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대부분이 읽지도 않고 욕하고 비추 세례하겠지만, 그나마 이 사건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참고하길.
사상누각(沙上樓閣) 위에 세운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라2421 결정 비판
1. 판결의 대전제, ‘사실’이 아닌 ‘자료 왜곡’으로 만들어졌다.
이 판결은 “AD(민희진)가 의도적으로 통합 구조를 파괴했다”는 하나의 문장을 대전제로 삼는다. 그리고 이 전제 위에서 모든 결론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이 대전제는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 재판부가 다른 판결문의 내용을 선택적으로 발췌하고 왜곡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재판부는 자신들이 내린 단정의 근거로 판결문 **‘각주 5’**를 제시한다.
각주 5: 채무자(뉴진스) 측이 제출한 ‘소을 제179호증(결정문)’ 및 관련 준비서면 등 참조.
문제는 재판부가 인용한 바로 그 ‘결정문(소을 제179호증)’의 실제 내용이다. 이 결정문은 세간에 알려진 **‘하이브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문’**으로, 그 결론은 다음과 같은 2단계 구조로 되어 있다.
- 사실 인정: 민희진이 독립을 ‘모색’한 정황은 있다.
- 법적 판단: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나아가지 않았으므로 법적 책임이 있는 ‘배임’ 행위는 아니다.
즉, 원본 결정문의 핵심은 **‘법적 책임 없음’**이다.
그런데 고등법원은 이 결정문에서 핵심 결론인 2번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리고 1번, 즉 ‘독립을 모색했다’는 과정 부분만 떼어내어, 마치 그것이 원본 결정의 전체 내용인 것처럼 사용했다. 이는 ‘배임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린 문서를 가져와 ‘배임의 근거’로 둔갑시킨 것과 같다.
결론적으로,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재판부가 증거의 일부를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그 의미를 왜곡하여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기초 공사가 부실한 건물처럼, 이 전제 위에 세워진 판결 전체의 논리는 신뢰를 잃는다.
2. A(ADOR)와 AB(하이브), 상황 따라 붙였다 떼는 이중잣대
법원은 A와 AB의 관계를 해석하며 일관성을 잃고 자가당착에 빠진다. 하나의 사실관계에 두 개의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논리는 설득력을 잃는다.
3. ‘Key-man 조항’ 부재라는 형식주의의 함정
법원은 계약서에 ‘Key-man 조항’이 없으니 AD는 그룹의 필수 인력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는 K팝 산업의 본질을 외면한 전형적인 형식주의적 오류다. K팝 그룹의 성공은 단순히 자본의 투입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프로듀서의 창의적 비전과 리더십은 계약서의 조항 하나보다 더 중요한 ‘관습법상의 키맨’ 역할을 한다. 조항이 없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그룹 성공의 실질적 동력이었던 그의 기여도를 평가절하한 것은, 실체적 진실보다 형식의 틀을 우선시한 판단이다.
4. 보전 필요성 평가: 계약서의 손해배상 산식을 외면하다
법원은 채권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어 보전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계약서에 명문화된 손해배상 조항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에 가깝다.
이 사건 전속계약 제15조 제2항에는 계약 파기 시 ‘직전 2년간 월평균 매출액 × 잔여 계약기간 개월 수’라는 구체적인 위약벌 산식이 명시되어 있다. 이는 채권자의 투자 손실이 금전으로 충분히 환산되고 회수될 수 있음을 양 당사자가 이미 합의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법원은 “막대한 투자금이 날아간다”는 식의 추상적이고 정서적인 논리에 기대어 회복곤란성을 과장했다.
5. 표현 및 직업의 자유에 대한 심사 부재
“채권자와 협업하면 되니 창작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시는, 신뢰가 파탄 난 상대와의 협업을 강제하는 것이 어떻게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고뇌를 완전히 생략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채무자에게서 자신의 예술 활동과 직업적 운명을 결정할 선택권을 박탈하는 문제다. 전속계약이 본질적으로 창작자의 의사와 시장 선택을 제약한다는 현실을 외면한 채, 형식적인 가능성만을 열어두고 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매우 안일한 접근이다.
종합 — “증거보다 서사를 먼저 썼다”
고등법원이 이처럼 다른 판결문의 맥락까지 왜곡하며 미확정 사실을 기정사실로 만들고, 형식을 실질 위에 놓은 이상, 이 판결은 ‘사실관계에 기반한 법적 판단’이 아닌 ‘특정 서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리 구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본안 판결에서 사실관계가 제대로 심문되고, 주주간계약 소송의 결과가 드러난다면, 이 판결은 밑돌 뽑힌 장독대처럼 금세 기울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