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상대로 학폭, 학교는 사회봉사 6시간으로 끝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솜방망이 처벌”
심의 과정 보호받지 못한 피해 학생은 전학
인천지역 장애인 관련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최근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장애 학생 학교폭력 부실 대응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학생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4.5.27 /조재현기자 jhc@kyeonigin.com

최근 인천 한 고등학교에서 자폐성 장애 학생을 괴롭힌 동급생들이 사회봉사 처분을 받았다. 인천지역 장애인 관련 단체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동부교육지원청은 이달 10일 인천 A고등학교 학생 3명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4일 학교에서 자폐성 장애가 있는 B(17)군의 상의 지퍼를 내리고 가슴을 손바닥으로 비비는 등 성추행(5월 28일자 6면 보도)하며 괴롭혔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인천장차연)는 12일 성명서를 발표해 인천동부교육지원청 심의위가 이번 사건이 ‘성추행에 의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정작 가해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 4호’를 적용하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는 사회봉사 6시간, 특별교육 5시간에 해당하는 처분이다.

인천장차연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 기준’에 ‘피해 학생이 장애 학생인 경우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가중할 수 있다’고 명시됐지만, 이번 심의위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심의위는 지난달 28일 B군의 어머니가 참석한 회의에 장애전문가 동석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은 피해자가 장애 학생일 경우 학생 보호를 위해 특수교육전문가·장애전문가가 동석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인천장차연 관계자는 “사건의 시작부터 심의위 개최까지 B군은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배제됐다. 피해 학생은 전학을 갔고, 가해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 하루만 사회봉사를 하면 되는 것”이라며 “사실상 가해 학생들에게 면죄부에 가까운 처분을 내린 심의위 결정을 규탄하고, 관련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동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처분 결과는 심의위원들이 기준에 맞게 심의해 결정한 사항”이라며 “(판단 기준 등) 세부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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