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철저히 고립”… 갑자기 유럽·일본 전부 ‘트럼프 편’, 한국만 쏙 빼고

한국, 호르무즈 봉쇄 규탄 공동성명 불참 / 출처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군함 파견을 요구한 나라는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네 곳이다. 중국은 전략적 경쟁국이니 제외하면, 사실상 미국의 핵심 우방국 전체를 지목한 셈이다.

그런데 19일(현지시간) 7개국이 발표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공동성명에 한국 이름은 없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일본·캐나다가 “이란군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가운데, 트럼프가 직접 호명한 우방국 중 한국만 빠진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관련 상황은 잘 인지하고 있다”며 “제반 상황을 고려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영국·일본도 군함은 안 보냈는데… 왜 성명엔 참여했나

한국, 호르무즈 봉쇄 규탄 공동성명 불참 / 출처 : 연합뉴스

7개국 공동성명의 핵심은 ‘군사 자산 지원’이 아니라 ‘수사적 지지’다. 성명 어디에도 군함 파견이나 실질적 군사 개입 내용은 없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공동성명을 보면 실제 행동이 아니라 규탄만 하는 쪽에 가깝다”며 “한국도 트럼프의 전쟁에 대해 레토릭으로 지지를 보내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과 프랑스, 일본 모두 자국 군함을 호르무즈에 파견하지 않았다. 대신 ‘말로 트럼프를 달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란과의 외교 관계, 중동 시장에서의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다른 우방국들이 ‘파병은 안 하되 지지는 한다’는 절충안을 선택한 상황에서, 한국만 완전히 침묵하는 것은 오히려 양쪽 모두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유 70% 차단에도 ‘모호성’… 여야 “언제까지 버틸 건가”

한국, 호르무즈 봉쇄 규탄 공동성명 불참 / 출처 :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은 3월 초부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을 동원해 기뢰 설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사실상 해협을 완전 봉쇄했다.

이란은 경제 제재 전면 해제, 미군 철군, 이스라엘 재공격 중단 확약 등을 요구하며 1년 이상 장기전도 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봉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 입장에서는 직접적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조선 7척이 해협에 발이 묶였고, 나프타 도입 차질로 관련 소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쓰레기봉투 같은 생활용품 가격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모호성’을 고수하는 것은 트럼프의 압박과 중동 관계 사이에서 선택을 미루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다른 우방국들이 모두 입장을 정리한 상황에서 한국만 계속 애매하게 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지조차 없으면 트럼프 2기서 고립 위험”

한국, 호르무즈 봉쇄 규탄 공동성명 불참 / 출처 :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우방국들에게 실질적 군사 지원과 전쟁에 대한 지지 표명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전자는 모든 나라가 주저하지만, 후자는 한국을 제외한 7개국이 공동성명으로 응답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외교는 거래를 중시한다.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국익 중심의 신중한 접근은 필요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략적 모호성’이 자칫 ‘전략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외교 전문가는 “성명 참여는 실제 파병과 달리 비용이 거의 없다. 오히려 불참으로 트럼프의 불만을 사는 게 더 큰 외교적 리스크”라고 말했다.

조현 장관이 국회에서 밝힌 ‘모호성 유지’ 방침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그리고 그 결과가 한미 관계와 중동 외교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