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중고가 줄줄이 떨어지는데…한국만 ‘요지부동’

롤렉스 시장지수 2만1413불, 2년 새 17.9% 하락…한국선 연초 이후 중고가 반등
[사진=뉴시스]

명품 시계 대명사로 불리는 롤렉스 시계의 중고 가격이 세계적으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바닥을 찍은 이후 올해 초부터 서서히 오르더니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거나 일부 모델은 오히려 중고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명품시계 브랜드 가격을 보여주는 워치차트에 따르면 20일 기준 롤렉스 시장지수는 2만1413달러다. 2년 전인 2022년 7월 22일까지만 해도 2만6093달러였던 롤렉스 시장지수는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2만3000달러대에서 횡보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그렸다. 2년 사이 무려 18%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롤렉스 시장지수는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롤렉스 시계의 중고시장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지표다. 롤렉스 내에서 인기있는 상위 30개 모델의 평균 중고 거래 가격을 합산해 지수로 표시한 것이다. 세계 명품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롤렉스의 시장지수가 하락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명품시계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주요 외신에서도 명품시계 시장의 침체에 대해 우려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찰스 티안 워치차트 대표는 “개인들이 시장에 시계 매물을 내놓으면서 공급이 크게 늘었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시계를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젠 보유 자산을 처분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시계 대명사인 롤렉스의 중고가격 하락은 코로나19 이후 금리인상 여파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당시만 해도 저금리로 인해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롤렉스와 같은 명품시계에 수요가 몰렸지만,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유동성이 줄어들자 수요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롤렉스 중고가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오르는 등 세계 롤렉스 시장지수와 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내 최대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인 크림에 따르면 롤렉스 인기 모델의 중고가격은 지난해 연말 바닥을 찍은 이후 올해 초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중고가 1440만원에 거래됐던 롤렉스 서브마리너 41mm 스틸 모델은 현재 174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해당 제품의 리테일가가 1306만원임을 감안하면 4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리테일가가 1292만원인 데이트저스트 36mm 민트그린 모델은 중고가 185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500만원이던 중고가가 불과 7개월여 만에 300만원 넘게 오른 셈이다.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롤렉스 가격이 백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격(리테일가)보다 높게 형성된 데다 여전히 롤렉스 새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예약에 성공해야만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세계적으로 롤렉스 중고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오르는 등 세계 롤렉스 시장지수와 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사진=크림 갈무리]

국내 롤렉스 공식판매점은 총 11곳으로 서울에만 7곳이 위치해 있다. 과거 성행했던 오픈런을 대신해 이들 업체 대부분은 롤렉스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도록 하고 있다. 월말 자정에 한 달치 예약분을 받고 있는데, 몇 분이면 예약이 꽉 찰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잠깐 한 눈 판 사이 예약이 가득차 놓치기 일쑤다.

소비자가 예약에 성공한다고 해도 원하는 롤렉스 모델을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 공식판매점에선 소비자 한 명이 방문할 때마다 판매하는 모델을 무작위로 1~3개 정도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 판매점에서 롤렉스를 한 번이라도 구매한 이력이 있는 소비자에겐 1년간 판매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내건 매장도 있다. 구매 후 중고시장에 되파는 이른바 리셀러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특정 중고명품 거래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점도 우리나라만 유독 롤렉스 중고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명품 거래 특성상 가품에 대한 우려가 높다보니 믿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일부 플랫폼 업체에 수요가 몰리다보니 가격 하락을 방어하기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명품시계업계 한 관계자는 “롤렉스는 통상 1년에 한 번 가격을 인상하는데 올해는 연초에 약 8% 인상한 이후 지난 6월에도 약 5% 올리는 등 올해에만 한국에서 2번 가격을 인상했다”며 “미국에선 연초에 1번만 가격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에선 여전히 고가마케팅을 지속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