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배민’ ‘온라인 담타’ 아시나요?... 간접 체험으로 도파민 챙기는 청년들
실제 소비 대신 간접 체험으로 자극 만족
“접속 감각만으로도 외로움·불안 완화”

직장인 김모(25)씨는 배달 음식을 시킬 생각이 없으면서도 매일 새벽 2시면 ‘가짜 배민(배달의 민족)’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실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처럼 구성된 화면에서 메뉴를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는 동안 그는 “괜히 진짜 주문한 기분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야식을 먹고 싶어도 돈 아끼려고 참을 때가 많은데 가짜 배민은 진짜 배달앱 같아서 괜히 계속 보게 된다”며 “결국 아무것도 안 시키는데도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는 짧고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이른바 ‘도파민 사이트’가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짜 배민이다. 가짜 배민은 실제 배달 앱과 유사한 화면을 구현한 사이트로, 이용자들은 주문 없이 음식 메뉴를 둘러보고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일부 음식점에는 배달 시간과 별점까지 달려 있어 실제 배달 앱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진짜로 음식 배달 주문만 하지 않을 뿐 음식을 시키는 듯한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온라인 담타(담배 타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담타 시작하기’ 버튼과 함께 다른 이용자들의 접속 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실제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함께 쉬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익명의 이용자들이 “오늘도 버틴다” “퇴근하고 싶다” 같은 짧은 메시지를 남기며 일종의 온라인 휴게실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연결된 느낌”… 위안이 된다는 청년들

이용자들은 이러한 사이트가 단순한 장난이 아닌 ‘짧은 정신적 환기’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시험 기간이나 과제를 하다 집중이 안 될 때면 온라인 담타 사이트에 접속한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담배를 피우는 건 아닌데도 누군가와 같이 쉬는 느낌이 들어 묘하게 위로가 된다”며 “혼자 공부하다가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괜히 덜 외로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가짜 배민을 '잠깐 멍 때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배달비도 비싸고 괜히 주문 버튼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며 “가짜 배민은 어차피 주문이 안 되니까 부담 없이 계속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으로 야식 사진 구경하는 느낌인데 보다 보면 괜히 기분이 조금 풀린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신 대리 만족”… 청년층 파고든 도파민 사이트

김헌식 중원대 특임교수는 ‘도파민 사이트’ 확산 현상에 대해 “도파민을 과도하게 자극하려는 문화가 온라인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흐름과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술이나 담배, 음식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콘텐츠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가짜 배민이나 온라인 담타 역시 실제 행위를 하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만족감이나 분위기를 경험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먹방을 보며 식욕을 대리 해소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화 확산 배경으로 청년층의 피로감과 불안감도 거론된다. 김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감정 소모가 큰 시대”라며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느슨하게 연결된 상태 자체에서 위안을 얻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구인지 몰라도 함께 접속해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외로움과 불안을 완화하는 효과를 느끼는 것”이라며 “부담스러운 인간관계를 맺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청년층에게는 편안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소민교 인턴기자 sohminkyo0214@gmail.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베 폐쇄" 꺼내 든 이 대통령...국가가 직접 나서는 게 적절한가-사회ㅣ한국일보
- "평생 반성하겠다"더니… 무기징역 선고받자 "듣기 싫다" 고함친 피고인-지역ㅣ한국일보
- 국힘 후보만 쏙 빠진 선거벽보? 선관위 "책임 통감... 유권자 사과"-사회ㅣ한국일보
- '30대 고소득 부부' 매수 몰린 이곳… GTX·재건축 호재 겹친 아파트는-경제ㅣ한국일보
- 1980년 택시운전사의 분노…"스타벅스 5·18 조롱, 인간도 아닙니다"-사회ㅣ한국일보
- 박근혜 대구 이어 대전 간다... 김부겸 "급하긴 급한 모양"-지역ㅣ한국일보
- 이 대통령 "일베 폐쇄 검토"… 국무회의서 논의한다-정치ㅣ한국일보
- 신지 남편 문원, 신혼집 CCTV 11대 우려에 "보안 걱정 때문"-문화ㅣ한국일보
- 성폭행 징역 살고 또 성착취물 유포한 30대… 피해자 1명 숨져-사회ㅣ한국일보
- 장남 결혼식 불참 밝힌 트럼프, 연휴 계획도 취소… 이란 공습 '긴장감'-국제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