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람 힘으로 13톤 교량을 180도 굴린다?
영국의 건축가 토머스 랜달 공개
항만 수로에 설치된 독특한 다리
평소엔 인도교, 배 지날 땐 회전
상판이 지붕 되며 선박 통행 가능
자신의 몸통을 180도 굴리는 특이한 다리가 등장했다. 중량은 13t이나 되지만, 엔진이나 전기 모터 없이 중력과 사람의 힘만으로 움직인다. 도시 공간을 재미있고 친환경적으로 구성할 새 모델이 될 거라는 시각이 나온다.
과학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은 최근 영국의 유명 건축가인 토머스 랜달 페이지가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런던의 옛 산업시설에 지은 특이한 다리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다리가 들어선 장소는 1980년대에 버려진 산업용 부두였는데, 현재는 예술가들의 공동체 지역으로 재생되고 있다. 이곳의 시설 개선 공사를 맡은 기업은 부두에 있는 작은 수로를 사람이 편하게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토머스 랜달 페이지가 이 소식을 듣고 예술가의 땅을 만드는 사업 취지에 맞도록 새로운 형태의 다리를 짓자고 제안했다.
다리는 평소에는 상판 위를 걸어 사람이 수로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제작됐다. 상판 위의 천장은 뻥 뚫려 있다. 여기까지는 여느 다리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배가 다리로 다가오면 다리 전체가 180도 구른다. 인도 구실을 하던 상판이 하늘을 향하고, 천장은 수면을 바라본다. 배를 막던 장애물, 즉 상판이 일시적으로 제거된다. 이때 배가 지난다. 다리를 완전히 굴리는 데에는 20분이 필요하다.
이 다리는 강철과 참나무로 만들어 중량이 13t에 이른다. 기계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엔진이나 전기 모터는 없다. 그런데도 다리를 굴릴 수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다리 가장자리에 톱니바퀴를 달았다. 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레일을 경사로 형태로 만들었다. 또 콘크리트로 만든 무게 추를 다리에 달았다. 지구가 공짜로 제공하는 힘인 ‘중력’을 최대한 이용해 다리를 움직이도록 한 구조다.
사람은 연줄을 감는 얼레처럼 생긴 권양기(윈치)를 뱅글뱅글 돌리며 다리를 굴리는 데 약간의 힘을 보태면 된다. 토머스 랜달 페이지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다리가 창조적인 공동체 건설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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