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화북상업지역 땅 안팔린다...'공사비 확보 차질'

불황 장기화...927억원 주상복합용지 9번 입찰에도 유찰
도로, 공원, 상하수도 설치 등 공사비 898억원 마련 애로
대금 납부 늦어도 지연이자 없어...대기업 방문 홍보 강화

제주시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 현장 모습.

제주시 화북상업지역 공사비를 마련할 부지(체비지)가 팔리지 않으면서 기반 공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7일 제주시에 따르면 화북동 1400번지 일대 21만6920㎡ 부지에 상업 중심의 시가지를 개발하는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 사업은 2019년 9월 기반 공사가 시작됐다. 현재 공정률은 67.4%다.

제주시는 이날 최저 입찰가격 927억원에 주상복합용지 1만9432㎡에 대한 온라인 입찰을 부쳤지만 유찰됐다. 이번 입찰은 9번째인데 경기 불황 장기화와 고금리로 여파로 매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제주시는 이번 입찰에서 자금 출처가 투명하고 자본 검증이 된 경우 대금 완납이 1년 이상 늦어져도 협의를 통해 지연이자를 받지 않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당초 문의를 해왔던 모 대기업에서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을 위해 현재 공원과 도로, 토지구획 정리, 상하수도 공사가 한창이다. 총 공사비는 898억원이지만 927억원 규모의 주상복합용지가 팔리지 않으면서 공사비를 충당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준공 후 환지 징수 청산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사업은 환지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환지 방식은 토지주로부터 일정 비율(감보율)의 땅을 제공받아 도로·공원·공공용지 등 기반시설을 조성한 후 토지주에게 건축부지(택지)를 재분배하는 것이다.

토지주들이 내놓아야 할 토지의 평균 감보율은 56.65%다.

제주시 관계자는 “도시개발 사업 준공 이후에 환지 징수 청산금이 너무 많으면 토지주에게 다시 교부를 해야 하는 데 체비지가 팔리지 않으면 청산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시는 공사비 부족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200억원을 빌린 후 기반시설 공사비에 투입했다.

제주시는 고금리·고물가·장기 불황으로 인해 향후 온라인 입찰로는 주상복합용지를 매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수도권 소재 대기업을 방문해 홍보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화북상업지역 주상복합용지에는 지상 19층·지하 5층, 총 844세대가 입주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이 계획됐다.

2019년 착공한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은 당초 올해 말 준공을 목표했지만, 체비지 입찰이 유찰되고 공사비를 제 때 마련하지 못하면서 준공이 내년 12월로 늦춰졌다.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