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AN 프로젝트 재가동과 시제기 진전
2024년 2월 KAAN이 초도 비행에 성공한 이후, 해당 사업은 잠시 정체 양상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후속 시제기 조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현재 두 번째 시제기가 시스템 통합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만간 시험비행 일정도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움직임은 KF‑21 같은 경쟁 기체에게 경계 신호가 될 수 있다. 방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 기체의 강약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수출 전략을 세심히 설계해야 한다. 한국은 KAAN의 기술적 특성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동기와 개발 배경
KAAN 개발은 단순한 군사 계획이 아니라 에르도안 정권의 정치적 야심과 결합된 프로젝트다. 원래 튀르키예는 F‑35 도입을 통해 5세대 전투기를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S‑400 도입으로 미국이 F‑35 수출을 중단하면서 자립 노선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됐다. 여기에 2016년 쿠데타 미수 사건 이후 군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욕망도 KAAN 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개발 초기 구상에서 전략적 자주무기 확보와 국내 방산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노리고 있는 셈이다.

레이더와 센서 경쟁: 과장과 현실
튀르키예는 KAAN의 레이돔이 F‑22보다 크다는 주장을 통해 레이더 성능 우위를 내세우려 한다. 보다 큰 레이돔을 이용해 더 많은 송수신 모듈을 탑재한 AESA 레이더를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F‑22는 약 1,500개 송수신 모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 KF‑21은 약 1,000개 수준이다.

만약 KAAN이 이보다 훨씬 많은 모듈을 장착할 수 있다면 센서 능력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아직 튀르키예 측이 그러한 고성능 AESA 레이더를 완전히 공개한 바는 없다. 레이더 기술의 실체와 송수신 모듈 수는 외부 검증이 아직 부족한 부분이다.

엔진 국산화 도전과 TF35000 프로젝트
KAAN의 최초 시제기는 GE의 F110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이후 TF35000이라는 자국산 엔진을 개발해 KAAN의 핵심 동력으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F35000은 약 35,000lbf 출력 급의 터보팬 엔진으로 설계되고 있고, 엔진 설계 단계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초기 시험은 2026년, KAAN에 통합될 시점은 2032년으로 목표가 설정돼 있다. 이 엔진의 성공 여부가 KAAN의 자립성과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다. 다만 터키의 산업 역량과 기술적 한계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완전한 엔진 국산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경쟁 구도에서의 전략적 시사점
KAAN이 경쟁 시장에서 위협이 되려면 단순 성능보다 신뢰성과 유지비용, 기술 이전 능력 등이 중요하다. 한국의 KF‑21은 이미 비행 시험과 기술 축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KAAN이 시제기 완성 이후 수출 시장 진입을 시도할 경우, 한국 방산계는 선제적으로 기술적 약점을 공략하고 홍보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KAAN의 레이더 성능, 엔진 완성도, 인증 시간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경쟁 기체 분석과 대응 전략 마련이 앞으로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