형 청년주택

[땅집고] 서울 선릉역 역세권 청년주택 ‘삼성동 마에스트로’ 내 삼각형 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선릉역 청년주택 기가 막힌다, 오른쪽 위 뾰족한 데서 자라는 거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청년주택 ‘삼성동 마에스트로’. 부동산 건설사업관리 전문회사 한미글로벌의 자회사 한미글로벌디앤아이가 투자한PFV ‘선릉역 마에스트로 역세권 청년주택 프로젝트 금융투자주식회사’가 서울시 지원을 받아서 건설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청년 등 주거 취약 계층이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최장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이달 17~20일 청약을 받는다.

서울 곳곳 청년주택 중에서도 ‘삼성동 마에스트로’는 일찍부터 청년층 관심을 끌었다. 집값이 비싼 서울 강남권에 들어서는 단지면서, 지하철 2호선과 수인분당선이 지나는 선릉역 10번 출구까지 걸어서 5분여 걸리는 역세권 입지이기 때문이다. 분양 홈페이지에서도 이 점을 겨냥해 ‘모두가 바라던 입지 조건, 꿈꾸지 말고 살아보자’라는 문구를 내걸며 홍보하고 있다. 지하 5층~지상 14층, 총 299가구 규모로 공급량이 적지 않은 점도 인기 요소로 꼽혔다.

[땅집고] 서울 지하철 선릉역 인근에 들어서는 ‘삼성동 마에스트로’ 투시도. /홈페이지

그런데 이달 ‘삼성동 마에스트로’ 주택 평면도를 본 청년층 사이에선 “집이 왜 이렇게 생겼냐”며 실망에 가득 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주택형은 전용 19㎡ A타입. 부엌과 화장실을 갖춘 원룸인데, 방 모양이 역삼각형이라 한눈에 봐도 생활하기 불편해보인다. 삼각형 집은 기성품 가구를 배치하기가 어렵고, 가구를 들이더라도 소위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버리는 공간)가 많아 주택 시장에서 비선호 상품으로 통한다.

문제의 삼각형 청년주택 임대료는 얼마나 될까. 보증금 액수에 따라 월세를 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최소 보증금인 7000만원을 낼 경우 월세는 70만원이며, 보증금을 최대치인 9300만원으로 정할 경우 월세가 60만원까지 줄어든다. 단지 인근 오피스텔인 ‘리에바움’ 16㎡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5만~90만원, ‘강남역 투웨니퍼스트’ 17㎡가 보증금 10000만원에 월세 92만원 등에 매물로 나와있는 것과 비교하면 월세로 내는 돈을 매달 20만원 이상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삼성동 마에스트로’ 삼각형 청년주택을 본 네티즌들은 “집에 침대도 못 넣겠다, 저런 삼각형 집에 살아봤는데 진짜 뭘 할 수가 없었다”, “전월세로도 악성으로 남는 자투리방을 돌리는 느낌이다”는 등 비판적인 댓글을 남기고 있다. 방 구조를 고려하면 청년주택치고 임대료가 크게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땅집고] 서울 선릉역 역세권 청년주택 ‘삼성동 마에스트로’ 단지 내 기형적인 주택형 및 임대료 정리. /이지은 기자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사가 ‘삼성동 마에스트로’를 짓는 과정에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주택 설계하다 보니 이 같은 기형적인 방이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단지 홈페이지에 따르면 문제가 된 삼각형 원룸인 19㎡ A타입과 사다리꼴 투룸인 29㎡ C타입 및 쓰리룸인 34㎡ A타입, 39㎡ A타입 등 특정 주택형 총 4가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가구가 네모반듯하게 지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물이 들어서는 부지 여건에 따라 주택을 구획하다 보면 일반적인 직사각형 주택이 아닌 소위 ‘자투리방’이 몇 개 나올 수 있다”면서 “예상치 못한 집 구조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단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주택형까지 확인한 뒤 신중하게 청약에 나서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