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 22년 만에 우승한 아스널, 답은 사카가 아니라 가브리엘 마갈량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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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는 얼굴, 라이스는 심장. 그러나 우승팀 아스널의 뼈대는 마갈량이스였다.

[스탠딩아웃 뉴스]

아스널이 2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섰다.

2003-04 시즌 무패 우승 이후 처음이다. 아스널은 그 사이 여러 번 가까이 갔다. 에미레이츠에는 늘 기대가 있었다. 문제는 마지막이었다. 우승권에 들어가도 시즌 막판이 되면 발이 무거워졌다. 결정적인 경기에서 실점했고, 버텨야 할 시간에 흔들렸다.

이번 시즌 막판, 아스널은 같은 방식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가 본머스와 1-1로 비기면서 아스널의 우승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 우승을 시티가 놓쳐서 얻은 결과로만 보면 부족하다. 아스널은 시즌 내내 우승팀에 가까운 축구를 했다. 안 풀리는 날에도 승점을 챙겼고, 한 골을 지켰고, 상대가 불편해하는 장면을 계속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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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도 이 우승의 무게를 말한다. 아스널의 2025-26 시즌 우승은 22년 만의 리그 정상 복귀다. 구단 통산 14번째 잉글랜드 1부 우승, 프리미어리그 시대 네 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숫자만 봐도 큰 사건이다. 눈에 더 남는 건 우승을 따낸 방식이다. 아스널은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다시 우승했다.

우승의 첫 단서는 세트피스에 있었다.

올 시즌 아스널의 코너킥은 단순한 기회가 아니었다. 거의 하나의 공격 전술이었다. 상대가 알고 나와도 흔들렸다. 골키퍼 앞 공간을 막으면 다른 선수가 들어갔고, 첫 공을 걷어내도 세컨드볼이 남았다. 리그 68골 중 28골이 데드볼 상황에서 나왔고, 코너킥 득점만 18골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단일 시즌 신기록이다.

우연히 머리에 맞은 골들이 아니었다. 동선이 있었고, 충돌 지점이 있었고, 골키퍼를 묶는 움직임이 있었다. 니콜라 조버 코치의 세트피스는 아스널의 보조 장치가 아니었다. 시즌을 가른 무기였다. 아르테타도 그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 우승하려는 팀은 가장 확률 높은 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아스널은 그 길을 끝까지 팠다.

더 큰 변화는 수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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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마갈량이스와 윌리엄 살리바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센터백 조합이었다. 살리바는 팀 전체를 앞으로 밀어 올리는 수비수다. 빠르고, 침착하고, 불필요하게 몸을 던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스널은 라인을 올릴 수 있었다. 라인이 올라가니 전방 압박도 더 세졌다.

마갈량이스는 다른 종류의 수비수다. 더 거칠고, 더 노골적이다. 상대 공격수와 계속 부딪힌다. 박스 안에서는 물러서지 않는다. 공중볼이 오면 먼저 뛰고, 세트피스 때는 반대로 상대 골문 앞에서 위협이 된다. 살리바가 위험을 경기장 밖으로 밀어낸다면, 마갈량이스는 위험한 순간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이 조합 앞에는 데클란 라이스가 있었다. 라이스는 공을 잃은 뒤 가장 먼저 반응했다. 상대 역습의 첫 패스를 끊고, 세컨드볼을 주웠다. 경기가 어수선해질 때도 중원을 다시 정리했다. 뒤에서는 다비드 라야가 높은 라인 뒤 공간을 관리했다. 아스널 수비는 이름값으로 버틴 것이 아니었다. 한 덩어리처럼 움직였다.

이런 팀은 1-0을 쉽게 놓치지 않는다.

예전 아스널은 흐름을 잡고도 승점을 흘리는 날이 있었다. 볼을 오래 갖고도 한 번의 역습에 경기 전체가 무너졌다. 이번 시즌에는 그런 날이 줄었다. 번리전 1-0 승리 같은 경기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리그 우승은 그런 경기에서 갈린다. 공격이 막히는 날, 몸이 무거운 날, 상대가 내려앉은 날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챔피언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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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는 여전히 아스널의 얼굴이다. 오른쪽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가 먼저 반응한다. 두 명이 붙어도 버티고, 안쪽으로 접고, 파울을 얻고, 슈팅 각을 만든다. 사카는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꾸준히 차이를 만드는 선수 중 하나다. 통산 50골 50 도움을 모두 넘긴 두 번째 최연소 선수라는 기록도 그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우승은 사카 혼자 끌고 간 시즌이 아니었다.

사카가 막히면 라이스가 앞으로 나갔다. 라이스가 묶이면 마르틴 외데고르가 템포를 바꿨다. 측면이 닫히면 세트피스가 문을 열었다. 아스널은 한 선수의 컨디션에 시즌을 맡기지 않았다. 사카는 여전히 가장 빛나는 이름이었지만, 팀은 더 많은 방식으로 이겼다. 그게 준우승 팀과 우승팀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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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타는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에서 우승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가까이서 본 코치였다. 점유, 압박, 위치, 반복 훈련, 경기 장악의 디테일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배웠다. 하지만 감독은 다른 자리다. 좋은 코치였다는 이력만으로 아스널을 우승시킬 수는 없었다.

