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이베이에 올라온 스웨덴 물고기맛 오레오 사진이다.진짜 과자에서 비린내가 나는 걸까?

여기에 포도맛 조리퐁, 오이맛 레이스, 딸기맛 오감자, 고수맛 스윙칩, 딸기맛 뿌셔뿌셔, 그리고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첵스 파맛까지.

호불호 심하게 갈릴 것 같은 기괴한 과자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유튜브 댓글을 통해 “특이한 맛 과자를 왜 자꾸 만드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특이한 과자가 출시되는 이유 첫째. 오리지널 제품 판매가 늘어난다. 괴식 과자의 공통점은 바로 정상적인 맛의 오리지널 버전이 있다는 건데, 소비자들이 특이한 과자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역시 오리지널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신제품이 안 나오면 오리지널의 좋은 점은 잘 모르죠. 좀 실망했다가 오리지널 가면 되지 뭐 이런 심리가 있어요.

실제로 첵스 파맛이 출시됐을 때, 첵스 초코 제품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한 적이 있다. 특이한 과자가 기존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고유한 맛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준 거다.

마케팅 효과도 따라온다. 슈프림 오레오, 고향만두칩, 짜파링과 같은 한정판 콜라보 제품은 재미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고,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를 자극해 구매욕도 높인다. 그러다보니 과자 기업들은 너나 할거 없이 차별화된 과자를 계속 출시하게 된 거다.

앞서 소개한 스웨덴 물고기 맛 오레오도 사실 생선 맛은 아니고,스웨디시 피시 젤리와 콜라보한 한정판 제품이다. 오레오는 사람들이 다양성을 즐길 수 있도록 독특한 조합을 만들었다고 한다.

근데 아무리 자사의 주력 제품 판매를 촉진한다 해도, 잘 팔릴 것 같지 않은 맛의 제품을 내는 건결국 손해보는 짓 아닌가?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이게 기본 라인을 약간 변형시키는 거잖아요. 거기에 넣는 성분을 조금 다른 것으로 넣는 거기 때문에 광고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새로운 거 출시하는 비용은 그렇게 큰 비용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수요가 탄탄한 제품은 생산라인이 구축돼 있어,맛을 조금 변형한다 해도 추가 비용이 덜 들고, 리스크도 적다는 얘기.

궁금증이 하나 더 생기는데. 회사들은 과자의 특이한 맛을 어떻게 선정할까? 스윙칩 고수맛, 오감자 딸기맛 등을 출시한 오리온에 직접 물어봤다.

[오리온 관계자(음성대역)]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글로벌연구소, 마케팅팀 등 다양한 부서가 참여하고, ‘새롭다’와 ‘낯설다’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찾기 위해 토론이 많이 이뤄집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맛이지만, 대중에게 불편한 감정까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맛을 찾는다는 뜻 같다.

사방 팔방이 아이디어인데, 빙그레는 꽃게랑을 간장에 담가놓고 “게장을 만들어 먹었다”는 커뮤니티 인기 게시물을 보고 ‘꽃게랑 간장게장맛’을 실제로 출시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독특한 맛 과자가 인기다. 오이맛, 삼겹살구이맛, 두리안맛 등 다양한 맛을 선보였던 레이즈는 ‘Do Us A Flavor’라는 맛 아이디어 대회를 열고 있는데, 70만 건 이상 접수된 최근 대회에선 ‘한국식 후라이드 치킨맛’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생각보다 엄청 괴식은 아닌 것 같다.

치토스는 올해 매운 피클맛을 새로 출시했는데, 피클이 핀터레스트 2025 주요 트렌드로 선정될 만큼 인기가 높기 때문이라고.

취재하면서 알게 된 좀 더러운 사실 하나. 코딱지 맛 등으로 유명한 해리포터 젤리 다들 들어봤을 거다.

이걸 만든 젤리 벨리에서 ‘냄새나는 양말맛’을 새로 출시했는데, 개발자가 몇 주간 본인의 양말을 밀봉된 비닐봉지에 숙성시킨 뒤, 그 향을 추출해 만들었다고 한다.

귀지맛 젤리도 유명한데, 직접 귀지를 넣지는 않는다고. 대신 귀지를 끓이면 발생하는 증기를 모아 화학 성분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귀지향을 구현했다고 한다.

각고의 노력과 고심 끝에 탄생하는 특이한 괴식 과자들. 앞으로는 또 어떤 과자가 우리의 시각과 후각, 미각을 자극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