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하루 600도 벌었는데”… 지금은 회 썰며 이런 말 합니다

출처: 셔터스톡

회 썰다 내가 썰려요
손님 없는 수산시장
“버티는 게 이기는 것”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18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김 모 씨는 지난 현충일에도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해 도다리 손질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조용한 공휴일은 처음”이라며 “도다리 가격이 예년보다 10~20% 하락했지만, 손님은 오히려 줄었다”라고 말했다.

김 씨의 하루는 경매장에서 생선을 확보한 뒤 수조 상태를 점검하고, 생선 상태를 확인하는 일과로 시작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이 거의 없으며, 회덮밥 한 그릇만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단골조차도 가격을 먼저 묻는 등 소비 심리 위축이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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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사가 어려운 이유로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을 지적했다. 김 씨는 “생선 가격이 낮아도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기름값, 식재료비, 전기료, 인건비 등 고정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젊은 직원을 둘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건비 부담으로 가족의 도움을 받아 혼자 운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은 회를 썰다 보면 내가 썰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장사가 되지 않는 날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옆 가게 상인들과 짧은 인사만 나누는 일이 반복된다고 한다. 그는 “회센터가 수익성이 높다는 인식은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라며 “자릿세만 월 1천만 원에 달하는 곳도 있으며, 하루 매출이 20만 원에 못 미치는 날도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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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는 수조 상태와 회칼, 도마 등의 위생 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씨는 “수조의 물이 맑고 생선이 활발히 움직이는 곳이 신선도가 높다”며 “호객보다 손님이 손님을 데려오는 가게가 신뢰할 만하다”라고 전했다.

과거 호황이었던 시기는 2016년 구시장이 철거되기 전으로, 단체 회식과 외국인 관광객이 몰렸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하루 매출이 500만~600만 원에 달하기도 했으며, 새벽까지 영업이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최근에는 업종 변경을 고민한 적도 있다. 김 씨는 “남해나 제주도로 내려가 직접 배를 타고 생선을 낚는 일을 생각한 적도 있다”며 “판매보다 어업이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덜 힘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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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에도 변화가 있었다. 일부는 원산지를 걱정하며 “일본산 아니냐”라고 묻는 경우가 늘었고, “회는 이제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국내산만 사용하며 원산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필요시 검사 결과도 제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생선보다 신뢰가 문제이며,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선을 다루는 일 자체에 애정을 갖고 있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수조와 생선을 정성껏 관리하면 여전히 단골들이 찾아온다”며 “새벽마다 초밥집, 횟집, 오마카세 업주들이 횟감을 사러 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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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순간은 회를 준비하고도 손님이 오지 않아 폐기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 씨는 “하루 5만 원어치를 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그 자체가 비용이자 노동의 손실이기 때문에 가장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의 생존 전략에 대해 그는 “버티는 것이 곧 성공”이라며 “지금은 '망하지 않은 것' 자체가 평가받는 시대”라고 말했다. 회사에 다니는 후배가 자영업을 고민한다면 “현재는 추천하지 않는다”며 “기술이나 서비스보다 더 근본적으로 수요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행태가 변화하면서 시장 전반의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김 씨는 “과거엔 코로나로 장사가 어려웠다면 지금은 코로나가 끝났음에도 손님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마트 회 코너나 배달 회가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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