아스널 부임 뒤 아르테타는 오래 의심받았다. 좋은 감독이라는 평가는 받았지만, 우승 감독이라는 증명은 없었다. 준우승이 반복될수록 질문은 더 날카로워졌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 팀은 왜 마지막 한 발을 못 내딛는가. 아르테타의 축구는 어디까지인가.

이번 시즌 아스널은 그 질문을 경기로 지웠다. 중요한 건 맨시티의 복사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아르테타는 과르디올라식 점유와 압박의 뼈대를 가져왔지만, 아스널에는 다른 색을 입혔다. 세트피스는 더 노골적인 무기가 됐고, 수비는 더 거칠어졌고, 중원은 더 단단해졌다. 훈련장에서 반복한 장면, 역할이 분명한 선수 배치, 조급해지지 않는 수비 라인, 경기 막판의 태도까지 조금씩 달라졌다.

지난 준우승들은 실패였지만 버린 시간은 아니었다. 어디서 미끄러지는지 확인했고, 어떤 경기에서 약해지는지 알았다. 막판에 갑자기 열린 우승은 아니었다. 몇 해 동안 틀린 부분을 고친 끝에 나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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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 우승을 만든 다섯 얼굴

순위를 따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스널의 22년을 끝낸 건 한 명의 에이스가 아니었다. 사카의 왼발, 라이스의 활동량, 살리바의 침착함, 라야의 안정감이 모두 필요했다. 그중에서도 마갈량이스는 이번 우승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 선수였다. 아스널이 더는 밀리지 않는 팀이 됐다는 증거가 그에게 있었다.

5위 다비드 라야
라야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골키퍼에게는 좋은 의미다.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높은 라인 뒤 공간을 관리했다. 선방만 한 것도 아니다. 빌드업의 출발점이었고, 상대 압박이 들어올 때도 공을 피하지 않았다. 아르테타 축구에서 골키퍼는 골문 안에만 서 있을 수 없다. 라야는 그 부담을 받아냈다.

4위 부카요 사카
사카는 아스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였다. 팬들이 가장 먼저 찾고, 상대가 가장 먼저 막는 이름이다. 그래도 4위에 둔다. 이번 우승은 공격수 한 명의 시즌이 아니었다. 사카는 빛났지만, 아스널을 챔피언으로 만든 힘은 조금 더 뒤쪽에서 강하게 나왔다.

3위 윌리엄 살리바
살리바는 수비를 조용하게 만든다. 상대가 속도를 올려도 급해 보이지 않는다. 뒷공간이 열려도 먼저 흔들리지 않는다. 살리바가 있으니 아스널은 라인을 올릴 수 있었고, 라인이 올라가니 전방 압박도 과감해졌다. 수비수 한 명이 팀 전체의 위치를 바꾼 시즌이었다.

2위 데클란 라이스
라이스는 아스널의 심장이었다. 단순히 많이 뛰는 선수가 아니다. 어디가 위험한지 먼저 읽는다. 공을 잃으면 가장 먼저 달려들고, 상대가 중앙으로 나오려 하면 길목에 선다. 라이스 덕분에 아스널은 공격을 오래 이어갔고, 수비 전환도 빨라졌다. 우승 경쟁 막판에 가장 필요한 유형의 선수였다.

1위 가브리엘 마갈량이스
이번 시즌 아스널을 가장 잘 설명하는 선수는 마갈량이스다.

사카가 더 유명하다. 라이스가 더 매끄럽다. 살리바가 더 세련됐다. 그래도 마갈량이스가 1위다. 이번 우승의 성격이 그에게 가장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갈량이스는 상대가 싫어하는 수비수다. 계속 부딪힌다. 공중볼에 먼저 들어간다. 박스 안에서 몸을 던진다. 세트피스에서는 상대 골문까지 괴롭힌다. 깔끔하게만 막는 선수가 아니다. 경기가 거칠어질수록 더 눈에 들어온다.

아스널에 오랫동안 부족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재능은 있었다. 기술도 있었다. 문제는 밀리는 경기에서 버티는 힘이었다. 마갈량이스는 그 빈칸을 메운 선수다. 살리바가 수비의 안정감을 만들었다면, 마갈량이스는 수비의 온도를 끌어올렸다.

사카가 우승의 얼굴이라면, 마갈량이스는 우승의 뼈대였다.

아스널의 2025-26시즌은 2004년의 복사본이 아니다. 웽거의 팀처럼 이긴 것도 아니다. 아르테타의 팀은 다른 방식으로 정상에 섰다. 세트피스로 때렸고, 수비로 버텼고, 한 골을 지켰다.

아스널은 좋은 경기만 하는 팀에 머물지 않았다. 흐름이 나쁜 날에도 승점을 가져오는 팀이 됐다. 22년 만의 우승은 결국 그런 경기들을 이겨낸 시즌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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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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