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6 1차 출시 좋았는데"…애플 신작, 韓 출시 늦어지는 이유
OS 업데이트 통한 에어팟 프로2 '보청기 기능'도 한국은 제외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의 새로운 제품, 서비스들의 한국 출시가 다시금 늦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아이폰16 시리즈가 아이폰의 한국 상륙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차 출시된 것과 대조적이다. PC 제품인 '맥(Mac)', 무선 이어폰 '에어팟'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신기능 등의 출시도 타국 대비 늦은 상황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데스크탑 제품인 아이맥과 맥 미니를 연달아 공개했다. 1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이들 두 기기는 모두 최신형 애플 실리콘 칩인 'M4' 시리즈와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했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아이맥과 맥 미니 모두 국내 출시일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맥과 맥 미니가 공개와 동시에 미국 등에서 사전 주문이 시작되고, 11월8일부터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공식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아이맥과 맥 미니 신작 모두 '출시일은 추후 공개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맥 시리즈가 아이폰 만큼의 수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우선 출시국에서 밀리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처음으로 한국이 아이폰 1차 출시국으로 선정된 만큼 더 아쉬움이 남는다. 애플은 지난달 9일(현지시각)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했는데, 우리나라는 미국·영국·일본·중국·독일 등 58개 이상 국가와 1차 출시국에 포함됐다.
기존에는 우리나라가 2~3차 출시국으로 선정돼 매년 아이폰 신작이 공개된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후에야 국내에서 구매가 가능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아이폰 인기가 시들해지자 애플이 1차 출시국을 기존의 40여개국에서 58개국으로 크게 늘린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아이폰16 시리즈와 함께 공개된 '에어팟4'의 경우 국내 출시가 1차 출시국보다 한 달 가량 늦었다. 오픈형 에어팟 최초로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을 제공하는 에어팟4는 9월20일 정식 출시됐으나, 한국에서는 10월16일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하드웨어 뿐만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신기능들도 한국에서는 쓸 수 없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에서 기대를 모았던 에어팟 프로2의 '보청기' 기능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29일 iOS 18.1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당초 iOS 18.1이 설치된 아이폰과 페어링되고 최신 펌웨어가 설치된 에어팟 프로2에서는 난청 환자를 위해 소리를 증폭해주는 청력 보조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에어팟 프로2의 보청기 기능을 승인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 따르면 이 기능은 아이폰으로 약 5분 간의 청력 검사를 실시하고, 에어팟이 난청 환자가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실시간 증폭하는 맞춤형 조정을 진행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단순한 전화통화 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다른 미디어의 소리도 들을 수 있고, 소리 증폭 뿐만 아니라 주변 소음을 자동으로 줄여주는 청력 손실 방지 기능도 제공한다.
이번 iOS 18.1 업데이트를 통해 에어팟 프로2 보청기 기능이 제공되는 나라는 아시아·북미·유럽·중남미·오세아니아·아프리카 등 전세계에서 약 110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시장 규모가 작은 몰타·리히텐슈타인·모리셔스·그린란드 등도 포함됐다.
물론 이같은 차이는 한국 특유의 헬스케어 기술을 대상으로 한 강한 규제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기술임에도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까지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애플은 워치 제품의 헬스케어 신기능을 출시하기에 앞서 FDA와 식약처의 승인을 모두 받아왔다.
하지만 단순히 국내 규제 때문에 신규 서비스 출시가 늦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애플의 '나의 찾기' 기능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 기기 등을 네트워크를 통해 찾을 수 있는 나의 찾기 기능은 전세계에서 제공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용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위치정보법 등에 의한 제약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 나의 찾기 서비스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애플코리아가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애플이 국내 서비스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판이 거세지자 애플코리아는 지난달 "내년 봄 나의찾기 네트워크를 국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은 지난 수년 간 꾸준한 이용자 요청에도 묵묵부답을 이어왔다. 급작스럽게 나의 찾기 기능의 국내 도입을 결정한 이유도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올해 아이폰16 시리즈의 1차 출시국 선정으로 인해 다소 누그러지긴 했으나 여전히 애플의 '한국 홀대' 논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달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국회가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이같은 사안에 대해 질타하기도 했다. 이번 국감에서 알덴우드 대표는 "한국 시장과 고객에 대한 대단한 존중을 갖고 있다"면서도 애플코리아의 전세계 매출 순위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고 이번 국감 출석이 첫 본인의 방한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을 존중한다고 하시고, 한국의 매출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인지도 아실텐데 한번도 오지 않았다는 건 저도 애플(제품)을 사용하지만 한국 국민 입장에서 조금 기분 나쁜 일"이라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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