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물도 시청죄 신설하고 법정형 올려야...그게 정의"

윤유경 기자 2024. 9. 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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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성범죄 종합 대안 모색 위한 정책토론회
위장수사 범위 확대·사법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 도입 필요성 제기돼
"현실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폭력 실태 반영한 법 개정안 필요"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성범죄에 대한 종합적 대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한정된 위장수사 대상 범죄를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알려진 후 여러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실제 발생하는 디지털 성폭력 실태를 제대로 반영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성범죄에 대한 종합적 대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주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관)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세희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검사는 피해자의 불법·허위영상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해당 영상물을 발견하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게 차단을 요청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아울러 인간의 DNA를 분석하듯 영상의 고유 구성 요소를 분석하는 DNA 필터링 기술 등을 활용해 “인터넷 공간을 공유하는 세계 주요국과 업체들이 협약을 맺어서 피해자가 세계 어느 나라의 수사기관에 불법·허위영상물을 신고하더라도 협약의 가맹국과 업체들이 해당 영상물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성범죄로 진입하는 심리적 허들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김 검사는 이를 위해 허위영상물도 불법촬영물처럼 소지·시청죄를 신설하고 허위영상물 제작·유통죄의 법정형을 올려서 불법촬영물과 일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허위영상물과 불법촬영물을 구분하기 어려워졌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허위영상물이든 실체 불법촬영물이든 그 고통에 차이가 없다”며 “그렇다면 처벌도 같아야 한다. 그게 정의”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디지털 성범죄 관련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70여 개 나라가 가입한 '부다페스트 협약'(디지털 범죄 대응 공조를 위한 국제협약)은 영장이나 국제공조 절차에 정식으로 착수하기 전 업체가 데이터를 보존하도록 했다. 독일, 미국 등은 독립몰수·민사몰수 등 범죄자를 아직 잡지 못한 경우에도 먼저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 검사는 “범죄수익을 잡는 것은 범죄자를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범죄자는 범죄수익을 따라 움직이고, 범죄수익이 없는 곳에서는 범죄도 자라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독립몰수 제도가 도입되면, 영리형 불법·허위영상물 범죄의 근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허위영상물이 올라오는 서버나 해당 영상물 제작·유통 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인터넷 회선을 감청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의 경우 불법·허위영상물 범죄가 규정된 '성폭력처벌법'이나 '청소년성보호법'은 감청 대상에서 제외돼 감청이 불가능하다. 김 검사는 “마약범죄에도 허용되는 감청을 성폭력범죄에 대해 금지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물으며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 제13호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범죄'라는 한 줄만 추가하면 되는 간단한 개정”이라고 말했다.

위장수사 범위 확대·사법협조자 형벌감면 제도 도입 필요성 제기돼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한정된 위장수사 대상 범죄를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증거 수집 또는 범인 검거에 필요한 경우 경찰관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위장수사 제도는 2020년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알려진 후 2021년 9월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국한돼 시행되고 있다.

임윤상 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계장(경정)은 “도입 4년차를 맞은 위장수사는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 검거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법 시행일인 2021년 9월24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총 515건의 위장수사를 실시했고, 1415명을 검거하고 94명을 구속했다”며 “2022년와 2023년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집중 단속 결과 피해자의 약 60%가 성인인 점 등을 볼 때 위장수사 대상 범죄를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확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관 외 신분으로 위장해 증거 및 자료를 수집하는 '신분위장수사'의 경우 사전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긴급한 경우 우선 수사에 착수하고 착수로부터 48시간 내에 법원 허가를 받는 규정이 있지만, 경찰관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부인하는 방식의 '신분비공개수사'는 관련 규정이 없어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경정은 “신분비공개수사는 야간이나 공휴일 등 긴급한 경우 신속성이 저해되는 경우가 많다. 수사관이 피의자가 사용하는 SNS 계정 발견 후 승인을 받을 때까지의 시간 사이에 계정이 삭제되면서 수사 단서를 잃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게 수사관들의 공통적 의견”이라며 “신분비공개수사의 경우에도 긴급한 경우 일단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도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은 취재 기자들이 잠입 취재하거나 몇 명의 시민들이 잠입해 범죄 사실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했다”며 “디지털 성폭력 수사의 한계나 공백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들”이라고 했다. 최 부소장은 “특히 디지털 기반 성폭력은 피해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초기 수사와 증거 확보가 가해자와 혐의를 특정하는 데 중요하다”며 “위장수사 제도를 성인 대상으로 확대하는 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020년3월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의 근본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세희 검사는 공범의 범행을 진술할 경우 형벌을 감면해주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 검사는 “사법협조차 형벌감면 제도를 통해 공범의 협조를 얻어낼 필요도 있다. 위장수사로 공범에 접근해 사법협조를 받아내는 방식의 조합도 가능하다”며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범죄 혐의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하고, 독립된 법관이 실질적인 기여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면 여부를 결정하므로 남용될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폭력 실태 반영한 법 개정안 필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알려진 후 국회에서는 30건 이상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의 내용은 이미 20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로 파기된 법안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란 부소장은 “22대에서는 이 법안들에 대해 의미있는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성폭력처벌법 제14조2항의 '반포 목적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 허위 영상물은 의도적인 해킹을 포함해 언제든지 온라인에서 공유될 수 있는 디지털 파일이 생성된다는 측면에서 이미 제작 자체가 유포 가능성이 있는 행위”라고 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부터 제14조3항까지의 성적이미지 또는 허위영상물이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로 규정돼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협소하게 판단하는 근거로 작용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최 부소장은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선 합성이 없는 일상 사진을 두고 해당 사진에 성적 묘사를 덧붙여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사진 앞뒤에 다른 성적 사진들을 배열하는 방식도 있지만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며 “현실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폭력의 실태를 반영해 법을 개정하고 제대로 된 처벌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부소장은 “딥페이크 성폭력은 이미 수요와 제작 측면에서 산업화된 경향을 띄고 있고, 일종의 다단계처럼 참여한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참여자를 모집해 그 세를 확장하고 있다”며 “제작을 의뢰하는 사람과 제작을 하고 이를 유통하며 수익을 취득하는 산업구조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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